[전정희 칼럼] 둥근 달빛 아래 ‘우리’를 되찾는 시간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5/09/30 [10:43]

▲ 소설가 전정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 넉넉하고 정겨운 말 속에는 우리 민족의 추석이 담고 있는 풍요로움과 여유,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원래 추석의 의미는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조상께 감사하며,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명절입니다. 지금은 추석의 의미도 많이 쇠퇴했지만, 추석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따뜻한 울림은 변치 않는 듯합니다.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 한가위(韓嘉俳)는 ‘아름답고 큰 가운데 날’, ‘가을 한가운데 큰 날’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하늘은 둥근 보름달로 가득 차고, 땅은 황금빛으로 물든 햅쌀과 햇과일로 풍요롭습니다.

추석은 그냥 쉬는 날이 아닌 자연의 결실에 감사하고 그 수확의 기쁨을 이웃, 가족과 함께 나누는 나눔과 감사의 절기입니다.

차례상을 정성스레 차리고 성묘를 하며 조상님을 기리는 것은, 이 모든 풍요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후손들이 마음 깊이 새기는 소중한 전통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도 바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아니면 같은 도시 내에서도 끝과 끝을 오가며 매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갑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안부를 묻는 일조차 때로는 ‘마음의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평일에는 쌓여가는 업무와 과제, 주말에는 겨우 얻은 휴식에 매달려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과의 만남을 뒤로 미루기 일쑤입니다.

달력을 봅니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유난히 길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오랜만에 고향을 찾을 생각으로 가슴이 벅찹니다.

물론 고향을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붐비는 고속도로는 인내심을 시험하고, 기차표를 힘겹게 끊은 사람도 불편함을 감내해야만 하는 귀성길입니다.

그래도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은 마음이 푸근합니다. 바쁜 일상으로 잊고 지냈던 유년의 기억, 고향의 냄새,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되돌리는 시간입니다.

고향을 향하는 발걸음은 생각만으로도 흐뭇합니다. 고향 집 어귀에 서면 늘 반겨주는 커다란 느티나무, 고향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그 정겨운 공기. 늘 고향을 지키고 계셨던 부모님의 주름진 미소, 오랜만에 만난 형제자매, 사촌들과 나누는 격의 없는 농담들. 모든 것이 그립습니다.

 

추석 명절은 바쁜 일상에 파묻혀 희미해졌던 가족과 친구라는 이름의 가장 소중한 연결고리를 다시금 튼튼하게 이어줍니다.

오랜만에 마주 앉아 송편을 빚고, 함께 차례 음식을 준비하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는 그동안 미처 전하지 못했던 서로의 안부와 염려가 담겨 있습니다. 굳이 멋진 포장을 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재충전의 힘이 됩니다.

 

추석은 우리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넉넉한 마음을 가지라고 속삭입니다. 추석 하루만큼은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가장 정감 있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라고 합니다.

올해 추석에도 둥근 보름달이 뜨면 좋겠습니다. 달이 가장 밝은 날, 우리 마음속 가장 환한 자리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 그것이 바로 추석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 아닐까요.

이번 추석 명절도 사랑과 웃음이 가득한, 진정한 ‘한가위’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글 전정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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