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 재판부 “사령관, 이첩중단 명령 권한 없어…명예훼손은 고의 있었다 보기 부족해”
해병대원 순직 사고 초동조사와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9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령관이 회의 내지 토의를 넘어서 피고인에게 구체적·개별적인 기록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령은 지난해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뒤 2023년 7월 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자로 특정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고, 이 전 장관은 이를 승인했다. 이 전 장관은 이튿날 돌연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으나 박 대령은 8월 2일 사건을 관할인 경북경찰청에 인계했다.
군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대령이 김 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항명했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전 장관이 부당하게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처럼 여론을 조성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 대령을 기소했다.
이에 대해 박 대령 측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전화가 있었으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사령관이 명시적으로 이첩 보류를 지시하지 않았다고도 항변했다.
이후 군검찰은 11월 21일 결심공판에서 박정훈 대령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군 형법상 ‘전시 등을 제외한 그 밖의 상황’에서 항명죄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해병대 사령관의 직무관장 및 직무범위는 기록 이첩이 지체되거나 이첩이 중단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 지체 없이 이첩할 수 있도록 지휘·감독할 법령상 권한 및 의무가 있는 것이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 중단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며 “김계환 사령관에게 이 사건 기록의 이첩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권한은 없으며 피고인에게 이첩 중단을 명령한 것은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상관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 재판부는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박 대령이 각종 질문에 가치중립적 표현을 쓰며 답했다고 판단,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처럼 피고인 발언이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명예훼손에 고의가 있다고 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박 대령은 “돌이켜보면 1년 반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을 버티고 견디고 이겨낼 수 있던 건 이 자리에 계신 국민 지지와 응원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채 상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혜롭고 용기있는 판단을 해준 군 판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