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 인권위, “상품 성별 구분 방식 탈피해야”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05/04 [12:31]

▲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 인권위 “영유아 상품 성별구분,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 개선 필요” 의견표명

 

국가인권위원회가 4일 상품의 기능과는 무관하게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으로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을 탈피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영유아제품 생산·유통업체들에 의견 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영유아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기능과 무관하게 ‘분홍색은 여아용, 파란색은 남아용’으로 성별을 구분하고, 소꿉놀이를 여아놀이로 취급하는 등 아이들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이를 개선해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피진정인 제품 생산 회사들은 판매 유통상 편의를 위해서 상품에 성별을 표기했고, 색깔에 따라 성별을 구분하는 사회·문화적 관행에 익숙한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인권위 조사 중 피전정인은 영유아 상품에서 성별표기 및 성차별적 문구를 삭제조치하거나 향후 개선할 계획임을 밝혀왔다.

 

상품의 색깔에 따른 성별 구분은 20세기 중반 이후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로 전환되며 생기기 시작했고, 1980년대 이후에는 본격적인 판매 전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상당 기간 유지되어 현재에도 영유아 상품의 상당수가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꿉놀이나, 인형 등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분홍색 계열로, 자동차 나 공구세트와 같은 기계류 등은 파란색 계열로 제작되고 있다.

 

인권위는 “이를 통해 아이들은 색깔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에 따라 여성은 연약하고 소극적이고, 남성은 강인하고 진취적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게 되고,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은 여성의 역할이라는 인식을 무의식중에 갖게 된다.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은 아이들의 미래의 행동, 가치관 및 직업선택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사회・문화적 관행에 따라 구성된 젠더(gender)에 부합하는 성역할(gender role)을 학습하게 되고, ‘여성다움’, ‘남성다움’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내면화하는 방식으로 사회화되어 성차별이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영유아기는 사회규범을 내면화하고 성역할을 습득하는 등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로, 성역할 고정관념 등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쉬운 시기”라면서, “이 시기에 제공되는 놀이, 경험 등의 환경은 아이들로 하여금 그것이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영유아 상품의 성별 구분은 단순한 ‘구분’에 머무르지 않고 성역할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는 방식을 탈피,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 자체로 접근하는 ‘성중립적인(gender-neutral)’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의견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세계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미국과 영국의 완구매장 등 최근 해외 각국에서도 성별을 구분하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과 지속적인 개선요구로 영유아 상품의 성별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진정사건은 상품의 색깔을 성별구분 기준으로 삼아 상품에 성별을 표기하고 있으나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데 제한이 있지는 않는 점을 고려하여, 진정사건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각하 결정했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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