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미늘(fluke)에 걸린 세대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05/03 [11:36]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미늘은 낚시 바늘이나 화살 끝에 만든 작은 역방향의 갈고리를 말한다. 아주 작은 홈이지만 여기에 걸리면 도무지 스스로 나올 수 없는 홈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영어에서는 fluke(우연)이란 단어와도 방계로 사용한다.

 

한 때 우리는 1년에 대구만한 도시가 하나 더 생긴다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한해 우리나라 인구가 80만 명 이상 연속적으로 태어난 시대로서, 이 시기에 출생한 사람들은 정확히는 1954년부터 1975년까지이고, 그 후 70년 후반까지는 80만 명을 경계로 들쭉날쭉하고 굴곡이 좀 있었다. 따라서 이를 널리 보면 50년-60년-70년대 출생자를 베이비부머세대 이른바 통칭 “80만Babies”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한국의 광의적인 “베이비부머세대”라고 지칭할 수 있다.

 

이들이 태어난 시기는 시발점은 한국전쟁이 휴전을 맞이한 직후인 1954년부터이고, 그 이후 1978년 2차 오일쇼크로 국제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더불어 출산억제정책을 펼치던 시기까지 이다, 이들은 현재 나이로 40대 50대 60대의 국민들로 자산, 부채, 직장, 주택, 사업, 자녀, 노후, 건강에 관심이 많은 우리 국민 전체의 40%정도가 여기에 해당을 한다.

 

준비 없는 장수사회에 대비해야하는 70-80-90대와도 구분이 되고, 초연결사회로 전환하는 20-30대와도 구분이 되는 산업화+민주화+국제화의 복합경험을 가진 중간지대의 다분히 “이념적이고 실용 가치적”인 세대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사회의 매사에 열광적인 부머(boomer)세대이자 열성적인 부모세대이며, 정치경제적으로 확증의 편향성(bias)이 강한 지지자와 투자자의 중심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각자 앞에 놓인 새로운 충격은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고, 사회적 격리의 훈련이고, 초연결사회의 적응이고, 점점 개인에게 돌아가는 긴 노후의 책무이다.

 

사회진출을 목표로 살아오고 조직화 훈련을 받은 그들에게 가정이나 지역은 그리 익숙한 곳이 아니지만 점점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동네와 가족으로 좁혀가며 살아가고 있고, 그나마 대외적으로 하던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삶의 문제가 점점 국가의 중대사에서 멀어지는 것도 서서히 감지가 되어 내심 불편해한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저 출산국가로 진입하여 세계최저 출산국가가 되었다. 과거 프랑스가 3만 달러의 진입을 전후하여 세계최저 출생국가로 진입하자 경제성장이 부진해지고 교육기관들이 통합하는 “압축의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 캐나다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모두 나이어린 총리들이 등장한 시대배후가 되었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나이든 국민들은 스스로 국가의 중앙정책에서 멀어지게 된다. 모든 정책이 출산 증대와 신세대 인생장려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오면 잘 돌아가던 사회연금이나 복지제도들도 갑자기 재정난의 문제가 등장한다. 후대가 전대의 사회적 보장자금을 대주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도 겪은 일이다.

 

이미 우리도 정부부채의 절대규모가 공공연금 재원의 보조금 지원 때문이라는 이슈가 나타나 현재 연금을 타고 있거나 기다리고 있는 베이비부머에게 불길한 전조가 되고 있다, 사실 찬찬히 따져보면 이들 앞의 인생이 여간 불투명한 것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당장 금융환경이 크게 돌변하고 있다. 우선 금리나 수익의 구조가 흔들리고 있어서 장차 이전처럼 노동이나 사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이자나 임대료로 살아가려 하던 이들에게 점점 날벼락이 날라 오고 있다.

 

요즘은 알지도 못하는 가상 암호화폐도 나타났다. 빈 가게가 늘어나고 빈 사무실도 늘어날 것이 틀림이 없다. 연예인이면 건물주가 꿈이라던 꼬마빌딩의 장래는 앞으로 누구도 모른다. 살아보니 주식투자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그들의 일부 자녀들은 마구 뛰어든다. 임대료가 나오던 그들 몇몇의 부모님 수입도 점점 줄어든다.

 

그러니 다시 이 나이에 인생을 새로이 배우며 혁신의 얼개로 조직하고 다시 살아가야 한다, 나만의 우리 가정만의 재무일상을 다시 꾸려가야 할 일이다.

이른바 self-family office의 finance story가 필요하다. 집집마다 가족단위의 미래금융생활의 새롭고 고유한 맥락을 조직(context organizing) 하여야 한다.

 

금리나 배당이나 임대료는 도시산업 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나 연결과 압축의 시대에는 이제 누구도 안정된 대외수입도 없고 정해진 집밖의 일터도 없다, 그러니 아침마다 정신이 새로워져야 한다, 날마다 각오가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 선조들이 남겨두신 하루하루 새로워지라 하시던 <일신우일신>이란 금언이 갑자기 뇌리에 들어온다.

 

우선 정해진 이자수입을 먼저 잊어야 한다. 점점 누가 내 돈을 빌려가서 이자를 줄만한 일이 남아있질 않을게다. 갈수록 은행들의 지역점포가 사라지는 게 비단 비대면 전산화 때문만이 아니다. 동네에서 금융업무가 수익이 나지 않아서이다. 작은 지역사회의 각종 금융업체들 장래도 불문가지이다.

 

농촌에서 영농일기를 쓰라던 60년대 시절이 생각이 난다. 천수답의 농사에서 인구는 늘어나고 농사의 성과를 더 내려고 하니 각자가 연구하고 혁신하라던 시절의 얘기이다, 그러다가 끝내 우리나라는 농사를 주업에서 그만두었다. 그런데 이제는 저마다 매일매일 가정재무일기를 써야 할 지경이다. 누구에게도 피할 수 없고, 그러나 정답도 가이드도 없는 금융생업과 재무투자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어쩌다 돈이 좀 들어와도 자기 실력으로 보기 어려운 게 금융이고 재무이다. 재무투자는 항상 새로 올라가는 등반이고 미지의 탐험이다. 이제 소위 80만babies B567세대도 저마다 각자의 산을 올라가야 한다. 산의 높이나 경사는 자기가 결정하지만, 개인마다 가정마다의 재무경영은 그 산을 내려가면 곧 인생동면의 상황이 된다.

 

가능하다면 점차 오르기를 해야 하는 재무수익 안정의 경영철학은 따라서 개인의 목표와 시간과 속도와 심신수양에 있다. 그러나 만일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회경제적인 수익률 평지에 있으려면 정치가들이 만들어주는 사회생태계적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건 개인의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80만B567세대 뒤의 30만B23(MZ)세대나 그 이후의 신생국민들이 인구가 많이 적어서 미래의 세대갈등은 너무도 확연히 예고된 시대불화이다. 80만 B567세대의 가족자립 경제가 그래서 참 중요하다.

 

미래사회의 변화를 짐작해보면 집집마다 삶의 가닥은 네 갈래 정도로 생각이 든다. 우선 재정적으로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져야하는 집안이 있을 수 있다. 자신들도 부유하지만 국가의 국민보호 역할에 협력해야 하는 집안들이다.

 

다음은 명예로운 집안의 위치를 가지고자 하는 집안이다, 자신들의 가족들도 잘 지내도록 기반을 잡고 세상의 품격에도 무관심하지 않는 집안들이다.

 

다음은 스스로 가족을 돌보며 사는 집안이다, 항상 근면하고 검소하게 최선을 다해 사는 집안들이다, 안정된 자급자족의 집안들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사회생태환경에서 더불어 사는 가족들이다. 좋은 이웃이나 정치사회 환경이 제공하는 인간다운 삶의 사회적인 공유 환경에서 살아가는 집안들이다.

 

이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삶의 시종을 도전하고 음미하고 만족하고 안도하며 사는 세상으로 전무후무한 “80만출생시대”의 B567세대가 지금 걸어들어 가고 있다.

 

차제에 생각해보면 이제부터 비대면기반의 정보지능시대를 새롭게 살아가려고 하는 MZ경제사회가 adventure-life의 Aconomy라면, 그동안 대면인생이자 인간지능시대를 살아온 80만 B567경제사회는 저마다 행동이 필요한 behavior-life의 Bconomy인 셈이다. 그러면 점점 보건위생의 우려로 살고 있는 지자체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장수사회로 들어가는 70-80-90세대는 county-life의 Cconomy라고나 할까.

 

최근에는 역대 급 부동산파고를 넘고 있는 50-60-70년대의 80만출생자들의 삶은 이렇게 복잡하다. 지금 우리 국민들 사는 게 이런 모양인데, 아직도 동시대의 정치인들은 당면한 세대역할의 변이도 모른 채 무작정 자기들 자리에 마냥 있으려고만 한다.

 

여전히 정파위주의 한국정치가 얼마나 견디려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B567출생자들은 모두 어떤 미늘에 걸린 듯하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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