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동자 쉴 권리 보장해… 배려 디자인 ‘청소노동자 휴식 벤치’ 시범설치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04/28 [13:43]

▲ 서울시 어린이대공원에 설치된 청소노동자를 위한 야외 휴게공간 ‘휴식충전소’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 일 8시간 도보로 이동하며 근무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디자인 거버넌스로 시범설치

- 노동자의 쉴 권리 보장→양질의 시민서비스 제공 ‘선순환’ 기대… 추가설치도 검토

 

서울시가 청소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야외 휴게공간인 ‘휴식충전소 벤치’를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시범설치했다고 28일 밝혔다.

 

벤치에는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는 발 받침대와 앉아서 휴식할 때 가장 편안한 각도인 120°의 등받이가 있다.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온전히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등받이는 높이고, 청소도구를 보관하는 거치대도 갖췄다. 강한 햇빛을 막아줄 수 있는 파라솔도 함께 설치됐다.

 

시는 ‘청소노동자를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당당한 쉼을 주장하고 이를 인정함으로써 서비스의 제공자와 수요자가 명확히 소통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이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고, 공원 이용 시민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휴식충전소 벤치’는 다양한 주체들이 주도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를 통해 탄생했다. 청소노동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한 대학생이 제안하고, 청소노동자와 디자인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 시민이 참여해 디자인을 개발했다. 

 

거버넌스는 상대적으로 휴게권 보장이 어려운 외부(실외) 청소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적합한 시범 대상지를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선정했다. 청소노동자들이 넓은 공원에서 하루 8시간을 도보로 이동하며 근무하는 곳이다.

 

▲   ‘휴식충전소’ 벤치와 인식개선을 위한 스토리패널     (서울시/제공) 

 

대공원에는 청소노동자를 위한 별도의 휴게공간이 갖춰져 있지만, 넓은 공원이라는 공간 특성상 휴게공간까지 거리가 멀어 청소노동자들은 벤치 등 공원 내 시설에서 잠깐씩 휴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도 ‘빈둥대며 놀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벤치보다는 인적이 드문 바닥이나 돌 위에서 쉴 때가 많았으며, 공원 방문객이 볼까봐 쉬는 중에도 청소도구를 들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시는 서울어린이대공원 내에서도 비교적 외부노출이 적은 곳을 ‘휴식충전소 벤치’ 설치장소로 정했다. 지난 3월 1개소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현재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대공원의 청소노동자 A씨는 “그동안 근로 중 휴식은 당연한 권리임에도 괜히 위축되고 불편한 마음에 편하게 쉬지 못했다”며 “지금은 나의 쉬는 시간까지 관심을 갖고 배려해주는 시민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디자인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더욱 더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는 ‘휴식충전소 벤치’ 설치와 함께 청소노동자에 대한 시민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했다. 공원 이용 시민과 청소노동자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따뜻한 에피소드를 10개의 패널로 제작, 공원 곳곳의 벤치에 부착했다. 시민 인식 개선뿐 아니라 청소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청소노동자의 쉼을 위한 휴게공간 조성은 공공이 관심가져야 할 최소한의 환경인권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공간에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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