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위험한 만찬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06/29 [10:36]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주식시장은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혼돈의 장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얼마를 지나고 보면 그 때의 시장이 여러 가지가 얽혀서 만들어진 스크램블(scramble) 장세임을 알게 된다. 스크램블은 교차점, 요철 등의 의미가 담긴 헝클어지고 부풀어진 상태를 말한다. 가장 흔한 표현의 하나는 달걀 스크램블이다.

 

주가가 항상 선명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지 않아서 언제나 혼돈이지만, 주가의 수준이나 거래의 비중은 대개는 경제상황을 크게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주가는 강아지와의 산책이란 말도 있다, 강아지가 당장은 이리저리 걷는 것 같아도 주인과 같은 방향의 길을 간다는 것이다.

 

2021년 상반기 장세는 대표적인 스크램블장세이다. 이미 선도하던 기술성장주가 조정을 보이고 있었고, 주도주가 역시 조정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순환매도 분명치 않은 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가 소리 소문 없이 역사적 신 고가를 만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과잉유동성의 후속 파동이 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개 유동성이 과잉상태에 들어가면 정책당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시작된 주식시장이 일정기간 동안 금리하락과 부채증가와 소비를 자극하다가 급기야는 소비기업들의 영토 확장을 위한 재무거래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은 신세계의 이베이 인수와 카카오의 현란한 재무전략 구사가 바로 그런 셈이다. 특히 카카오는 소비와 금융을 연결하는 사업 확장에서 다시 웹 기반의 문화사업으로 신규사업 확장 테마를 넘기며 젊은 시장투자자를 겨냥하는 고도의 재무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신세계 역시 이마트로 확장했던 실용매장 전략이 코로나로 타격을 입자, 결국 이 코머스로 확장의 손을 벌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 이런 전략은 기존사업이 이익정점을 지나고 있거나, 이미 정점이익이 쇠퇴하기 시작하면 외부로 흘러나온다는 사실이다.

 

기술을 전투력으로 삼는 기업이 액면분할 같은 재무전술을 사용하면 내부로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 삼성전자의 경우도 그런 셈이다, 기업이 어느 순간에 기술전문가에서 재무전략가 손으로 경영주도권이 넘어가면 장기지속 경영전략은 구사하기 어렵다.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가 기술력으로 만든 회사를 재무전략 기업으로 전환한 뒤에 겪은 갖은 굴곡과 많은 풍상에서 잘 보여준다,

 

현재의 시장이 이렇게 뒤엉킨 시장으로 내부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시점을 찾아보면 미국대선이 지나가는 시기인 2020년 11월로 여겨진다. 바이든이 취임하며 미국전역이 백신접종으로 급선회하면서 코로나 국면의 정상화 기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바이든이 준비한 경기부양책이 대대적인 소비기대를 부추기고 재정지출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연준(FRB)의 파월의장도 여전히 같은 시기에 채권매입을 통해 돈을 더 풀었다. 그는 2021년 초반에 현재의 주가상승은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의 표시라고까지 말하며 6%까지 미국경제가 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그의 인플레 우려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아마도 성장률이 6%대에 진입해야만 금리인상을 언급할 수도 있다. 파월은 고용과 경기회복 기조가 아직 튼튼하지 못하며, 최근의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것이란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랜 기간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가는 대형투자자들이나 전문투자자들은 입장이 다르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현재의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사회적 내면이 많이 취약하다는 관점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단기매매를 하거나 이제 막 생애투자를 시작한 젊은 투자자들은 줄지 않는 유동성에 기대고 다양한 차익매매를 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시기에 이들과 문화적으로 친숙한 빅테크란 이름으로 급등한 주식들이 많다. 반도체의 공급이 달리는 일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의 시계열적 관찰을 보더라도 2020년 12월 이후 서방의 주식시장은 기술적인 과열이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이 두드러진다. 이 세 나라는 글로벌 소비가 살아나면 힘을 가지는 나라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름 있고 전통 있는 명품 소비기업이 많은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신기술과 빅테크 관련제품의 스마트 상품에서 알아주는 소비기술 국가브랜드이다.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한마디로 글로벌소비 브랜드의 강자들이다. 지금이 글로벌한 소비의 과열국면일 수 있다. 특히 주식이나 주택이나 코인은 가격이 오르면 더 사고 싶은 베블런효과(veblen effect)도 우려가 된다,

 

결국 2020년 11월 이후 글로벌 시장은 이런 복합적인 배경으로 만들어진 주가의 기대감이 과거 폭락장의 경험이 적은 신규투자자를 중심으로 쉽게 접근되면서 신고가 부근에서 가속도로 투자심리가 확산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세상의 모든 들뜬 이벤트는 시간이 가면 반드시 가라앉는다. 이번의 신고가 장세 또한 그럴 것이다. 문제는 그런 장면이 오면 초년병이나 소액투자가의 피해가 염려가 된다.

 

사상최고의 신고가를 만드는 주식시장은 나중에 돌아보면 그 시기가 식사로 치면 분명 만찬에 가깝다. 코로나 변이라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예측이 안 되는 미래상황을 고려하고, 지금 주가를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국가의 면면을 보거나, 시장내부의 순환매 주식 면면을 보아도 아무래도 ‘위험한 만찬’ 같다. 눈앞의 신고가들은 어쩌면 달걀 하나로 큰 접시를 가득 채운 스크램블인지도 모른다. 주식투자의 정석은 들뜬 ‘기분’이 아니라 듬직하게 오래 가져가는 똑똑한 ‘지분’이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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