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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준 익명성과 약한 연대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21/01/29 [11:45]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젊은이들은 준 익명성과 약한 연대에 모여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가 서로서로 자신을 잘 몰라보면서도 전체로는 어울리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다운타운에 모여든다고 보았다.

 

로빈 후드나 동학개미 등이 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코로나의 총격 속에서 젊은이들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새로운 삶의 태도를 보인다는 열기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세태이다.

 

그런데 주가가 미국이나 우리나 상당히 오르고 나니 이들 사이에서 커뮤니티들의 힘자랑을 하는 집단행동 현상들이 보도되고 있다. 특정한 종목을 놓고 헤지펀드와 이들이 겨루거나, 타 커뮤니티와 매수매도를 놓고 겨루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려한 일이기도 했지만, 사이버 투자자들이 호모 루덴스적인 기질을 드러내면 주식투자를 무슨 리니지게임이나 스타크래프트게임으로 알고 서로 팀을 만들어 게임을 벌일 가능성은 충분이 예상을 했던 일이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들은 여기서 법과 제도로 막아야 한다. 주식시장이 호전적인 전자게임 마니아나 치기에 어린 사이버리안들에 의해 이전투구의 전자게임 전투장처럼 되면 사실상 경제운영에 기여할 수가 없다. 주식시장은 정교한 가격형성의 투명한 시장이다.

 

이런 시세조정 시도들은 우리가 작은 규모의 투자시장 시절인 1970년대 까지 우리나라 명동의 오프라인 주식시장에서 주로 있었다. 소위 큰손들이 결탁하여 시세를 조정하거나 매집하여 부당한 차익을 내고, 나아가 경영권을 협박하여 뒤로 돈을 받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지금도 사실은 작은 회사의 주식을 매집하여 경영자를 괴롭히는 질이 나쁘고 돈이 좀 있는 투자자는 시장의 이면에서 암약하고 있다. 그래서 작은 기업을 상장하고 대주주가 이런 일에 휘둘려 그 좋은 기업이 결국 흑자 파산한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 투자전문가로 일하면서 자기 돈을 직접 투자하여 손님과 이익을 겨루는 종사자들도 이런 악마의 게임에 빠져들기 쉽다. 그런데 아무런 오프라인의 투자경험이 없이 갑자기 코로나로 온라인에서 투자클럽으로 소통하면서 만난 투자커뮤니티는 준 익명성과 약한 연대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젊은이들이 경계감 없이 말려들기 쉬운 구조이다.

 

그러나 항상 돈에는 주모자가 있고, 소위 배신자가 있고. 내부의 적이 있다. 그래서 언젠가 소수의 나쁜 모의는 반드시 신뢰와 약속의 그릇이 깨진다. 더욱이 증시의 가격변동은 그 내면과 이면에 막연한 결투심과 격한 호전성이 젊은 혈기만큼이나 크게 자리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요즘 국내에서 국민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강권하여 유명해진 모 자산운용 경영자는 그의 행동을 사회적 선의와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는 결국 자기 회사의 사적인 이익홍보를 공익에 넣어서 전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세상의 돈을 다루는 시장에서 절대공익과 절대선의는 없다,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면 시장경제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특히 투자시장은 그 극치의 경지에 있다. 그래서 철저한 실명성과 정부의 규칙과 공지의 투명함과 지성적인 신사행동이 절대로 필요한 곳이다.

 

금융투자의 투자자교육을 담당하는 업계단체의 노력도 이런 일의 방지에 집중을 하지만, 특히 사이버 상으로 소통하며 특유의 모호한 집단행동을 획책하는 공공의 탈을 쓴 공적들이 벌이는 일들은 사전에 막기가 참 어렵다.

 

초보투자자에게 거듭 당부하지만 증권투자는 옷이나 음악이나 운동처럼 어느 시대의 유행상품이 아니다. 정치나 종교처럼 신념의 집단도 아니다. 그저 기업의 외부가격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심리적이나 현상적으로 반영하여 오르내리는 자연현상의 일부이다.

 

그래서 주가의 미래는 누구도 그 방향성을 절대로 모른다. 혹시 자기는 안다고 누가 주장하면 그 사람의 뇌를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기 생명의 방향과 미래의 지점을 절대로 모르는 것 이상으로, 자기가 시장에서 투자한 기업의 주가는 절대로 아무도 미래를 모른다. 또 그래야만 서로 모르는 다중투자자들이 시장의 불특정성과 가격결정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다 같이 믿고 오래오래 공동투자 시장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증시에서 단순한 정보소통에 그치지 않고 가격을 주모하고 힘을 동원하려 한다면 이건 그들의 의도와 다른 분명한 해악이다. 경제는 의도적인 목적으로 여럿의 힘을 모으면 안 된다. 누군가가 반드시 휘말려 희생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분양의 현장이다. 모델하우스에서 매수분위기를 모아서 계약을 유도하고 단기에 팔고 빠지는 방식은 순수한 최종매수자의 가슴을 오래오래 멍들게 한다. 요즘이야 아파트가 잘 오른다지만 미분양의 고통은 당해보아야 안다.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초보자들의 사이버 상의 주식투자 붐을 신중히 안정화시키고, 숨은 나쁜 의도들에게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 은행도 인터넷 은행이 속속 등장하는데 금융거래의 손쉬운 선택보다 잦은 소액대출의 함정과 저축의 망각을 더 조심하라고 경고해야 한다. 인터넷 안에는 지금 금융이용자가 모르는 준 익명성과 약한 연대의 주모자들이 노리는 나쁜 모의가 숨어 있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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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9 [11:45]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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