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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바이든의 미국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21/01/25 [09:59]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미국인들은 서로 차이를 이해하고 경청해주고 연합하자. 그래야 미국에 평화가 있다.” 46대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취임사 골자이다. 참으로 놀랍고도 두려운 미래를 암시하는 말이다.

 

그가 말로는 미국의 통합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그는 대통령 직에 자신의 영혼을 걸겠다고 했다. 고령의 나이를 의식한 언급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불의로 생을 마친 케네디의 길을 갈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비장하고 끔찍한 고백이다.

 

미국 대통령이 주로 쓰던 글로벌 리더로서의 야심과 현학(pedantry)은 어디에도 없다. 다시 미국의 하나 된 국가의식의 재건과 미국인의 미래운명을 위해 몸을 던진다는 말이 전부다. 이제는 지구가 하나의 글로벌이란 시각도 내던지고, 오로지 국제사회에 대해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유리한 나라와만 협력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하버드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미국은 이제 중국과 튜카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ip)에 빠졌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시대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을 불러온 당시의 유명한 평화논쟁의 하나이다. 서로 구조적으로 다른 것은 그대로 흘러가게 두면 반드시 문제가 된다는, 그래서 타협이 없이는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역사가 전하는 얘기다, 예정된 전쟁(destined war)이란 책으로 알려진 그레이엄 앨리슨교수가 이 책을 쓸 때 이미 오늘의 미국의 분열과 갈등을 예견했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랬다면 미국의 장래는 결정적으로 어둡다. 이미 그들은 누구와도 타협의 강을 건너간 느낌이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바이든은 미국 주류사회가 이제껏 생각지 않은 정책들을 사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 중 하나가 재정의 과감한 공급이다. 미국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가장 극심한 나라이며, 이미 60년을 넘은 일이고 상당히 구조적인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다 바이든이 복지지출로 재정적자를 더 심화시키면 연방국가에서 이탈하려는 우익의 주정부는 머지않아 등장한다.

 

이미 개인들이 국가권역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이 텍사스 오스틴으로, 애리조나 피닉스로, 심지어 하와이로 떠났다. 오라클의 창업자이자 테슬러 주주인 래리 앨리슨은 하와이에 섬을 하나 사서 아예 이주를 했다. 전체 섬 주민 3천여 명 대부분이 그의 회사 직원들이다. 자체 언론사도 있다. 가히 그의 새로운 나라이다.

 

유럽에서 긴긴날 벌어진 전쟁과 역병의 시대에 부자들이 자기들만 오롯이 모여 살던 지역들이 오늘에 소국이 된 룩셈부르크와 리히텐슈타인, 모나코가 불현듯 떠오른다. 따지고 보면 작은 소국의 연합국인 스위스도 배경이 그렇다.

 

혼돈의 시대를 맞으면 상류사회는 성곽 안으로 들어간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가면서 그의 부자친구들이 각자의 성안으로 숨어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학자인 헨리 키신저가 코로나창궐을 보면서도 예견한 일이기도 하다.

 

서방 자유세계의 20세기를 재단한 사상과 삶의 기준에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미국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민주주의 자체가 위태롭다. 우선 우리나라도 그런 면이 있지만, 상당수 국민들이 선거결과를 잘 믿지 않으려한다. 이건 상상도 못한 일이다.

 

그런가 하면 이미 코로나 보상비로 나라의 돈은 정치가들이 방향을 정하기만 하면 그냥 국민에게 바로 전달될 수도 있는 일이 불가피하게 점점 일상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통화이론에서는 정부의 부채와 지출은 지금보다 적어도 5배 이상 늘려도 문제가 없으니 필요하면 돈을 공공재처럼 다루자는 얘기가 이젠 공론의 자리로 나왔다.

 

이건 사실 그 생각의 근본이 자본주의 유효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급진적인 이론이다. 바이든 주변으로 이번에 이런 학자들이 함께 워싱턴으로 갔다. 그런데 딱히 이런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 마주하고 있다.

 

과연 미국의 장래는 어찌될까. 바이든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미국의 재건을 외치면서도 하나의 지구가 아니라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과 한정된 지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지구를 통합과 연합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는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 통합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말도 했고, 서로 연합하자고 했다. 이미 분열과 분리의 조짐 앞에 선 미국을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지구가 아니라 자기 나라를 힘겹게 맡았다. 이건 자기도 미국의 평화를 지키기 어려운 현실임을 직시하고 절박하게 강조한 내용이다.

 

그런데 바이든이 당선되고 취임을 준비하는 동안 그가 돈을 풀고 강력한 경기회복 정책을 쓸 거라고 떠들어대면서 여기저기에서 주가가 연일 올랐다. 정작 그가 소외와 음지의 국민들이나 비생산분야로 재정을 본격 지출하기 시작하면 다시 주식을 팔 사람들도 지금 시장 안에는 수두룩하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정말 돈에는 양심도 정의도 없다. 돈이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지금 주가는 그런 곡절을 안고 있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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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5 [09:59]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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