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률칼럼] 트럼프와 김정은 "독수리와 옥동자"

박병률 | 입력 : 2018/06/12 [15:33]


하늘은 맑았다. 독수리는 빠르고 정확히 내려 앉았다. 보이는 목표를 간과 할 수는 없는 법.

승부사는 승부사였다. 비지니스맨이라는 선입견이 야속하다. 

그의 진솔함이 매장 당하는 듯 해서다. 

거사를 앞둔 그에게 던지는 기대와 우려에도 단호하기만 하다.

 

“전임 정권은 한 일이 무엇인가?”

“핵전쟁의 벼랑끝으로 몰고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왜 들어야 하는가?”

 

그가 대통령후보로 나섰을 때, 삼척동자도 비웃었다. 그것도 보수 공화당 후보에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몰랐다. 그런 그가 독수리 완장을 차고 날아온 것이다.


승부사는 안다. 형식보다는 내용, 명분 보다 실리를.

 

이번 비행은 무조건 남는 장사다. 크게 보아, 미국이 대 동북아 전선의 확장이다. 일이 잘 되면, 북한개발권이라는 노다지도 움켜 쥔다. 시진핑과 트럼프. 팬더와 독수리는 김정은이라는 옥동자를 차지하겠단다.

 

속썩이던 자식이 옥동자로 격상하기까지는 문재인이 있었다. 문재인으로 표상되는 그 잠재적 욕구는 극에 달했다. 극단적 구호와 원칙론에 입각하자면 대화 자체가 필요없었다.

 

단 하나, 북한은 우리와 너무도 가까이 있는 존재다. 그것도 대치상태였고, 핵무기로 배수진을 친, cvid 핵시설의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한 형태의 비가역적인 해체를 전제로 날아온 트럼프에, cvig, 즉, 같은 정도의 체제보장이라는 카드로 응수했다.

 

협상은 강하게, 실무는 유연하게. 결과는 매우 낙관적이다. 머리를 맞대고 앉은 자체부터 유의미한 세기적 사건일진데, 대전제로 내건 cvid-cvig를 두고 미-북이 마주 앉았다.


옥동자는 말한다.

 

“우여곡절과 왜곡된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 좋은 생각과 열린세상으로 걷겠노라고”

 

문제아가 옥동자가 되기까지 팬더와 독수리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을 가슴 졸이고 살았던가?
원칙론과 형식에 매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댓가를 치루었는지.


일찌기 경험해보지 않은 개편을 흥미롭게 감상할 준비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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