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 ‘도시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2015 숲속인문학’ 강연이 시작됐다. 지난 28일(화)부터 서초동 우면산 숲속 강의실에서 서울인재개발원`서울도서관`서울연구원 공동으로 주최한 인문학 교실이 펼쳐진 것이었다. 첫 번째 강연은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인문학은 밥이다’란 책의 저자 김경집(전, 가톨릭대학교 인간학 교육원) 선생이 담당했다.
자기계발서는 별종
이날 김 선생은 먼저 “1997, 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라는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졌다. 그러면서 여전히 현재도 IMF 체제라면서 2010년과 2012년 사이에 인문학이 떴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 인문학이라고 떠들어대는 ‘자기계발서’는 반성적 성찰과 위로가 필요할 때 등장한 별종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대량해고 시대에 대량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를 부추겼다는 것이었다.
IMF 이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책뿐만 아니라, 심지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자기계발서가 대량 출시됐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김 선생은 자신을 ‘친북(book)좌(40대 때까지는 지하철 좌석에 앉지 않았지만, 지금은 좌석에 앉아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붙인 명칭)파’라는 농담과 함께 “요즘 인문학은 쇼핑 수준입니다. 인문학 프로그램이 곳곳에 깔려 있을 정도로 많습니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살림살이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뀌지도 않습니다. 사회구조적 문제라기보다 개인문제로 치부하고 맙니다.”라는 뼈 있는 말을 했다.
힘들 때 나온 것이 복지와 인문학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문학책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끝까지 다 읽는다고 했다. 생존해야 하니까.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변화가 없으면 ‘아닌가 봐!’ 하고 다른 책으로 갈아탄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절반만 읽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쳤다. 힘들어! 울고 싶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나 좀 안아줘!’라는 몸부림에 ‘위로’가 필요했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온 위로가 ‘복지’와 ‘인문학’이라는 것이었다.
복지는 곧 연금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것은 바이마르공화국 시절 비스마르크가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하였다. 그때 남아(잉여)서 한 것이 아니고 바닥일 때 생긴 것이라고 했다. 복지의 핵심은 ‘내 삶을 재설계하고 재구성하며 리모델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장치’가 갖춰져야 하는데 전혀 안 돼 있었다는 것이었다. ‘네가 알아서 하세요’라는 식이었다고 했다.
인문학은 인격과 같은 인간의 가치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토닥이고 쓰다듬는 것이라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란 책 제목을 언급하며 김난도 교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출판사에서 시장논리에 맞게 저자와는 상관없이 제목을 정한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기성세대는 반성해야
40대 이상에서는 입사원서를 5곳 접수하면 3곳 정도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고 했다. 현재는 200여 통의 이력서를 넣어도 한 곳에서도 연락을 못 받는다는 것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에 ‘그래도 너는 청춘이지 않니?’라고 한다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은 어른만 아팠는데 지금은 애들도 아프다는 것이었다. 1일 평균 7명이 자살한다고 했다. 진단이 좋지 않으면 처방이 좋지 못하고, 치료를 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대학에 입학하면 1년 동안 실컷 놀았다고 했다. 군대 복무기간이 33~34개월이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역하면 직업이 보장됐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현재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입사준비에 들어간다고 했다. 놀 틈도 없이. 선배들을 보니 불안해 군대로 튄다고 했다. 그러나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니 늘 걱정거리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군대에 사고가 자주 난다는 것이었다.
40~50대는 부모세대의 희생으로 누리고 살았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나은 시대를 물려줘야 한다고 했다. 부모세대가 우리에게 물려준 것보다. 기성세대는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셀프 힐링은 집단 마스터베이션에 불과하다고 했다. 삶을 다운 사이징하게 되니까.
인문학은 사람이 주제이고 주인
‘문사철’로 일컬어지고 있는 인문학은 자연과학과 대조해서 사람이 주제이고 사람이 주인이라고 했다. 휴머니티라는 것이었다. 질문이 시작됐다고 했다. ‘내가 뭐야(철학)?’, ‘내 인생은 뭐야(문학)?’, ‘세상은 뭐야(역사)?’처럼. 어떤 분야, 어떤 과목, 어떤 학문이든 시간이 변해도 주체와 대상은 인간이라고 했다. 물리학은 시간의 불변이었는데 에너지가 상수일 때는 시간도 변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에서 문사철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아카데미 인문학은 자기들끼리였다고 했다. 그래서 어려웠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자리가 줄어드니까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쉽게 됐다는 것이었다.
연애는 미분, 결혼은 적분
김 선생은 학교에서 강의할 때 잘 들었던 예가 ‘미`적분’이었다고 했다.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들어본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하면서 자동차 굴러가는 것도 미분이라고 했다. 수학은 살기 싫어도 해야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수학은 자연의 법칙을 수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연애는 미분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분은 기울기를 구하는 것으로, 기울기는 내 삶의 척도와 관심사라는 것이었다. 결혼은 적분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적분을 통해 사람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학은 계산만 하고 음악은 음악만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통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할머님`부모님 세대는 기구했다고 하였다. 나라가 망했다고 했다. 해방되자 곧 내전과 쿠테타가 연속 일어났다고 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애들에게는 부모세대가 짐이 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세대를 존경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