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산불 현장 출동 시 여성 소방관 제외는 성차별”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4/12/23 [12:24]

▲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 “보호와 배려라는 명목으로 여성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적 인식의 또 다른 단면”

 

소방 현장 출동시 여성 소방대원을 배제하는 것은 성차별적 업무배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23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인 여성 소방관 A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소방 차량 운전 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직속 팀장인 B씨가 진정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특히 A씨는 본인이 화학차 운전 담당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월 2일 산불 지원에 화학차를 출동시키면서 담당자인 본인을 제외하고 남성 대원을 배치한 것은 성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씨는 “팀원들의 담당 업무는 당사자의 의사를 수렴하되, 업무 경력 등을 참고해 결정하는 것이고, 산불 출동에서 A씨를 제외한 것은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한 배려”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업무를 숙련되게 수행할 인력으로 출동대를 편성한 것으로서, 진정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이번 사안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참고인 등의 진술에서 B씨가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던 점이 확인됐고, 이러한 인식 때문에 대형면허를 보유하고 물탱크차 등 실습 경험이 있는 A씨가 남성 대원과 비교해 원하는 운전 업무를 수행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가 화학차 담당인 A씨를 일방적으로 산불 출동대에서 제외하고 다른 남성 대원을 배치한 것 역시,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A씨에게 출동 의사가 있는지,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살피거나 고려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여성은 장거리 운전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급박하고 열악한 산불 현장에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성차별적 편견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보호와 배려의 명목으로 여성들을 특정 업무에 배치하지 않는 것은 성차별적 인식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 지적하면서 “같은 현장에서 여성 소방관의 지휘 아래 산불 지원 업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다른 소방서의 사례를 보더라도 진정인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합리적 사유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개인 차원의 각성이 아닌 조직 차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해당 소방본부장에게 현장 출동 시 여성대원 배제 등 성차별적 업무 배치를 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과, 간부 대상 성평등 교육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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