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 강원희 작가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4/07/04 [15:27]

▲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 표지

 

[한국인권신문=백승렬] 

 

오는 7월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프라자에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이번 출판기념회에 앞서 필자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의 저자이자 다수의 동화를 집필해온 강원희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어떻게 동화 작가가 되었나?

 

청소년시절 이중섭화가의 어린이 그림을 보면서 선잠을 깨고 난 아이의 울음처럼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어요. 화가의 그림이 마치 내게 무슨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죠.

 

그 이후 신춘문예를 서성이며 오직 어린이들을 위한 글을 쓰게 되면서 동화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 이번 작품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어린 시절 시골에서 처음 허수아비를 만났을 때 참 놀라웠어요. 세상에 이렇게 무섭고 가엾은 사람이 있을까, 크리스마스 때마다 성탄공연을 보러가기 위해 예배당에서 만난 십자가의 예수님 형상이랄까, 어린 시절 새겨진 측은지심 그 마음과 크리스마스 공연에 대한 배경으로 ‘뮤지컬 배우 허수아비’를 쓰게 됐습니다.

 

-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가 연극·뮤지컬 등으로 재탄생하는데, 소감은?

 

작품 속 ‘허수아비’는 책 속에 그냥 누워 있지만, 뮤지컬은 무대 위에 올려지기 때문에 허수아비가 살아서 움직이고 노래하고 춤추고 자기들 모습하고 똑같이 움직이니까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허수아비는 아이들을 의인화한 거죠. 아이들을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걸 읽는 거죠. 작품을 읽지 않으면 허수아비를 일으켜 세울 수가 없어요. 글은 책 속에 그냥 담겨 있으니까, 페이지를 열기 전에 열면 자기만의 상상 속 허수아비하고 있겠죠. 근데 무대에서 보여주면 자기 친구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 뮤지컬 제작을 대비, 작사를 염두에 두고 시를 썼는데 어렵지 않았는지?

 

뮤지컬을 처음 만나보기 때문에 이번이 작사 첫 시도였어요. 작사는 동시와 동요가 다른 낯선 장르라서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시에 노래가 입혀진다니 날개를 단것만 같아 하늘을 나는 듯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달과 별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빛과 소금처럼 꿈과 사랑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꿈은 마중물처럼 우리를 목마르지 않게 하고 사랑은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 또한 사랑의 힘이에요.

 

우리 모두는 뮤지컬배우처럼 인생의 무대 위에서 사랑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라는 거죠.

 

-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를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동화를 쓰는 일은 홀로 하는 작업이여서 모든 것을 스스로 끝내면 끝이 나지만 ‘뮤지컬배우허수아비’는 공연작품이므로 작가는 한조각의 퍼즐일 뿐이며, 완성도를 위해 많은 분들의 또 다른 퍼즐이 필요했어요.

 

덕분에 작품이 해바라기처럼 두툼해지고 풍요로워졌어요. 예술의 묘미를 배우게 된 계기가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눈사람. 허수아비는 녹지 않지만 눈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므로…녹기 전에 껴안아주고 싶었어요. 우리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눈사람처럼 사라지기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 작가 강원희

 

- 작품 속 ‘눈사람’은 무엇을 뜻하는지.

 

‘기후 변화’에요. 눈사람은 녹아버리잖아요. 지금 북극곰들도 얼음이 녹기 때문에 갈 곳을 잃은 것처럼 어쩌면 눈사람은 기후에 대한 어떤 예감으로 쓴 걸지도 모르겠어요. 눈사람은 녹으면 금방 사라져요. 요즘 기후 변화가 그렇죠. 결국은 우리가 사는 이 땅도 순수한 아이들의 것을 빌려 쓰는 건데, 그걸 우리가 너무 잘 못 가꾸고 있는 거죠.

 

- 참새들은 뭘 상징하나요.

 

참새들은 글쎄요. 어린이들이죠. 흙 묻은 발을 허수아비 옷에다 닦는 개구쟁이들, 철모르는 어린이들, 그런 순수함이랄까. 그래서 자기 목소리로 노래도 하고 이러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새들이 많아요. 허수아비하고 눈사람은 대비가 되는데, 허수아비는 서 있는 물체고 눈사람은 언젠가 녹아버리죠. 한계가 있어요. 사람은 사람인데 하나는 허수아비고 하나는 눈사람으로 녹아서 날아가 없어지는 거죠.

 

- 허수아비는 무엇을 뜻하나요.

 

허수아비는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며 춤추고 노래하고 풍각쟁이한테 춤을 배우고 또 소리쟁이 새들에게 노래를 배우고 그러는 요즘 아이들의 그런 특징을 지니고 있고요. 눈사람은 정말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구름에서 왔다가 또 얼었다가 녹았다가 떨어져서 하는 게 작품 속 대화 중에도 ‘단 하루라도 좋으니까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보통은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죠. 아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눈사람에게 쥐 눈이 콩에다 돼지감자 코를 만들죠. 근데 이 눈사람 입에다 빈 병을 꽂아놨어요. 그러면 바람에 의해 병에서 휘파람이 불잖아요. 휘파람 부는 눈사람이 이제 허수아비랑 대화를 나누게 되죠.

 

- 녹아서 사라지는 ‘눈사람’은 우리의 인생 이야기 같다.

 

봄에 피는 매화나무에 기댄 눈사람 몸에서 꽃향기가 되게 나잖아요. 그러면 허수아비가 꽃가지를 꺾어서 눈사람 병에다 꽂아주면 휘파람이 불 때, 꽃향기가 진동하네 하고 말하죠.

 

이들은 또 하늘의 별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러면서 ‘너에게 깨끗한 별을 줄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바라봐서 별 들이 때가 묻지 않았을까’ 이런 대화를 하면서 별 두 개를 그리죠. 별 두 개는 이별이죠. 네 개면 사별이고요. 허수아비는 주인어른하고 사별했어요. 자기를 만들어준 주인어른이 땅도 물려준다고 했지만, 주인 아들이 몽땅 빼앗는 그런 내용이 있어요. 그 허수아비는 그야말로 허수아비 식으로 시대를 살아왔죠. 눈사람도 언젠간 사라질 운명이지만, 허수아비와 같이 교류하면서 살아가죠. 허수아비는 ‘예스터데이’(Yesterday) 과거에서 온 사람이에요. 눈사람은 구름으로 떠돌다 내려와 눈사람이 된 미래(Future)에서 온, 기후와도 관계되는 눈사람이죠.

 

- 동화와 일반 소설의 차이점은?

 

일반소설은 어린이가 읽기 어렵지만 동화는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죠. 어른도 한때 어린이였으므로 동화를 통해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으니…. 일반소설과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 동심이 사라진 시대다.

 

지금은 아이들의 동심 공간이 없어요. 놀이터에도 공원에도 태권도장에 가도 없어요. 어린 시절에 아기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던 친구들은 정말 성장 과정부터가 틀리더라고요. 아쉽게도 저는 제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준 기억이 없어요. 왜냐면 제가 동화를 쓴다면서 안팎으로 방송 일도 하고 이랬거든요. 아이에게 따뜻하게 해줬던 기억이 저에게 없었어요. 미국 생활이 바쁘다 보니 제 딸아이도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동화를 쓴다고 하면서 내 아이를 두고 무엇을 위해 일했나. 요즘은 그런 생각이 부쩍 많이 들어요. 그것을 내 딸 아이들을 위해 빚 갚는 심정으로 키워주게 됐던 거죠. 미국에서는 아이들 키우는 게 정말 쉽지가 않아요. 부모들이 다들 바쁘니까요. 한국도 그렇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을 품에 안아서 키우던 문화가 이제는 사라진 데다 그런 아이들이 커서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또 무슨 꿈을 꿔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시대가 안타까워요.

 

- 동화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동화작가를 꿈꾸면서 어린 시절 읽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 읽는…그런 동화를 쓰고 싶었어요. 어쩌면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를 통해 그 꿈을 이룬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AI시대 종이책의 세상이 점점 멀어지고 아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 동화작가를 꿈꾸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그대가 아니면 누가 꿈꾸겠는가.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좀 더 파릇해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그동안 ‘내 유년의별’이었던 화가 이중섭에게 빌렸던 빛은 고스란히 내게 빚이 되었습니다. 그 감사의 빚을 갚기 위해 ‘이중섭의 시네마천국’이란 제목으로 시를 쓰고 있었어요. 이 세상 소풍을 떠나기 전에 화가 이중섭의 그림과 함께 시집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에쿠우스와의 만남이 아니었다면 뮤지컬배우 허수아비는 아직도 시골 쥐꼬랑밭에 홀로 서있는 먼지투성이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 분과의 만남이 우연이 아님을 마음깊이 감사드립니다.

 

한편, 강원희 작가는 한국외국어대학 영어과 졸업 후 <꿈을 긷는 두레박>으로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을 시작으로, 시 <별자리를 따라간 이중섭>으로 재외동포문학상 대상, <북청에서 온 사자>로 MBC장편창작동화대상, <잿빛 느티나무>로 세종아동문학상, <바람이 찍은 발자국>으로 한정동문학상, <흑인병사의 눈물>로 미주중앙일보 단편소설당선, 작품집 <은종이 그림속의 아이들>, <어린이를 사랑한 이중섭>, <술래와 풍금소리>, <별들은 휘파람을 분다>, <어린까망이의 눈물>, <그 사람이름 박인환> 등을 썼으며 현재도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훌륭한 책들에 굶주려 있다. 놀라울 정도로 인간세상을 풍자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허수아비’는 틀림없이 명작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백승렬 0177664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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