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주친 ‘켤레’

배재탁 | 입력 : 2024/06/10 [08:52]

  © 배재탁

 

오랜만에 마주친 ‘켤레’

 

얼마 전 필자는 길을 가다 어느 신발 가게에 ‘한 켤레 7,000원 두 켤레 12,000원’이라고 쓴 문구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켤레’는 누구나 아는 단어로, 양말이나 신발을 세는 단어다. 그런데 요즘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갑자기 마주하니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우리말로 웃을 세는 단위는 ‘벌’이다. ‘단벌 신사’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복 ‘한 벌’ 사야겠다”고 하던 말이, 요즘은 “양복 ‘하나’ 사야겠다”로 바뀌었다.

 

한참 전에 한국어를 아주 잘하는 미국인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그에게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힘들었던 게 뭔가”를 물었다. 필자는 ‘존댓말’이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단위’라고 답했다.

 

하긴 우리말은 단위를 표현하는 단어가 참 많다.

자동차나 기계는 ‘대’, 나무는 ‘그루’(많을 경우엔 ‘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동물은 ‘마리’(말은 ‘필’이라고도 하고, 조기 같은 경우 ‘미’라고도 한다), 집은 ‘채’, 배는 ‘척’, 종이는 ‘장’, 책은 ‘권’, 신문은 ‘부’, 배추는 ‘포기’... 심지어 사람의 경우 ‘사람’ ‘인’ ‘명’ ‘분’ 등 다양한 표현이 있지만 의미가 미세하게 다르다.

 

복수를 나타내는 단어도 많다.

생선 두 마리는 ‘손’, 마늘이나 채소 100개를 ‘접’, 바늘 스물 네 개는 ‘쌈’, 달걀 10개는 ‘꾸러미’ 등...

 

이러니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단위’가 힘들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단위를 나타내는 단어 사용이 점점 줄고 있다. 그냥 하나 둘 이렇게 숫자로만 표현하든가, 뭉뚱그려 ‘세트’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과거에 사용하던 ‘돈(금이나 은)’ ‘근(고기)’ ‘말(곡식)‘ ’평(땅이나 집)‘ 같은 단어는 정확한 측정을 위해 그램이나 미터로 바뀌었다.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릴 땐 자주 사용하던 우리 말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든다.

 

<한국인권신문 편집국장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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