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장병부모들 “믿고 맡긴 우리 자식, 언제까지 죽일 것인가”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4/06/04 [16:34]

▲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전역 병사 부모들과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육군 12사단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군 장병 부모들과 군인권센터가 국방부 청사 앞에 모여 사과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상병 사망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바뀐 것이 없고 여전히 군인들을 쓰다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할 뿐”이라고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살인죄, 상해치사죄, 업무상과실치사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법리를 따지는 것은 둘째 문제”라며 “일단 수사기관은 가혹행위와 사망에 책임이 있는 중대장, 부중대장 등을 신속히 수사하고 신변확보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구속수사에 돌입하는 것이 우선 임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지 않았다던 경찰은 혐의자들을 입건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가혹행위 피해자 훈련병부터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사망 훈련병의 건강 상태를 간부에게 보고한 훈련병이 없다’는 해괴한 얘기부터 언론에 흘렸다”면서 “진위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의도성이 다분한 물타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본질을 흐리고 지엽적이고 디테일한 제보들의 진위규명에 포커스를 맞춰 여론을 호도하고 사안을 ‘진실공방’으로 몰고 가려는 저열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임 소장은 “확실한 재발방지대책은 분명한 진상규명에서 출발한다”며 “경찰은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가해자들의 신변부터 확보한 뒤 부대관련자, 의료기관 등을 상대로 면밀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군 장병 부모로 구성된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부모연대’ 소속 회원 약 50명과 앞서 군에서 사망한 장병들의 유족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검은 옷과 마스크, 모자를 쓰고 ‘믿고 맡긴 우리자식 언제까지 죽일거냐’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2022년 11월 군 복무 중 집단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우리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12사단에서 아들 한 명이 또 가혹한 얼차려를 받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아들을 잃었는데 그게 아무런 변화조차 가져오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어 “애써서 자식 키워 보냈더니 싸늘한 주검으로 돌려보낸 것 말고 국가가 우리 부모들을 위해 대체 뭘 해줬습니까? 아이들 힘들 때 신경써줬습니까? 사건사고를 막아줬습니까? 사건의 진실을 밝혀줬습니까? 아니면 예우라도 제대로 해줬습니까?”라고 물으며 “이래놓고 무슨 염치로 자꾸 자식들을 군대로 보내라고 통지서 쪼가리를 집집마다 보내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씨는 “매번 사건 터질 때마다 벌 받을 사람 벌 안주고, 진실 밝히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으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니까 다들 사람 목숨 귀한 줄 모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라면서 “이번에도 또 그러려는 것 같은데 이게 바로 다음 죽음을 예고하는 거나 다름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군인권센터는 경찰과 군의 사건 은폐·축소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내비쳤다. 임 소장은 “군은 유족들이 공론화를 원치 않는다며 다른 훈련병들 부모님이 외부에 확산시킬까 입을 틀어막았다”며 “국민들과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얕은 수로 책임을 줄여보려는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고 말했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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