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위력과 책임감

배재탁 | 입력 : 2024/03/27 [08:06]


요즘 횡단보도를 건너다보면, 차들이 정지선을 잘 지키며 얌전하게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약 3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한땐 차가 빨간불에 일단 정차했다가도 인도의 파란불이 빨간불로 바뀌면, 횡단보도를 슬금슬금 가로질러 앞으로 나가 다시 정차하는 게 효율적이고 매너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도 사라졌다.

 

사실 운전할 때 정지선을 잘 지키게 된 것엔 한 방송프로그램의 역할이 컸다. 바로 약 30년 전인 1996년 방송되었던 양심냉장고덕이다.

당시 일요일을 책임진다고 할만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인기 프로그램이 있었다. ‘개그계의 신사주병진의 사회로 이경규와 노사연 등이 출연했었다. 이경규는 이경규가 간다라는 코너를 맡고 있었는데, 이는 오락물을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한 당시로선 신선한 발상이었다.

운전자들이 하도 신호와 정지선을 지키지 않자, 잘 지킨 운전자에게 양심냉장고를 선물했다.

 

첫 방송에선 새벽에 이면도로에 있는 신호등과 정지선을 지키는 차량을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았는데, 처음 제대로 찾은 운전자를 만나보니 장애를 가진 사람이어서(사진) ‘조작 시비까지 일기도 했었다.

 

한번은 넓은 도로를 미리 예고하고 제작했는데, 일부 무리의 운전자들이 합심(?)해 작전을 짜며 양심냉장고에 도전했으나 무위로 끝난 경우도 있었다.

이 코너가 인기를 끌자 어떤 지방방송에선 이를 흉내 내, 똑같은 방식으로 양심밥솥을 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지금은 당연하게 정지선을 잘 지킨다.

이는 방송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고, 그만큼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신중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한국인권신문 편집국장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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