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열악한 판잣집서 먹고 자고…권익위, 억울한 외국인 근로자 구제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4/03/20 [12:39]

▲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사업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E-9)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권익위)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 “고용주가 기본적 생활 불가능한 곳에 거주하도록 해…사업장 변경 허가해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풍랑에 흔들리는 바다 위 바지선 위에서 힘들게 생활하던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을 변경하고, 취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구제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E-9)를 통해 국내에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의 A씨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한 양식장 사업주 B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위 양식장에서 사료 투입과 그물을 관리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주는 고용허가서 및 근로계약서와 달리 기본적인 생활을할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하지 않고, 추운 겨울에 A씨를 식사‧세탁‧세면등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바다 위 바지선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였으나 B씨가 이를 받아주지 않자, C고용노동지청에 직접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다. 한편, B씨는 A씨가 사업장 무단 이탈을 하였다는 이유로 2023년 4월 C고용노동지청에 고용변동을 신고했다.

 

C고용노동지청은 사업장 변경 여부 등에 대해 A씨와 B씨가 서로다르게 주장하자, 이를 결론짓기 위해 2023년 7월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를 개최했으나, A씨를 사업장 무단 이탈로 결정하고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고용허가서 및 근로계약서와 달리 바다 위에서 지내며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억울하게 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했다”며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의 실태조사 결과, A씨는 고용허가서 및 근로계약서와 달리 주택을 제공 받지 못했고, 주택 대신에 살고 있는 바다 위 바지선 쉼터에서는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그 밖에 부당한 처우도 받고 있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권익위는 A씨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도록 C고용노동지청에 의견을 제시했다.

 

C고용노동지청은 권익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A씨에 대한 고용변동신고 내용을 ‘사업장 무단 이탈’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으로 정정하고, A씨가 요청하는 지역으로사업장 변경을 허용함으로써 A씨의 체류자격을 회복하고 취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제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번 고충민원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차별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민원 해결에 더해 지난 1월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보호 및 국내 인력난 해소를 위한 개선방안’이 신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아가는 한편,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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