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시달리던 공무원 사망…“악성 민원 근절,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4/03/08 [15:43]

▲ 8일 김포시청에서 악성 민원 대책 및 인력확충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노총 간부와 조합원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노총)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최근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노조가 정부를 향해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8일 김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당장 조속히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분석하고, 공무원 노동자를 대변하는 공무원노동조합과 논의 테이블을 구성해 악성 민원을 반드시 근절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포시청에서 도로보수·관리 업무를 맡아 1년 6개월차 9급 공무원을 이어오던 A씨는 지난 5일 인천 서구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A씨는 지역 온라인 카페에 교통체증이 빚어진 도로 보수공사 책임자로 지목, 실명 등이 공개되면서 괴로움을 호소했던 사실이 동료들의 증언 등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온라인 카페에서는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공노총에 따르면, 숨진 채 발견된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A씨 자택에 설치된 컴퓨터에는 ‘악성민원 때문에 힘들다’라는 내용이 적힌 일기장 비슷한 메모장 파일이 다수 발견됐다.

 

이에 공노총은 “불합리한 요구를 넘어 개인 신상을 유포하는 등 도를 넘은 민원은 시민 권리가 아니라 개인의 존엄을 짓밟고 삶을 파괴하는 폭력”이라며 “정부는 악성 민원에 대한 실태조사나 보호계획 조차 만들지 않아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멍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악성 민원은 민원이 아닌 범죄인 만큼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민원 담당 공무원의 개인정보 보호 대책 마련과 함께 인력 확충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노총이 지난해 8월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7천61명 가운데 84%가 최근 5년 사이 악성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악성 민원을 받은 횟수는 월평균 1∼3회가 42.3%, 1회 미만이 30%, 6회 이상이 15.6%, 4∼5회가 12.1%로 집계됐다.

 

응답자들은 악성 민원에 따른 후유증으로 퇴근 후 당시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 업무 집중력 감소 등 무기력함, 새로운 민원인 상대 두려움 등을 꼽았다.

 

이날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악성 민원은 공무원 노동자를 향한 ‘소리 있는 살인’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다”며 “정부가 이제는 악성 민원을 뿌리 뽑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행정안전부가 악성민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8일 행안부는 민원인의 폭언, 폭행 등 위법행위, 업무방해 행위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부터 혁신조직국과 지방행정국, 자치분권국 등을 중심으로 내부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인사혁신처,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 등 주요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확대·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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