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가 만난 사람 ‘라오스의 숨은 보석, 씨엥쿠앙’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4/02/07 [14:51]

 

씨엥쿠앙 폰사완에서 열린 몽족 축제

 

라오스에는 색다른 문화와 볼거리가 많았다. 또 그곳에는 흉내 낼 수 없는 여유로움으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함박웃음을 지어주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기억에서 잊히지 않을 추억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30여 분 비행기를 타고 북동쪽으로 이동해 해발 1,000m에 있는 씨엥쿠앙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라오스에서 가장 높은 산인 푸비 산이 있는데 산 주변으로 아주 험난하고 웅장한 산들이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몽족, 타이프안, 타이담, 타이뎅 같은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이곳 폰사완에는 라오스 전역에서 몰려온 몽족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마치 라오스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 것처럼 느껴졌다. 축제를 맞이해 젊은 몽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수백 명의 선남선녀가 줄지어 공을 던지며 노는데 여기에는 마음에 드는 짝을 찾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공놀이는 애인을 구하기 위한 몽족 전통 놀이로 호감이 있는 사람 앞에 가서 공을 주고받으면서 짝을 찾는 문화다. 처음 만난 상대와 공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집중하다 보면 없던 호감도 생긴다고 한다. 필자도 공놀이에 참여했는데 공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눈빛도 마주치고 금방 친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새해를 맞아 열리는 몽족 축제는 누구 하나 빠짐없이 최선을 다해 축제를 즐기는데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소싸움이다. 일 년 동안 열심히 훈련 시킨 소들이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소싸움은 집에서 기르던 소를 데려와서 싸움을 시키는데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에 축제 현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소 두 마리가 힘겨루기를 하는데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함성도 함께 높아졌다.

 

오후가 되자 햇볕이 점점 강해지는 가운데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일행을 발견했다. 그런데 어쩐지 한국사람 같아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한국 분을 만나니 너무 반갑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많은 몽족 사람 중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 거예요?”

“라오스의 몽족 축제가 워낙 크기 때문에 회사 홍보도 하고 한국을 좀 알리고 싶어서 무료로 물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물을 마시니 정말 단비 같습니다.”

“몽족 축제가 워낙 커요. 이 나라에서는 몽족이 전 세계에 퍼져있는데 오늘 다 모이는 날이거든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봉사를 나온 그는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는 이서진 대표다. 그는 지난 2022년 라오스 정부와 1,400km에 이르는 관광 케이블카 등 시설 및 운영권에 대해 협약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이 사업은 주요 관광지를 통과하는 구간에 3,000실 규모의 호텔 7개소와 리조트 6개소, 인터넷 기지국 14개소 등 관광에 필요한 시설들을 독점 개발, 관리하는 프로젝트다. 사실 케이블카 길이로는 최장인 이 사업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을 한국 기업인이 최초로 시도했다는 것과 라오스 정부가 보증했다는 사실에 주목받았다.

이 사업을 통해 라오스 정부는 1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반기고 있고 향후 5년 이내에 GDP가 4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한국의 청년들에게도 일자리가 5~6만 개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저는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대한민국과 라오스가 함께 번영하는 길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고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과 라오스의 발전에 기여하고, 국가와 사회에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기업가를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제가 씨엥쿠앙 여행을 왔거든요, 혹시 이곳 안내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이서진 대표는 현지에서 32년째 사는 김문규 대표를 소개해주었다.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가득한 몽족 축제를 신나게 즐기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쌀국수

 

다음날, 한없이 여유로운 씨엥쿠앙의 아침이 밝았다. 산책이나 할까 싶어 마을을 둘러보았다. 어디선가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옛날 어릴 적 시골 부엌을 연상케 하는 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겨운 모습에 끌려 다가가 보았는데 눈길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었다. 채반에 하얀 무언가를 널어두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바로 쌀국수 면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옛날 방식 그대로 전통을 지키며 살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인사를 나누고 주인장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라오스는 베트남과 인접해 쌀국수 문화가 발달해 쌀국수 면을 만드는 집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상품으로 나가는 쌀국수는 이틀을 말리고, 일반 쌀국수는 3시간 정도 말려서 썰어서 먹습니다.”

“쌀국수에 관해 소개 좀 부탁합니다.”

“라오스의 쌀국수는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요. 퍼(Pho)라고 불리는 이 쌀국수는 베트남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쌀가루를 아주 묽게 반죽해서 화덕 위 철판에 붓고 바가지를 이용해 얇게 펴준 다음, 도구로 돌돌 말아서 채반에 잘 펴주면 됩니다.”

쌀 반죽은 마치 크림수프처럼 생겼는데 크림처럼 부드러운 반죽을 종잇장처럼 얇게 펴는 것이 포인트라고 한다.

“한 번 해보시겠어요?”

필자는 호기롭게 반죽 펴기에 도전했지만,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주인장은 손목에 힘을 주지 말고 살살하라고 일러주었다.

“저는 얇게 펴려고 노력했는데 다 찢어졌어요. 큰일 났어요, 결국은 제대로 완성을 못 하고 갈 것 같습니다.”

 

이후 여러 번 도전했지만 계속 실패였다. 역시 쉬운 일은 없었다. 완성된 반죽은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반나절에서 이틀까지 말리는데 이곳에서 만든 쌀국수 면은 몇 달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특유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기계가 아닌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다른 쌀국수 면보다 가격도 30~50% 정도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전통 퍼는 시원한 국물에 숙주와 채소를 곁들여 먹는 것으로 생각보다 향신료가 느껴지지 않아 담백한 맛이 매력이다. 필자도 채소를 넣어 쌀국수를 맛보았다.

“면이 쫄깃쫄깃하면서 퍼지지 않고 뭔가 밥을 먹는 듯한 그런 느낌이에요. 여러분도 라오스에 오시면 쌀국수 꼭 한번 드셔보세요. 맛있습니다.”

  

 

부처님 유해 모신 탓푼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몽족 축제에서 안내를 소개 받은 김문규 씨를 만나기 위해 골프장을 찾았다. 김문규 씨는 라오스에 온 지 무려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한국에서 골프선수가 와서 연습한다고 해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남자 분은 PGA 선수 출신인데 같이 가르쳐주면서 저는 멘탈 관리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는 라오스에 32년 동안 거주하면서 라오스 볼링과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외국 사람이 다른 나라의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라오스 거주 32년 차인 그가 안내한 첫 번째 관광지는 바로 탓푼이었다.

“여기서 탑은 라오스 말로 탓푼(That Phoun)이에요. 탓(That)이라는 게 탑이라는 뜻이고 푼(Phoun)은 먼지라는 뜻인데 화장하고 남은 재를 ‘푼’이라고 해요. 즉 부처님을 화장하고 남은 재를 여기에 보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14세기쯤에 지어진 탓푼은 부처님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데 그 웅장함에 한번 놀라고, 탑이 내뿜는 신비로운 기운에 두 번 놀라게 된다고 한다. 탓푼은 씨엥쿠앙의 옛 주도인 므엉쿤에 있다.

“자세히 보시면 부처의 오른쪽 눈과 왼쪽 팔이 폭탄으로 인해서 훼손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저는 오래되어서 부식된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폭탄에 의해서 훼손된 겁니다.”

베트남 전쟁 때 여러 차례 폭격을 받았다는 이곳의 불상 곳곳에는 당시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오래된 사원을 보면 복원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왜 복원하지 않았을까요?”

“라오스말로는 유물을 머라독이라고 해요. 즉 있는 상태 그대로 유물을 보존한다는 취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런 큰 뜻이 담겨 있군요. 하기는 유물을 가장 아름답게 지키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신비로운 돌항아리 평원

 

다음으로 향한 곳은 씨엥쿠앙을 대표하는 유적지, 돌항아리 평원인데 사실 이곳은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곳이다.

“어떤 문헌에 보면 1,50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고 또 어떤 데는 3,50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 그것도 확실한 게 아니에요.”

필자의 눈에 항아리들은 옛날 어머니들이 독에 물을 부어서 물 창고처럼 쓰시던 것 같기도 하고 우물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돌항아리가 있는 곳이 씨엥쿠앙 지역에 한 80여 곳이 있는데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곳은 11군데예요.”

누가, 어떻게, 왜 이렇게 많은 돌항아리를 이곳에 만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씨엥쿠앙을 타깃으로 한 폭격 속에서도 이 돌항아리 평원의 신비로운 모습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라오스에서 오랜 세월 살고 계시는데 라오스는 어떤 나라예요?”

“돌항아리 같다고 할까요?”

“돌항아리처럼 미스터리하다는 말인가요?”

“네, 사실 라오스는 나라 전체나 사람들이 좀 신비스러워요. 순수하고 신비스러운 면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제 인생의 마지막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라오스를 한국 사람들에게 알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리는 게 꿈이고 소망입니다.”

 

라오스의 매력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꿈이라 말하는 김문규 씨를 ‘행복한 아침’이 응원한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베트남은 손쉽게 다가가는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제는 라오스로 눈을 돌려보아도 좋을 듯하다. 필자가 다녀온 라오스는 마치 1970년대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이 정감 있고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나라였다. 올해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라오스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 소설가 전정희

 

취재, 글 / 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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