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수의 뉴스 브리핑] 엘리엇 삼성물산 공격… “대기업 평소에 잘해라!”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5/06/11 [04:28]

 

 

 

[한국인권신문]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하여 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두 기업 간 합병비율(제일모직:삼성물산=1:0.35)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결국, 엘리엇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합병 여부는 내달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갈리게 됐다.

 

이처럼 외국계 투자회사가 한국의 대표 재벌그룹으로 꼽히는 삼성에 공격적인 경영간섭을 할 수 있는 것은 재벌 총수의 지분율이 낮은 데서 비롯된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계열사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율은 13.65%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9.8%), 외국인투자자(33.69%), 기타 투자자(42.87%)가 보유하고 있다. 이중 엘리엇의 지분율은 7.12%이다. 우리나라의 상당수 대기업이 그렇듯이 삼성물산 역시 외국인투자자들이 기업 총수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즉, 외국인투자자들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경영권까지도 고스란히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그룹 총수들의 처지인 것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10조 원을 넘게 들여 삼성동에 자리한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했을 때 외국인투자자들이 그룹 오너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그 여파는 당시 외국인투자자의 이탈과 함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외국인투자자의 경영참여는 무릇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사모펀드나 연기금 등이 자신들이 투자한 세계 각국의 기업에 대해 주주로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이 경영참여보다는 주로 배당에만 관심을 뒀지만, 이제는 기업의 인수합병, 배당, 자회사 매각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중요한 사항을 의결하는데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강한 도덕성과 윤리성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경영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주주의 권익을 제대로 옹호하겠다는 투자자들의 강한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스탠다드가 기업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재벌그룹들은 이러한 윤리경영, 투명경영이라는 글로벌스탠다드의 변화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은 여전히 기업의 의사결정권을 독점하고 자식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는 등의 한국적 경영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삼성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승계가 되고 있는 과정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삼성을 지목해서 공격적으로 나선 부분은 매우 의미 신장한 일이다. 더 이상 한국의 대기업들도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있어서 투자자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가족승계에 염증을 느낀 외국인투자자들이 그룹 총수를 강제로 끌어내리고 대신 그 자리에 전문 경영인을 세우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제 우리나라 재벌그룹들도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주주 중심의 경영을 해야 한다. 총수일가의 배만 채우고 투자하지 않는 재벌그룹들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외국인투자자의 정당한 경영참여를 기업사냥이라며 국민을 호도하고 국민의 민족주의적 정서와 감정에 호소해 잠시 위기만 모면하려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잘해야 국민도 기업의 편에서 그들을 도울 것이다.

 

 

※ 이 기사는 미래경영연구소 황장수 소장이 진행하는 '황장수 뉴스 브리핑'의 방송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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