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 대응 ‘빨간 불’, 전담공무원 부족 신음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2/09/26 [17:20]

▲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한국인권신문=박천웅 기자] 

 

아동학대 사건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도입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제도가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전담공무원 배치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 받은 후 현장에 출동해 조사 진행, 응급 및 분리 조치 시행, 시설 인계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다. 기존에 민간기관이 담당하던 업무를 세분화하여 공공영역에서 책임감 있게 해결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역할은 해가 지날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총 5만3,932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2020년 대비 27.6%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전담공무원 등의 조사를 거쳐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총 3만7,605건에 달한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 발견 확률은 아동 1,000명 당 5.02명으로 같은 기간 대비 1명 늘었다. 충격적인 것은 학대 행위자 중 부모가 3만1,486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무려 83.7%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가정 내에서 훈육이라는 명목 아래 체벌, 폭언 등이 무분별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밀착 감시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수가 턱없이 모자르다는 점이다. 일례로 서울시의 경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수가 최근 복지부 권고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연간 아동학대 의심 신고 접수 50건 당 전담공무원 1명을 배치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복지부의 '서울 자치구별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배치 현황 및 1인 당 담당 건수'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가운데 6곳을 제외한 19구가 1인 당 50건 이상의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가해 사례 중 부모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초동 조치를 담당하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업무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부담으로 정서적 학대 등 정황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는 아동학대 대응 관련 중대한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남아 있는 인력의 이탈이다. 인력 충원은 고사하고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이탈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년 간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맡은 사례는 1인 당 100건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정서적 학대는 더욱 면밀한 조사 과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조사 내용을 모두 정리해 구, 경찰 등에 최종 보고해야 한다. 이때 엄청난 업무량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이는 개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으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이탈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보다 더 전문적인 아동학대 조사 및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인력 확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인력 확충 등 제도 개선이 올바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업무 공백, 전문성 결여 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인력 확충이 지방자치단체 직제로 이뤄지는 만큼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원활한 인력 확충이 이뤄지기 위해 정부기관에서 인력을 직접 관리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복지부가 1인 당 담당 건수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 업무 부담을 낮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천웅 기자 pcw8728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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