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정보에 대하여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0/07/29 [10:23]

 

 

[한국인권신문=엄길청]

 

정보의 기본요소를 기밀성(confidentiality) 무결성(integrity) 가용성(availability)으로 용어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2020년 7월말에 잠시 화제의 인물이 있었다면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그중 한명이었다. 평소에 대중에게 말하는 일을 크게 저어(afraid)하지 않는 기질의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국가정보의 최고 기관장 후보로서의 정견을 듣는 공개된 청문회 자리에서 그의 발언논지는 예의 정치적 수사에 기반하여 본인에게는 매우 가용성이 있어보였다. 그러나 몇 가지 회자되던 공지의 궁금증을 대한 답변에서 기밀성이나 무결성의 화법은 거의 다루지 않는 방식으로 그의 공개된 청문회는 정무적인 분위기로 이어졌다.

 

소위 여론(public opinion)과 소통(communication)은 그 수준과 용도가 크게 다르다. 대개 여론은 다중이 갖는 가치선호의 공준(frame of preference)을 버무려서 합당한 얼개 속에 담아내는 정돈된 언로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소통은 서로 갖가지 방향에서 방향으로 주고받는 사적이면서도 군집적인 상호성 있는 공감 같은 것이다. 이날 후보자는 여론보다는 소통에 가까운 화법으로 청문회에 대응한 인상을 받았고, 자신과 소통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존재감을 외부에 보여주는 인상을 주기도 하였다.

 

정보기술이 개인과 개인을 편리하고 빠르게 연결해준지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개인들이 이 기술의 기반위에서 자신의 이름도 알리고,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친구도 얻고, 그리고 정치적으로 힘도 기르는 아주 사적인 이해공간으로 변해간다.

 

물론 이 같은 정보기술 이용에의 친화성은 개인 차이도 아주 크다, 진영을 막론하고 사회적 행동에 주저하지 않는 성격의 사람들 소리가 대개는 자주 들리는데, 이런 것은 개인적인 정의감이나 사명감이라기보다 평소에 사회적 행동에 과감한 개인의 기질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다. 사소한 SNS에 들어가 보면 불과 몇 사람들이 내용을 퍼다 옮기고 자기주장을 연일 쏟아 붓고 있지만, 대개는 침묵하는 등록자들이다. 주로 논쟁을 좋아하고, 트집 잘 잡고, 확 무너트리고 싶고, 마구 소리 지르고 싶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일각의 SNS들은 변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지극히 사적인 노이즈를 이용하여 일으키는 호기심 유발이나 논란의 평지풍파에 기대어 다양성과 개방성을 자극하는 정보사업가들이 세상을 자신들의 정보플랫폼으로 연일 끌어 모아가고 있다. 요즘은 서로 등록자와 광고료를 거래하며 돈을 주고받는 일도 하니 정보사업자와 소통주도자들은 어찌 보면 이미 먹이와 먹이사슬의 공생관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세상도 있다. 얼마 전 모 투자회사가 부유한 투자자들의 주식보유 내용을 조사하여 발표하였는데 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이 다름 아닌 삼성전자였다. 팬데믹으로 주가가 폭락한 이후에 소액의 신규 투자자들이 증시로 들어와 한동안 매수바람을 일으킨 주식도 삼성전자로 알려져 있다. 재정의 고수라는 부자들과 초보적인 신규투자자들의 같은 투자행동 사이에는 과연 어떤 투자판단과 의사결정의 경로차이가 있었을까.

 

투자기관에 큰돈을 맡기는 고수투자자들은 몇 가지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생각을 정리한다. 우선 기업이 안전해야 하고, 오래 성장하고 있어야 하고,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어야 한다. 이런 판단을 가지려면 소통이나 소문이 아닌 경험과 지식과 자료와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큰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누가 퍼트리는 소문이나 공연한 루머에 기대어 위험자산에 돈을 넣지는 않는다. 거액 투자가들의 계좌에 삼성전자가 많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성장하고, 수익을 내고 있다는 믿을만한 회사여서 이다. 그런데 작은 돈으로 삼성전자를 근자에 매수한 사람들은 주가가 팬데믹으로 갑자기 내려가자 잘 알려진 큰 기업의 주식에서 단기차익의 기대로 참여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둘의 기대는 정 반대의 심리를 가지고 있다. 큰돈의 투자자들은 평소에 주가가 단기에 많이 오르내리지 않기를 원하고, 반면에 단기 승부수를 띄운 사람들은 이미 급락한 주가를 보고 다시 한 방향으로 급등을 기대하며 매수한 것이다. 고수는 양방향의 움직임 가능성을 보고 있으며, 초보는 주로 오르는 문제만 생각을 한다.

 

선형 회귀와 정규분포란 통계학이 있다, 모두 추정의 확률에 관한 수리적 방법론들이다. 지난 과거는 이렇게도 계량적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되지만, 다가오는 미래는 수치를 과거에서 가공해야만 어느 정도 어림계산이 가능하다. 이것이 알고리즘이다.

 

그러나 미래 추리의 다른 쪽에는 직관(intuition)이란 것도 있다, 추정을 여러 면에서 보면 예측(prediction)과 예상(estimate)과 예견(foresight)이 있을 수 있다. 알고리즘은 정확한 예측을 하려고 하고, 애널리스트는 상당한 예상을 하려고 하고, 큰 투자자들은 내적통찰(insight)의 예견을 가지고 있다. 즉 큰 투자자들은 나름의 직관들이 있다,   

 

영어에 nifty란 말이 있다, 훌륭하고 솜씨 좋으면서 실질적이란 의미가 담긴 말이다. 미국에서 일반인에게 권하는 장기저축의 주식형 투자상품에 주로 들어가는 대형우량주란 의미의 nifty fifty라는 말이 있다, 안정적인 50개의 큰 우량기업을 모아서 부르는 말이다.

 

장차 팬데믹 여파에서 주가가 좀 더 정상화되면 우리 증시도 대형우량주들이 서서히 시장의 중심에 서서 증시가 서행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렇듯 상식적인 시장의 의견을 모아서 장기간의 주가를 유지해 가면 갑자기 외부 충격이 와도 여간해선 주가기조가 잘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대형우량주로는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드라마틱하게 내기도 어렵다. 소위 작전세력들은 이런 주식근처에 오지 않는다. 그들은 루머나 소문에 약한 주식을 주로 매집하여 시중의 정보망에 손을 대기 때문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공직자들의 가치관이 정파적 견해차가 있더라도 그 범위는 국민의 역사적 가치공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안의 정당함과 정황의 온당함이 있어야 하고, 대중 투자가들이 변화무쌍한 증시에서 미래의 안정된 소득을 기대하는 투자행동이라면 추정의 개연성과 기대의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정보가 국가에도 중요하고 투자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보수용과 인지에 대한 자기행동과 자기식견의 도덕적인 안정감과 논리적 균형감이다, 이런 것을 벗어나면 통계에서는 극단(outlier)라고 한다. 주가지수가 분석가들의 예상보다 점점 높아질수록 극단의 주식들이 갑자기 준동하는 현상도 잦아진다. 초보자는 늘 경계하고 주의할 일이다. 이런 주식들은 잠시 오르고 오래 잠든다.

 

엄 길청(글로벌애널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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