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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거리(distance)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20/04/13 [17:06]

 

 

[한국인권신문=박병률]

 

아침 2층 신이문 역사를 통해 오고 있는데, 1번 안규백입니다! 2번 허용범입니다! 라는 구호가 들렸습니다.
아래 1층에서는 또 다른 당의 후보와  소속 선거운동원들이 유세하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정국에도 불구, 대한민국 주권행사의 장을 지나며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욱 야릇한 것은 기호1,2번 운동원이 나란히, 그것도 거의 딱 붙어 교대로 일정한 간격 유지 속에 듣기 좋은 톤으로 1번과 2번을 외쳤습니다.
다르다면 핫핑크색 점퍼입은 운동원이 1인이었고, 진파랑색 점퍼가 2인이었습니다.
같은 공간에다 거리도 가까워서 파랑과 핫핑크색 점퍼의 대비가 무색하였습니다.
그들 간에는 사회적 거리는 커녕 정치적 거리도 없어보였습니다.
선거운동원이라는 차원에서 미루어볼 때 어쩌면 그들은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인지도 모릅니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단골로 지원하여 나오는 분들인지도 모릅니다.
나오면 반갑고 같이 서있어서 더 반갑고 헤어질 땐 언니 동생하며 헤어지는 사이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습니다.
진영 간 첨예한 경쟁 속에도 서로 가까이 다가서 잔치로 와닿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전쟁보다도 더 예민한 선거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수용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사활을 건 후보들 간의 경쟁과 그들이 속한 정당의 명예를 건 싸움 속에 핀 꽃들이었습니다. 치열하게 자웅을 견주며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승패를 넘어 소통과 공감으로 맺어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1대 선거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내외신 보도도 이어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주권행사에 한 표를 행사하는 오늘 이 한 장면이 상징하는 의미는 매우 크고 깊습니다.
사회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상 일정 거리 이상을 유지하라는 반강제적 규칙과 자발적 호응으로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자부심도 생기던 차에, 승패를 넘어 정치적 거리까지 말끔히 지워버린 오늘아침 그 장면이 내내 떠오릅니다.
사선을 오가는 코로나정국도, 당락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도, 사회적 거리와 정치적 거리를 밀고 당기며 극복하는 저 선거운동원의 여유는 어디서 왔을까요.
그래서 오늘아침 햇살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햇살을 가까이 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특히 아침 햇살은 보약입니다.
개인적으로 나이 탓이기도 하고, 나이 덕분이라고도 여깁니다.
따스하고 찬란한 햇살이 눈동자를 통해 신경망을 타고 머리와 전신을 타고 들어갑니다.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태양을 바라보면 힘과 기운이 납니다.
선거를 이틀 앞둔 오늘아침 장면도 햇살과 함께 더욱 빛나며 전신을 타며 감돌고 있습니다.

 

박병률 highea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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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4/13 [17:06]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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