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인권기념관, ‘나는 간첩이 아니다’ 고문피해자 사진치유전 개최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9/10/25 [10:50]

 

 

[한국인권신문= 광주·전남 취재본부 이길주 기자]

과거 대표적인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고문피해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로 구성된 사진치유전이 열린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10월 31일부터 11월 17일까지 민주인권기념관 5층 조사실에서 간첩조작사건 고문피해자가 직접 찍은 사진 200여점으로 구성된 자기회복 사진치유전《나는 간첩이 아니다-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진치유전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조작된 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 79년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82년과 86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 피해당사자 5명의 치유회복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낸 것이다.

◇피해당사자

- 강광보 : 86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 연루/징역 7년형 확정/2017년 7월 17일 대법원 무죄 확정
- 김순자 : 1979년 삼척고정간첩단 사건 연루/징역 5년형 확정/2013년 11월 14일 대법원 무죄 확정
- 故 김태룡(김순자의 남동생) : 1979년 삼척고정간첩단 사건 연루/무기징역 확정/1998년 석방/2016년 9월 23일 대법원 무죄 확정
- 이사영 :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 연루/징역 15년 확정/13년 교도소 생활 후 출소/2014년 1월 29일 대법원 무죄 확정
- 최양준 : 82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징역 15년 확정/9년 교도소 생활 후 출소/2011년 3월 24일 재심으로 무죄 확정

이들은 3년간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고문 현장을 대면하며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진실을 전하고, 자신의 감정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거쳤다.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현재 모두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지금까지도 고문에 의한 내외적 상처를 갖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사진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고문 피해당사자들이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스스로 극복하며 어떻게 자기치유 행위를 이뤄냈는지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작업에 참여해왔던 김태룡 씨가 지난해 사고로 숨지면서, 나머지 참여자들이 심리적 고통을 받으면서도 다시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민주인권기념관 5층 16개 수사실 중 13개 방을 전시장으로 삼아 총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한다. 1, 2 섹션 별 방의 문마다 피해당사자의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 자화상)가 전시될 예정이며, 이는 이 전시가 아픈 역사의 재확인이 아니라 존엄한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선 이사장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조사실에서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전시를 열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어두운 과거의 공간을 현재의 자기극복 과정을 담는 공간으로 바꾸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개최 소감을 말했다.

또한 3년간 이 전시에 참여한 피해당사자들과 사진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사진 치유전의 기획자인 공감아이 임종진 대표는 “과거의 고통스런 아픔에 대한 확인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치유와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면의 도구인 사진행위를 통해 스스로 상처의 기억과 마주하고 동시에 존엄한 원존재로서의 자신을 확인하면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세상에 전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전시《나는 간첩이 아니다-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그들의 이야기》는 10월 31일부터 11월 17일까지 민주인권기념관 5층 조사실에서 열리며, 관람시간은 평일과 주말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월요일 휴무) 이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특히 이번 과정에 참여한 고문피해자들과 만날 수 있는 오픈 행사는 11월 2일(토) 오후 4시에 개최되며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 동력인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난해 12월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되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이관받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길주 기자 liebw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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