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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도 목적도 상실한 채 조국 교수와 그 가족들을 향한 무차별 난사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09/02 [11:33]

 

 

[한국인권신문= 강원·춘천 취재본부 허필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 특혜 논란과 관련해 지난달 8월 27일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포털 사이트에서는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의 두가지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 연일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이에 대해 TCU – Texas Christian University 의 강남순 교수는 9월1일 페이스북 자신의 타임라인에 “한 후보자에 대해 '반성찰적 열광'이 개입되자마자 '비판적 사유의 중지'가 시작되어 후보자 가족들에 대한 파괴적 비난을 통하여 그 후보자와 가족들 개별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행위는 지극히 반인권적인 파괴적 행위를 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글을 게재했다.

    

“<'반성찰적 순수주의'의 위험성: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태를 보며>

    

1. 나는 '진보' 또는 '보수'라는 표지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어떤 특정한 영역에 변혁을 모색하는 '진보'라고 해서, 그 표지 자체가 그 사람의 모든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특정부분에 진보라고 하여, 모든 영역에 변화를 모색하는 진보적 사유가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 또는 '진보'라는 표지 자체가 그 사람의 사유방식과 행위들에 대한 정당성 자체를 확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2. 하루를 시작하면 책상 한쪽 모니터에 나는 늘 두 가지 뉴스를 틀어놓고 보곤 한다. 먼저 20여 분 되는 미국 뉴스, 그 다음에 한국 뉴스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 뉴스를 볼 때마다 인내심을 작동시키곤 해야 하는데, 요즈음 한국 뉴스를 끝까지 보는데도 보통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조국 교수를 끌어내리기 위하여 제1야당은 물론, 소위 '진보'라고 하는 이들이 '순수주의'를 내세우며 조국 교수만이 아니라 그 가족들에 대한 상상하기 어려운 야만적 비난을 퍼붓고 있다. 또한 미디어나 SNS에 후보자에 대한 단순한 찬반론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정당한 '이성적 비판'이 아니라, 지극히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비난의 쌍권총'을 들고서, 방향도 목적도 상실한 채 조국 교수와 그 가족들을 향한 무차별 난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3. 내가 느끼는 이 사태의 문제는 1) '비본질적인 것'이 '본질적인 것'으로 대체되고; 2) 지독한 '이중기준'이 악의적으로 이 특정 후보자에게만 적용되어 진보의 이름으로 또는 보수의 이름으로 광기에 가까운 공격을 조국 교수와 그 가족에게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따라가다 보면 참담하고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요즈음 한국 뉴스와 SNS의 포스팅들을 읽어가면서 암담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한 후보자에 대한 이러한 야만적 비난과 인간성 파괴행위가, 그저 별난 몇 사람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진보-보수, 여남소노 할 것 없이 한국 사회 전체에 전염병처럼 퍼져서, 끔찍한 야만과 비이성이 난무하는 것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4. 많은 이들이 이미 강조하였겠지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우리가 장관 후보자나 정치가에 대하여 세밀한 점검을 해야 할 일은 커다랗게 보면 두 가지 영역이라고 나는 본다.

    

1) 첫째, 그가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과 같은 막중한 책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 즉 이론적/실천적 토대를 충분히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지닌 이 사회/세계에 대한 비전과 전망이 단순한 현상유지가 아니라,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하여 있는가의 측면이다. 나는 공직자들의 '이론적 전문성'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 땅위에 굳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복합적 이론'은 이 현실세계가 움직여지고 있는 거대한 작동기제를 보게 하는 중요한 '실천적 토대'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2) 둘째, 그가 그 공직을 수행하는 데에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범법 사실'이 있는가이다.

    

5. 한 후보자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호불호, 또는 개인적인 실망과 기대에 못미침과 같은 개인적 감정은 사회적 논의 영역에서는 우선 괄호속에 넣어야 한다. 더구나 후보자 가족들에 대한 파괴적 비난을 통하여 그 후보자와 가족들 개별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행위는 지극히 반인권적인 파괴적 행위이다. 나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라는 지극히 단순한 입장표명이 아니라, 이성적/합리적인 근거와 이유들을 가지고 그 후보자의 강점과 약점들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면서 최종적인 종합판단을 하는 모습들을 언론, SNS 포스팅,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인집단에서 보고 싶다.

    

6. 아무런 한계나 약점없는 사람을 찾겠다는 그 '반성찰적 순수주의'의 열망을 제도화할 때, 인류의 역사에서 그 순수주의에 대한 열망은 정치와 종교영역에서 언제나 반인권적 폭력을 수반했다. 또한 그 '순수주의'의 이름으로, 자신은 물론 타자에 대한 인간됨의 파괴를 무수히 반복해 왔다. 표면적으로 '무흠한 사람' 을 만들고, 찾고, 지키겠다는 '순수주의'에의 열망의 배경은 많은 경우, 지독한 '권력에의 욕망'에서 출발한다. 동시에 나는 이렇게 한 장관 후보자의 문제 하나로 온 나라 전체가 들썩일 때, 이런 비이성적이고 무비판적인 '순수주의에의 열망'들에 의해 뭍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7. 나는 몇 년 전, '코즈모폴리터니즘'이라는 사상에 대하여 연구하다가 현대사회의 특히 법과 정치분야에서 코즈모폴리터니즘 사상의 재출현에 막대한 기여를 한 칸트를 나의 책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세계화 이후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는 코즈모폴리턴 권리, 환대와 같은 참으로 중요한 사상을 설파한 그 칸트가, 지독한 인종적 편견을 가지고 그의 인간지리학(human geography) 강의를 하고 글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종주의('racist' 가 아닌 'racialist')에 사로잡힌 그 '오염된 칸트'를 내가 어떻게 차용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칸트와 함께, 그리고 칸트 너머 생각하기( Thinking With Kant Beyond Kant)"라는 원리이다. 코즈모폴리터니즘에 관한 나의 책에서 나는 이 원리 (thinking with X beyond X)를, 성서에서 지독한 성차별적 발언을 하여 가부장제로 '오염된 바울'의 코즈모폴리터니즘을 차용할 때도 적용했다.

    

8. 나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생각한다. 그가 아무런 한계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가 지닐 수 있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닌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정치적 비전과 전문성을 보면서 "조국과 함께 조국-넘어서 생각하기' 원리를 작동시킨다. 무조건적 지지 또는 비난은 그 출발점과 기능에서 매우 유사하다. 그 어떤 옷을 입든, '반성찰적 열광'이 개입되자마자 '비판적 사유의 중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9. 이제 우리는 조국 후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파괴적인 '야만과 비난의 사격,' 그리고 도덕적으로 '무흠'해야 한다는 '반성찰적 순수주의에의 열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해야 할 우선적 단계는, 후보자의 장점/강점은 무엇이며, 동시에 한계와 약점은 무엇인가를 짚어보는 책임적인 이성적 소통을 인내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성적 조명을 치열하게 한 다음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 지지 또는 반대는 각자의 관점과 정황에 따라서 결론내리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다른 결론을 내린 사람에게 비난이 아니라, 최소한의 존중을 하는 비판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서로가 지닌 관점의 차이 자체를 가지고 '지지편' 또는 '반대편'으로 편가르기 하며, 서로에 대한 이성적 '비판'이 아닌 맹목적 '비난'을 쏟아내는 사회적 소통 방식은 민주주의의 지독한 퇴보를 의미할 뿐이며, 무엇보다도 서로의 인간됨(humanity)을 부정하는 파괴적 몸짓일 뿐이다.

허필연 기자 peelyu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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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02 [11:33]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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