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 '제주 해비치'에 분노..."예술가의 인권과 노동권 짓밟혀"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9/06/28 [11:48]


 [한국인권신문=남정숙]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에서 매년 제주도에서 하는 공연예술 아트마켓이다.

올해는 6월 10일(월)~13일(목). 3박 4일 간 진행되었다.

최대원 한문연 문예지원부장은 “해비치는 전국의 문예회관 담당자들과 국내외 공연기획 제작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공연유통 활성화를 위하여 부스전시, 쇼케이스, 프린지, 포럼 등을 개최하는 국내 최대 공연유통 아트마켓으로 축제 예산은 12억 원이며, 공연관계자는 2,000여명이며 관람객까지 포함하면 12,000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아트마켓”으로 향후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전시, 문화예술교육, 관광까지 확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문연의 포부와 달리,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에 다녀왔거나 과거에 참가한 공연관계자들의 불만과 원성이 SNS 상에서 식을 줄 모르고 터져 나오고 있으며, ‘관계자는 리조트 숙식, 공연팀은 식권도 못 받는 해비치축제(미디어제주)’, ‘반쪽짜리 축제 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제주일보)’, ‘제주없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잡음 대신 변화 필요(아시아뉴스통신)’ 등 언론 역시 해비치는 물론 이를 운영한 한문연까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해비치에 관한 잡음은 듣고 있었지만 올해는 해비치에 관한 구체적인 제보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통에 직접 가보자고 마음먹고 참가하였다.


직접 보고, 경험한 해비치는 그동안 공연관계자들로부터 들었던 ‘문예회관 관계자들만의 휴가’, ‘문예회관 관계자들과 예술가들 간의 차별’, ‘세금만 흥청망청 쓰는 실효성 없는 쇼’ 라는 등의 원성이 소문이 아니라 사실임을 확인한 중요한 기회였고 물론 장점도 있지만 그에 비해 예술가들의 인권과 노동권이 짓밟히는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끔찍한 경험이었다. 해비치를 다녀오고 나서도 예술가들, 문예회관 측 참가자들, 수많은 관계자들로부터 제보와 고발을 많이도 받았다.


고발 내용들을 분류해 보면 3가지 카테고리로 귀결되고 있었다.

 

첫째, 한문연에 대한 문제
둘째, 해비치에 관한 문제
셋째, 김혜경 현 한문연 회장에 대한 문제 등이다.

나는 해비치의 끔찍한 경험을 통해 해비치 축제가 비단 한문연의 축제 운영에 대한 미숙함, 문예회관 관계자들의 무관심과 무책임에서 오는 방임과 갑질, 김혜경 현 회장의 부적절한 태도라는 표피적인 문제 보다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정책 입안자들의 예술과 예술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와 인식 부족에서 벌어진 문화정책의 문제, 예술가들에 대한 기관들의 인권과 노동권 착취가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불편한 사람들이 있더라도 나는 해비치에서의 끔찍한 경험을 증언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으며, 짧은 해비치에서 무심하게 벌어진 예술가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노동력 착취 현장이 바로 우리나라 문화예술 현장의 축소판임을 고발하고자 한다.


문화예술 정책은 입으로, 정치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예술과 그 정책과 경영에 문외한인 사람들과 그들의 카르텔은 이제 제주해비치에서뿐만 아니라 당장 거들먹거리기를 그만두고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들이 예술과 예술가들에게 할 수 있는 건 착취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해비치축제의 근본원인이 된 한문연에 대한 문제부터 시작하여

 

1탄. 한문연에 대한 문제
2탄. 해비치에 관한 문제
3탄. 김혜경 현 한문연 회장에 대한 문제 및 결론
으로 3회에 걸쳐서 기록할 것이며,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문연, 문화정책 책임자들, 그리고 문화예술가들이 예술가들의 인권과 노동권 등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1. 한문연에 대한 문제 – 한문연과 예술지원정책


1) 한문연은 원래 문예회관 간 교류증진과 역량개발을 위한 단체였다


한문연은 애초 전국에 산재해 있는 문예회관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친목도모를 위해 1996년도에 설립한 단체였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지원기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문예회관들끼리 친목도모, 역량개발, 정보교환, 네트워크를 목적으로 한 단체였다. 지금도 한문연 홈페이지에는 한문연의 사업분야를 스스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 문화예술회관 상호간의 협력증진 지원
● 문화예술회관 종사자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 및 연수
● 문화예술회관 진흥을 위한 조사ㆍ연구 및 홍보
● 문화예술회관의 운영 활성화를 위한 자문 및 지원
● 문화예술회관 관련 국ㆍ내외 교류
● 문화예술회관을 활용한 소외계층 대상 공연활동 지원 등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위탁 받은 사업
● 그 밖에 연합회의 설립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현재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업규정에는 한문연이 국민의 문화향유나 창작활동에 대한 직접지원 한다거나 예술가들에 대한 개별지원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현재 한문연은 4개 분야에서 15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전시 사업은 6개로 가장 많고, 아카데미∙교육∙연수 사업은 4개, 연구∙조사∙컨설팅 사업은 3개, 그리고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 사업과 무대예술센터 운영 등이 있다.
현재 한문연 추진사업 내용은 아래 표 1.과 같다.

 

▲표1.<현재 한문연 추진사업 내용>


현재 한문연이 추진하고 있는 4개 분야의 사업 중 한문연의 설립목적과 기능에 부합하는 사업은 지원사업보다는 아카데미∙교육∙연수사업과 연구∙조사∙컨설팅사업분야이다. 오히려 가장 활성화된 공연∙전시사업 분야는 한문연만의 특성화 된 사업분야가 아니라 타 기관에서도 많이 하는 지원사업이며, 명칭은 문예회관들을 지원한다고 하나 기실 예술가들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들도 많다. 예술가들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한문연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림 1.을 보면 알 수 있다.
설사 한문연이 친목단체를 벗어나서 지원기관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한문연은 지역예술가를 직접 지원하는 기관이 아니라, 한문연이 지역문예회관을 지원하고, 지역문예회관에서 지역예술가들을 지원하도록 지역 문예회관을 지원하는 B2B기관으로서 역할해야 한다. 원래 이상적인 한문연의 예술지원 프로세스는 그림 1. 과 같다.


그런데 현재 해비치 페스티벌과 기타 예술지원이 그림 2.와 같은 형태로 지원 flow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 2.를 보면 한문연이 수많은 지역 문예회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지원하면 수많은 문예회관들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함으로 힘에 벅차고, 제대로 할 수도 없게 된다. 절차가 무시됨에 따라 중간에 있던 지역 문예회관도 할 일이 없어지고 장기적으로 무기력해 질 것이다.


그러므로 한문연은 처음부터 기관 대 기관(B2B)이지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 기관이 아니다.

 

▲그림 1 직접작성 〈원래 한문연에 맞는 지원체계도〉 (그림=남정숙)

 

▲그림2〈현재 한문연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체계도〉(그림=남정숙)


그렇기 때문에 한문연이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처럼 아트마켓을 열어서 예술가들이나 예술팀들을 직접 모집해서 부스를 운영하거나 쇼케이스팀들을 직접 모집해서 예술유통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보이는 것은 스스로 자기 기관의 역량과 설립목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서 좀 우습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한문연이 제대로 하려면 지역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가 및 예술팀들을 모집해서 해당 지자체가 부스를 운영하게 하고, 마케팅에 뛰어 들게 해야 한다. 이때 한문연은 지자체의 문예회관의 상주단체나 예술단들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생기도록 국내나 해외 구매단을 모집해 오거나, 해외 마켓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문연이 직접 사업에 뛰어 들면 전국 문예회관 네트워크, 역량개발 등 본연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면서, 문화예술가들에게도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도떼기시장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일정한 역할이 없이 하릴없는 지역 문예회관 관계자들은 제주에서의 휴가를 즐길 수밖에 없다고 변호해주어야 할 판이다.

 

2) 한문연이 친목단체에서 예술 지원기관이 된 이유

나는 한문연이 문예회관들의 친목단체에서 예술가 직접 지원기관이 된 이유가 갑자기 ‘한문연에 돈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넘치는데 사업은 해야 하니 깊이 생각하지 않고 생각한 것이 ‘예술유통’이고 제주 해비치가 된 것이 아닌가 유추해 본다. 한문연의 사업비를 보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표 2.는 한문연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공시한 2018년 운영성과표이다.
2018년 운영성과표를 바탕으로 한 한문연의 사업수입과 사업지출에 대한 운영예산만 산출해 보았다. 2018년 한문연의 사업수입 합계는 총 25,397,959,514원이다. 이중에서 ①문예진흥기금 수입이 가장 많고 ②국고보조금 - ③(토토)국민체육진흥기금 - ④연회비 - ⑤일반 기부금 - ⑥임대료 - ⑦제주도 보조금 - ⑧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현대자동차그룹 기부금 - ⑨한문연 운영 신한은행 기부금 - ⑩광고 및 부스판매 순이다.


보다시피 한문연에서 가장 큰 수입원은 문예진흥기금이다.
문예진흥기금은 원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운용하던 문예기금으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없어지면서 한문위와 한문연으로 문예기금이 나뉘어 운용되게 되었다. 문예진흥기금과 토토자금은 전국문예회관 친목단체인 한문연을 졸지에 예술인 지원기관으로 탈바꿈하게 된 토대가 되었다.


원래 설립목적에 따른 한문연이라면 회원들의 연회비 912,000,000원과 기타 후원금으로 운영되어야 하지만 문예진흥기금(15,427,000,000원), 국고보조금(6,892,000,000원), (토토)국민체육진흥기금(1,000,000,000원) 등이 추가로 유입된 형국이 되었다.

 

 

▲표2 <2018년 한문연의 사업수입과 사업지출 현황〉(표=남정숙)

 

3) 한문연은 지원사업이라는 독을 담은 성배를 마신 것이다.

정부는 왜 전국 문예회관 친목단체였던 한문연에게 문예진흥기금을 운용하게 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문체부가 문예진흥기금을 한문연에 위탁운용하게 한 것이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큰 패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첫째, 문체부가 한문연에게 예술가들을 직접 지원하게 하므로 예술가 지원정책에 대 혼란이 일어났다. 지금도 예술가들은 지원기금을 받으려고 한문위, 한문연,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유사한 기관들을 찾아다녀야 한다. 현재 예술가들은 예술만 하면 떨어지고 행정을 잘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건 정상적인 문화예술 정책의 산출물이라고 할 수 없다.


둘째, 한문연이 원래의 설립목적인 전국 문예회관들의 친목도모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문외한들의 정치낙하산, 카르텔들의 문예회관 점령 등으로 인해 전국 문예회관, 문화재단들이 황폐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예회관 관계자들의 문화예술 교육, 역량개발, 기술전수 등 본연의 중요한 사업들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술인 지원사업에 집중함으로써 본말이 전도되도록 했다.


셋째, 그림 1.처럼 한문연이 지역문예회관을 지원하는 B2B기관으로 역할했다면, 지역문예회관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점검하거나 컨설팅하므로써 23년이 지난 현재 한문연 임직원들은 문예회관 경영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문체부는 한문연에게 예술지원을 하게 함으로써 문화예술회관 경영 전문기관 및 전문가를 키우지 못하고, 여러 유사 지원기관 중 하나가 되게 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예술지원의 혼란을. 장기적으로는 전국 문예회관의 황폐화 등 산출물만 봐서는 국가 문화예술 전체의 손실을 가져 온 마이너스 문화정책 중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4) 예술가들을 피눈물 흘리게 만드는 잘못된 문화 지원정책 

예산이 풍부해 지면서 한문연은 적극적으로 예술지원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한문연 사업들 중에서 지출이 가장 많은 사업은 방방곡곡 문화공감(62%)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감상교육(11%) - 문화가 있는 날(8.6%) - 한문연 지원(5.3%) - 미술창작 전시공간 활성화 지원(3.8%) - 문예회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지원(3.7%) -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3%) - 공연예술 행사 지원(1.6%)- 무대예술센터 운영(0.9%) - 문화예술기관 연수단원 지원(0.1%) 순이다.


지출 내용 중에 사업수행비용 ①한문연 지원,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사무처 운영(사업비), 일반관리비용 중에 사무처 운영(경상운영비)를 따로 떼어놨으나 사실은 한문연 회원들을 지원하는 비용이 아니라 모두 한문연 조직을 운영하는 비용이다. 한문연이 지원사업을 하므로 조직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문연의 전체 사업 중에서는 그나마 무대예술센터 운영(0.9%)와 문화예술기관 연수단원 지원(0.1%)만 설립목적에 부합한 사업이고 나머지 99%는 지원사업으로 지출되고 있다. 본말이 전도됐다는 것이다.
물론 한문연의 사업들이 문예회관 지원을 앞세우고 있지만 나는 한문연의 지원사업이 진정으로 문예회관을 지원하는 제대로 된 지원사업이 아니라 우리나라 예술과 예술가들을 오히려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바보같은 문화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제시하겠다.


첫째, 한문연이 진정성있는 지원기관으로서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재 한문연이 지원하는 ‘문예회관 레퍼토리 제작개발 프로그램’처럼 지역문예회관들을 프로덕션 체제로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문연의 지원 시스템은 위 ‘지역 문예회관 레퍼토리 제작개발 지원’처럼 지역 문예회관들의 제작 역량을 개발하기 보다는 이미 다 제작된 기획사나 예술단체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소개해주는 것은 한문연의 특성화 사업이 될 수 없다.


둘째, 설사 예술가가 한문연의 방방곡곡 문화공감에서 우수팀에 선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바로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지역 문예회관에서 2차로 선정되어서 해당 문예회관에서 공연할 수 있어야 공연 지원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1차로 한문연에 픽(Pick) 당해야 하고, 2차로 지역 문예회관에 픽(Pick) 당해야 한다. 2번의 픽(Pick) 당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예술가들의 역할은 없다. 이런 구조가 한문연과 문예회관 관계자들을 ‘갑’으로 만들고 예술가들을 ‘을’이나 ‘병’으로 만든 문화정책의 핵심 병폐라고 생각한다.


셋째, 한문연에서 1차로 픽(Pick) 당하고, 지역문예회관에서 2차로 픽(Pick) 당 하는 작품은 당연히 관객동원이 되는 상업성 높은 작품이 될 것이다. 예술성보다는 성과가 중요한 한문연과 지역 문예회관 관계자 입장에서는 뮤지컬이나, 코메디 프로그램처럼 상업성이 높거나, 혹은 탈랜트처럼 친근한 대중예술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그리고 유명한 대작 위주로 고를 수밖에 없다. 이걸 잘할 수 있는 것은 순수예술단체보다는 기획사이다. 물론 지역 문예회관에서 순수예술을 픽(Pick)하면 지원금을 쬐금 더 준다. 그렇다고 변하는 건 없다. 예술을 살리려고 시작한 지원사업이 예술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 이러라고 문예진흥기금이 있는 게 아니다. 지역 문예회관이 잘못하는 게 아니라 문화정책이 잘못 된 것이다. 결국은 상업예술과 상업적인 기획사에 지원금을 몰아주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구조로 계속 간다면 순수예술과 순수예술가들은 말라 죽고 말 것이다. 문예진흥기금을 제대로 써야 한다.


넷째, 한문연이 지역 문예회관에 매칭 기금을 넉넉히 준다고 하더라고 지역 문예회관에서 한문연이 1차로 픽(Pick)한 예술작품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선 지역 문예회관 자체가 경영상태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 문예회관은 지역 예술가들을 우선 픽(Pick)해야 하는 사정이 다 있고, 지역 문화예술의 대부분은 축제 예산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순수예술을 공연할 수 있는 예산이 한정적이다.


다섯째, 이런 식으로 한문연이 자신들이 1차로 선정한 예술가와 작품들을 ‘문화예술 유통의 활성화 및 전문성’을 내세워서 거간꾼 역할을 계속 한다면 한문연에 기대고 있는 예술가들을 기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역 예술가 및 예술팀들 마저 말라 죽이고 말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 저 멀리 사라지고, 살아남는 건 결국 대형기획사 위주의 K-POP만 남게 될 것이다.

 

2. 한문연에 대한 대안제시 및 결론


나는 한문연의 해체보다 한문연의 기능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한문연의 설립목적인 전국 문예회관들을 위한 네트워크, 정보교환, 역량개발 및 연구사업은 유지하고 지원사업은 타 기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기반으로 한문연에 대한 문화정책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제주 해비치에서 한문연과 문예회관들의 태도를 보면서 가장 이상했던  것이 한문연의 회원들인 문예회관에서는 한문연에 연회비를 매년 약 9억 원 이상씩 꼬박꼬박 납부하면서 한문연 본회에 자신들의 역량개발 및 재교육 등 회원사로서의 권리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의 한문연의 주요 멤버는 서울 및 대도시 문예회관 대표들 일부이다. 이들이 돌아가면서 지역의 문예회관 대표를 하고 있는 것이고,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이들의 정치적 무대 중 일부다. 지역 문예회관 대표들은 정치적 배려로 인한 낙하산인 경우가 많은데 전문성을 기르지 않으면 꿀보직도 일회성에 그치고 만다. 지역 문예회관 대표들은 한문연에 문화예술과 경영과 노하우에 대한 회비대비 교육을 전수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하고 전문가가 되어야 지역에서도 문화전문가로 살아남을 수 있다. 당신들의 권리를 포기하지 마시라


둘째, 한문연에게 직접지원에 대한 권한을 주면서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예술가들과 지역문화이다. 지금처럼 예술가들이 자기 돈 들여가면서 다 만들어 놓은 작품들을 픽(Pick)하고, 소개하면서 일부 돈을 대주는 것을 ‘지원 한다’라거나 ‘예술유통 활성화에 기여’한다라고 하면 안된다. 한문연이 지원사업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모든 지원사업을 지역 문예회관 및 지역 문화예술단체들과 함께 ‘문예회관 레퍼토리 제작개발 프로그램’처럼 운용해야 한다. 한문연이 픽(Pick)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예회관들이 자신들의 소재로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레퍼토리 시스템에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제작사와 기획사를 구분해서 지원해야 한다.


셋째, 한문연이건 한문위 건 지원기관들이 지금처럼 탑다운 방식으로 예술을 픽(Pick) 한다면, 영원히 한문연과 지역 문예회관이 ‘갑’이고 영원히 예술가들은 ‘을’이 될 것이다. 당신들은 이것을 ‘예술 생태계’라고 부르는가? 이런 구조라면 블랙리스트도, 카르텔도 당연한 욕망이 된다. 제주도해비치에서 예술가들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면서도 누구도 죄책감을 못느끼는 병리적인 현상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당신들이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고, 공공기관이라면 진즉에 예술가들과 같은 창작자들을 ‘갑’으로 만드는 시스템이 미래의 먹거리를 살리는 길임을 깨달았어야 한다.


넷째, 한문연이 지원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면 지금과 같이 한문연이 지원금을  탑다운으로 내려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①지역 문예회관들이 자신들 지역의 예술가와 예술작품들을 직접 발굴해서 해비치에 선보이는 바텀업 구조여야 하고 ②지역 예술가가 직접 뛰어 다닐 것이 아니라 지역문예회관이 뛰어 다니게 해야 되며 ③이럴 경우 지원금이 아니라 지역문화예술 창달을 위한 사업비로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 문예회관도 살고 지역문화도 살 수 있게 된다.


다섯째, 현재 한문연의 회장은 신망있는 문화예술인이 되거나, 전국 문예회관기관장 중에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정치적 낙하산이 선임되는 구조였다. 청와대와 문체부에서 임명하지만 2년 전 현직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규정을 개정하므로 한문연 대표가 되려면 문체부와 한문연 이사회에 밉보이는 사람은 전문성이 출중해도 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화이트카르텔이나 블랙리스트가 작동하기 쉽다. 수십억 원을 주무르는 문화예술 지원의 핵심기관의 회장이 문화경영의 전문가가 아니라 카르텔 중에서 돌아가면서 한다면 백날 말로만 블랙리스트를 척결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


지금 한문연이 주장하는 것처럼 ‘문화예술 유통의 활성화와 전문성’을 주장하려면 한문연 대표는 부산영화제처럼 국∙내외에 네트워크가 풍부해서 지역대표 예술가들과 예술작품들을 지역과 해외에 팔 수 있는 문화경영의 전문가를 선임해야 한다. 예술의전당이건 국립극장이건 한문연이건 정치력이 아니라 해당 기관에 적확한 전문가를 선임해야 문화예술이 회복된다. 한문연의 대표선임 규정에 관한 정관을 수정해야 한다.


여섯째, 가장 좋은 정책 제안은 한문연의 기능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예술지원사업을 문예위로 이전하고 한문연에서는 지자체장의 선거캠프나 문화예술 문외한들이 낙하산으로 임명∙채용되어 국가 문화예술의 미래가 암담할 정도로 심각한 전국 문예회관을 살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문연은 책임감을 느끼고 지자체의 문화재단, 문예회관 CEO와 관계자들을 재교육 시켜야 하며, 지역 문화경영 지도자들의 육성, 전국 지자체 문예회관의 기술 및 기획에 대한 연수프로그램 운영, 전국 지자체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청년 예술가 일자리 창출 등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등한시 하면서 자신들의 역량과 능력에 맞지 않는 사업들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12년 간 꾸준히 문제가 된 것 역시 한문연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돈도 아닌 세금으로 흥청망청 쓰고 갑질하는 구조를 고치지 않는다면 순수예술부터 차례로 말라 죽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자격이 없는 국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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