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수요의 언덕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9/05/15 [09:43]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에밀리 브론테가 쓴 소설 “폭풍의 언덕”이란 작품이 있다. 인간의 내재된 모순과 혼돈을 묘사한 19세기의 영국 작품이다. 지금 글로벌 경제는 “수요(demand)의 언덕”이란 황량한 언덕에서 국가의 격돌이라는 폭풍을 만나고 있는 형국이다.

 

2008년에 갑자기 찾아온 디플레이션의 공포는 삽시간에 선진제국을 수요의 언덕으로 내몰았다. 결국은 미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인공 수요를 만들었고, 유럽은 임금과 국가의 사회적 운영비용을 줄여 비용으로부터의 수요여력을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국제원유가격과 금값이 하락하면서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수요를 늘리는 역할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달러공급 능력을 가진 미국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신장했고, 단기간에 과잉생산 국가가 된 중국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10년이 경과한 지금 결국은 수요의 대국인 미국이 공급대국이 된 중국을 향해 관세압력을 행사하며 급기야는 중국 정부를 스스로의 내부수요의 언덕으로 내몰고 있다.

 

지금 가장 큰 문제의 본질은 금리와 투자의 문제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금리가 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자본을 가진 부자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해야 빈부격차를 줄이고 경제도 살아간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역시 프랑스 경제학자인 올리비에 블랑사르는 금리가 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는 국가가 더 채무를 늘려서 정부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두 주장은 금리에 대해 서로 엇갈린 견해이지만, 통상 국채금리와 시장금리 사이에는 5% 정도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있어 피케티가 일반적 시장금리를 말하고, 블랑사르가 국채금리를 말하고 있어 둘 다 어는 정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 재무장관인 로렌스 서머스는 새로운 혁신기업들은 자본재를 별로 사용하지 않고 실물자본도 크게 필요치 않아 고용을 위해 앞으로 기업이 투자를 하게하려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국의 뉴욕 연방은행 총재인 존 윌리암스는 앞으로 최소한 20년 이상은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향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 이제 누가 전체 경제를 위해 투자를 할 것인가.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반 국민보다 저축률이 높고, 투자율이 낮은 상태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이컨 그린은 이제는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국가경제에서 재정정책의 비중을 증가시켜야 국민경제가 안정이 되고 공정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누구의 주장에서도 개인의 고용증가나 소비증가를 위해 기업의 투자증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부자의 세금으로 세상을 돌아가게 하자는 주장은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지 않으면 결국 재정정책으로 돌아와야 하는 주장이고, 국가의 채무를 늘리고 재정을 확장하는 노력도 결국 그 효과가 기업의 투자증가로 돌아가지 않으면 만성적인 재정적자의 위기로 가게 된다.

 

결국 고용과 성장을 위해 기업의 공급능력을 늘리기 위해서 필요한 상업적 민간수요의 새로운 공간은 이제 그동안 부자나 국가가 모아둔 돈으로 다시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운명에 세계가 만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런 세상이 지속된다면 현재 잉여자본이 없거나 신지식도 부족하거나 국가내의 권력기반도 약한 사람이라면 내재적인 자기 생존의 기반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들은 국가권력을 놓고 과도한 정치투쟁을 벌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고, 이미 우리는 그런 국가의 미래를 점점 하루가 다르게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는 서로 다른 주장의 국민들의 인파에서 불길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혼돈스러운 국제경제 환경에서 저소득근로자의 소득환경 개선과 서민들의 생활안정의 정책에 2년 동안 집중한 지금 정부는 결국 성장률 하락이란 암초를 만나고 있다,

작금의 국제경제의 여건은 쉽사리 좋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우리가 내부의 성장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직접적인 대국민 정부지출 위주로 할 것인가, 국가인프라 투자로 할 것인가의 장기적인 신호를 대통령은 지금 시장에 보내야 한다.

 

당연히 도시의 생산적인 기업 투자가 늘어나도록 지식혁신적이고 인공지능적인 미래도시의 인프라투자에 국가재정은 움직여야 한다. 도시의 압축과 밀도를 더 높이고, 작은 지방 도시들을 더 연결하고 연합하게 하고, 서울과 부산 등의 대도시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인프라 투자가 효과적인 대안이다. 눈앞의 주택가격 안정이나 집값 하락에 주력하는 국토부나 서울시장의 정책스탠스는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개인들은 지금 점점 자신이 경제적으로 무기력해지고 있음을 직시하고 지식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자신과 가족의 사회적 역량과 입지를 늘리는 일에 온 가족의 정성과 힘을 모아야 한다. 개인의 삶에 대한 사회적인 국가대책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고, 독립적이고 자생적이며 협력적인 삶의 현명한 지혜와 강인한 투지를 결코 잃지 말아야 한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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