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민송아, ‘화가-연기자’ 뼛속까지 타고난 예술가의 혼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9/05/04 [10:37]

 

 

[한국인권신문=백승렬]

예술가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피가 흐르는 것 같다.

타인과 다른 눈과 생각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해석해 자신 만의 능력으로 결과물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예술인들의 공통적인 사항이다.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세계관이 확고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세계관에 대한 자부심 또한 강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예술가들의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을 하지 않는 편이다. 간혹 협업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림, 노래, 문학 등 다른 예술과는 달리 연기는 유일하게 협업을 강조하는 예술이다.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고, 단역이 있기 때문이다. 모노드라마처럼 배우 홀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 또한 극작가, 연출 등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민송아는 그런 면에서 특별한 예술인이라 할 수 있다. 바로 화가와 연기자를 오가기 때문이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민송아는 대한민국 대표 연예인 화가다. 여러 차례의 전시회를 열 정도로 그의 그림은 정평이 나있다.

    

민송아는 "어머니가 내 어린 시절에 대해 말이나 걷기보다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먼저 갖고 놀았다고 한다. 아마 말하기, 걷기보다 그림을 더 먼저 배운 게 아닐까 생각한다.

때문에 말 배우는 게 늦었다고 한다. 유치원에 가서도 사람 들이 벙어리가 아닐까 할 정도로 말이 없을 정도였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사실 민송아는 연예계에 입문하기 전 동시통역사로 활동 했다. 외환딜러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만 해도 한국인이 외국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한 당시 서양인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외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 때문에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어려웠다. 지금처럼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 전화 요금은 너무 비쌌고, 편지는 오가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당연히 한국의 친구들과는 멀어졌고, 외국인 친구들과는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민송아는 더욱 그림에 몰두하게 됐다.

    

민송아는 "어린 시절 외로움을 그림을 그리면서 해소한것 같다. 붓과 물감을 통해 스케치북에 내 마음을 이야기했고, 스케치북은 내가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또한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내 마음을 스케치북은 묵묵히 받아들이고, 비밀을 지켜줬다. 내게는 가장 좋은 친구였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동시통역사로 활동하다가 연예 프로그램에 '리포터로 연예계에 입문한 민송아는 '얼짱 리포터'로 불리며 유명세를 치렀다. 이어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하며 연기자로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하지만 민송아의 뜨거운 예술혼이 연예계 생활에 도움을 준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며 외로움과 싸우며 지냈던 민송아는 협력과 인간관계가 중요한 연예계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다. 결국 민송아는 짧지 않은 공백기를 겪게 됐다.

    

다시 연기 활동을 재개하면서 민송아는 더욱 성숙해졌다. 나이에 비해 동안 미모는 여전했지만 내면은 더욱 성숙 해졌다. 그림으로 외로움을 달래던 민송아는 연기를 통해 상대와의 호흡과 융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마음에 있던 벽을 서서히 허물게 됐다.

    

민송아는 "사실 이번 KBS2 일일드라마 '여자의 비밀'은 지금까지 했던 연기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정주리라는 역할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다른 역할과는 달리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모든 캐릭터를 아우르고 관망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연기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내게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민송아가 연기한 정주리는 극중 유강우(오민석 분)의 대학 선배이자 강지유(소이현 분)의 친구. 유강우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엄마 또는 누나같은 인물이면서, 강지유에게는 친구이면서 엄마 또는 언니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두 남녀 주인공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역할이어야 했다.

    

민송아는 "정주리 역은 베테랑 연기자가 해야 할 역할이었던 것 같다. 대사는 물론 행동까지 섬세한 주의가 필요했다. 절대 튀면 안 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나이도 그리 많지 않고, 연기 경험 풍부한 선배들을 상대로 이런 역할을 연기 하는 것이 부담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민송아는 정주리 역을 통해 한층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진 것이 아닌 극중 인물들의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결정적인 역할로 주인공들을 도와주는 역할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코 쉽지 않은 연기였기에 의미있는 평가다. 민송아는 "드라마를 하면서 영화 '오뉴월'을 촬영하게 됐다. '여자의 비밀' 정주리와는 달리 '오뉴월'의 마담은 극단 적인 역할이다. 욕설과 폭행, 감금, 고문 등 여자는 물론 사람으로서도 하면 안 되는 일을 자행하는 악녀 연기였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억눌린 감정을 영화 촬영에서 폭발시켰다.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오뉴월'에서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한 민송아는 섹시함과 도도함, 악랄함을 갖춘 마담 역을 연기한다. 생애 처음 흡연 연기에도 도전했다. 민송아에게 있어 유쾌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후련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고생해야 했다. 첫액션 연기를 이시영과 호흡했기 때문이다.

    

민송아는 "이시영 언니는 많은 사람이 아는 것처럼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다. 주먹도 여자의 주먹이 아니다. 액션 연기를 할 때 맞는 쪽이 잘못하면 상대에게 민폐가 되기 때문에 호기롭게 나섰는데 맞고 나서 후회했다. '차라리 대역 쓸 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화에서 나만의 작은 일탈을 경험하며 묘한 쾌감을 느꼈지만 몸은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극과 극 체험을 한 민송아는 "드라마는 배우가 100을 준비해가면 빠듯한 일정 때문에 모두 보여주지 못하고 70~80에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영화는 배우가 100을 준비해가면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반영돼 120까지도 만들어낸다.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고 비교했다.

    

이어 "드라마의 경우 초반과는 달리 지금은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제법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아저씨들도 알아보고 인사하시더라.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알아보는 분들은 적은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민송아는 쉼 없이 연기 활동에 매진했다.

    

드라마 '여자의 비밀'을 비롯해 영화 '오뉴월'과 ' 궁합'에 비중 있는 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 궁합'에서 민송아는 요염한 기생 역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연상시키는 역할부터 치명적인 팜므 파탈에 요염한 기생까지 연기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민송아는 "'궁합'에서의 역할은 '오뉴월'과는 또 다르다. 한복의 경우 몸 라인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섹시함을 살리는 것이 어렵다. 때문에 손짓, 몸짓, 걸음걸이, 얼굴 표정 등으로 섹시함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웠다. 하지만 재미있었고, 노출 없이도 섹시함을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민송아는 여배우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웠고, 화가라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두 개의 예술 영역에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그려나가는 예술가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철저함이 연기와 그림에서 묻어났다.

    

민송아는 "당분간은 연기에 몰두하겠지만 그림은 나와 평생을 같이 갈 친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마음으로 열정을 불태운 예술가로 기억되면 좋겠다"라고 남다른 예술혼을 말했다. 민송아는 뼛속까지 타고난 예술가 그 자체였다.

 

백승렬 0177664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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