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서울은 <경제사회디바이스>다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8/11/21 [11:48]

 

[한국인권신문=엄길청]

얼마 전 택시를 탔더니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하루에 평균 3-4명의 외국인은 꼭 태우게 된다는 얘기다. 서울은 어느 새 글로벌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정작 서울 사람들만 잘 모르는 서울의 새로운 모습이다.

서울은 지금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 망이 상당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의 연계가 하루에 큰 돈 안들이고 곳곳을 편히 다닐 정도로 촘촘한 편이다. 게다가 나이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이동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요즘 서울의 집값이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싸기도 하지만 그 기반이 탄탄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서울 주변으로 퍼져나간 경제력이 다시 서울로 재집결하는 현상의 하나로 해석될 수도 있다. 저성장 국면이 나타나고 인구마저 감소하게 되면 서울은 더 이상 과밀억제 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러한 서울을 놓고 정작 서울사람들은 자신들의 서울시민 프리미엄을 잘 모른다. 이런저런 활동을 위해 일단 서울을 벗어나려 하면 연결교통망이나 도시 인프라의 차이가 크다. 눈으로 보이는 아파트나 건물이나 단지의 위용은 새롭게 만든 서울 인근의 주변 도시들이 괜찮아보여도 삶을 채우는 일상의 소프트는 서울과 거리가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주로 가상공간이나 비영리지대에 머물고 있는 동안 서울은 이렇게 경제지리적으로 더 유효한 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다. 청년들이 그런 변화를 볼 수 있고 느끼는 힘은 경제사회의 통찰력 있는 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자신들의 생활능력이 불안정한 처지에서 도시의 긍정적인 변화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이라면 일생을 살아가야 할 자신의 생활디바이스가 서울임을 꼭 인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의 군락으로 서울의 경제사회적 지리여건의 변화를 지목할 수 있다. 우선 상암동을 기점으로 하는 남가좌동과 아현동 공덕동 상수동 등의 고층화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서울 북서부의 스카이라인을 높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안에서 저밀도의 지역들은 일단 경제사회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맞이하게 된다. 예를 들면 홍대 앞이나 신촌이나 연남동 망원동 등의 골목들이 청년들의 문화적 상권으로 도드라져 보이지만 사실은 그곳이 곧 고층화되어야 하는 지역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그 안에서도 조금 미진한 곳으로 보이는 지역들이 이럴 때 소리 없이 현대화 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수색이나 증산동 응암동 역촌동 신사동 홍은동 홍제동 갈현동 등의 현대화와 고층화는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일 것이다.

 

이제 시민의 삶은 해당 거주지역에서 생의 대부분을 해결하며 살아야 한다. 하루에도 서울의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이렇게 광폭으로 이동하며 살아야 할 이유가 점점 없어진다. 그럴 때 나의 동네가 압축도가 높아지는 것은 새로운 도시에너지의 생성이란 점에서 대단히 유의할 관찰이다.

 

청량리와 돈암동 왕십리 주변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청량리를 중심으로 이미 전농동 일대와 왕십리를 중심으로 성수동, 상왕십리, 응봉동 등은 상당한 고층화가 나타나고 그 여세가 인근지역으로 움직일 태세이다. 서울의 북동부의 도시에너지가 살아나는 조짐이다. 그렇게 되면 인근의 마장동, 답십리, 장한평, 제기동, 종암동, 신설동, 보문동, 돈암동 등의 고층화와 현대화는 점진적으로 이어져 나타날 것이다.

 

또한 남서부 지역의 스카이라인의 변화이다, 이미 구로동과 가리봉동 그리고 영등포역 남서부와 마곡 등의 변화는 기정사실이 되었지만 부분적으로 시흥 독산동 등의 고층화가 진행 중이고, 이 여파가 이제 난곡이나 신림동이나 봉천동 나아가 대림동 신길동 장승백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의 이 세 지역은 이후에도 청년들의 지식과 문화의 새로운 메카로 미래서울의 심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곳에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북서부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명지대 경기대가 연이어 연결되어 있고, 북동부에는 성대 고려대 외대 경희대 한양대 건국대 세종대가 모두 지근거리에 있다. 남서부에는 서울대의 방대한 캠퍼스가 그 중심에 있다.

 

미래도시는 청년들의 왕성한 지식창조 활동을 바탕으로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품격을 높이며 발달할 것이다. 도시는 이런 청년들의 기백을 담아내야 하고 또한 도시기획자는 이런 기운을 글로벌 사회와 연결해 주어야 한다.

 

도시가 글로벌 문화를 담아내는 도시콘텐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글로벌 문화상권의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공덕동 신촌 청량리 왕십리 영등포의 상업지역 현대화를 잘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주로 그 안에 전통시장이 있다. 전통시장의 부흥과 현대상권의 융합은 당면한 도시재생의 중대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전통이 깊은 제기시장 경동시장 중앙시장 영등포시장 등의 지혜로운 상생발전 방안을 서울시는 잘 마련해야 한다.

 

이제 누구나 다시 그동안의 산업사회를 뒤로 하고 가족을 중심으로 내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 가장들도 이런 도시변화를 잘 관찰해야 한다. 단순히 내 집 마련이나 생업 고르기가 아닌 도시의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전국 곳곳이 지자체가 중심이 된 <사회경제커뮤니티>운영체계로 변해가고 있지만, 이렇게 지금 서울은 서서히 새로운 서울시민들의 역동성을 담아내는 <경제사회디바이스>로 중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그 위대한 출발은 대학과 청년과 도시의 연결과 융합에서 시작되고 있다.

 

엄 길 청(글로벌애널리스트/공익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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