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신문=엄길청] 뉴욕의 맨해튼 미드 타운에 가면 그랜드 센트럴이란 커다란 지하의 기차역이 있다. 이곳에서 주변의 교외지역으로 많은 기차들이 출발하고 도착한다. 유럽의 파리에 가면 리옹이란 기차역에서 한번 잘못 기차를 타면 엉뚱한 나라로 간다.
지금 글로벌 사회는 우루과이 라운드에서부터 WTO가 결성된 이후 하나의 세계로 거래하고 투자하고 교류해 왔다. 이 효과를 가장 많이 본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그들은 많은 서방의 투자를 받아서 공산품을 만들어 다시 서방시장에 많이 내다 팔아서 큰돈을 벌었다. 세계가 하나의 교역과 금융의 플랫폼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지구경제는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새로운 권역별 설계도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서로 역사와 가치가 공유되고 국가의 수준이 맞는 나라끼리 교류하며 연합하는 동질적인 지식문화소비의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점점 지능기계가 물건을 만들고 나르고 서비스 하는 시대를 열어가면서 앞으로는 굳이 서방선진국들이 먼 아시아 노동자가 만드는 물건을 사갈 이유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장차 3D로 웬만한 물건을 다 만들기 시작하면 각자 자기 집에서 자기가 그린 도면으로 재료만 넣으면 프린트 출력으로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상품제작이란 처음에는 기능소비로 시작하다가 점점 성능소비로 가고, 다시 취향소비로 가다가 다시 또 품격소비로 가고 그 뒤에는 신분소비로 간다.
지금 선진국의 부유층 소비자들이나 중상층 소비자들은 취향소비와 품격소비로 가고 있다. 도시 근로자들이 많이 있던 시절은 중저가의 실용소비나 저가의 가성비소비가 중요했지만, 취향이나 품격 같은 이러한 상품들은 아주 먼 나라 노동자들이 작업지시서대로 하청구조로 영혼 없이 만드는 물건들이 아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문화가 통하고 역사를 이해하고 물자와 소재가 유사한 곳에서 만들어야 한다.
서구에서 들어온 서양음식들이 요즘 우리가 선진국이 되면서 수많은 국내의 쉐프의 손에서 다시 우리 것으로 태어나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래서 이제 미국에 고급차를 팔려면 미국서 미국 사람 생각과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이 관세를 강하게 물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미국서 팔 물건은 미국에 와서 만들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꼭 필요한 것만 만들어 보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처럼 중국인 손으로 완제품을 조립하여 파는 나라는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우리처럼 반도체나 배터리나 소재나 핵심부품이나 중간재나 자본재를 만들어 보내야 그들과 같이 오래오래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점점 대중소비시장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대량생산이나 대량소비도 시들어 갈 것이다. 그런 소비들은 점점 소비자연합에 의해 자가 생산의 공동체 소비로 가게 될 공산이 크다. 일례로 요즘같이 우리의 유아교육 현장의 문제들이 점점 노정되면 머지않아 부모들이 국가의 예산을 받아 직접 공영유치원 형식으로 운영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미 젊은 국민들은 여러 형태의 공유사회를 경험해 오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공동체 소비는 결국 간결하고 저가의 사회적 규격소비(social made community)로 가게 된다. 아마도 곧 많이 나올 각종 공공주택들이 그럴 것이다. 화려한 인테리어 없이 다양한 부대시설 없이 단정한 주거기능 위주로 나올 것이다. 이런 세상을 노린 회사가 바로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이다. 그러나 이런 회사가 여러 개 이상은 성장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치킨도 점점 사회적 규격소비 상품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손맛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주문시스템과 배달에 사업의 방점을 찍을 뿐이다. 그리고 대중소비자들은 이제 공공재원의 소비서비스 정책에 의존하는 공중소비자로 변하게 되기 때문에 상업적 이윤을 낼 수가 없다.
결국 진정한 상업적 사업의 이윤은 특정한 상류층 소비자들의 개별적 요구를 창의적으로 들어 주는 트렁크 프리미엄시장(creative delivery on order base) 으로 갈 것이다. 그것이 바이오든 반도체든 나노기술이든 환경기술이든 게임이든 물류든 이젠 그런 주문형 공급과 주문형 상품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우리는 비록 서구 선진국 시장과 멀리 있지만 이런 서구 선진국시장에서 필요한 가장 많은 핵심소재와 핵심부품과 긴요한 중간재를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는 믿을 수 있는 나라이다. 우리 산업경제의 이런 지식분산의 공급파워(release system knowhow)는 어느 나라도 이젠 따라오기 어렵다. 그래서 우린 이 위기를 잠 넘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중국과는 다른 플랫폼에 서 있다.
엄 길청(글로벌애널리스트/공익경영평론가) <저작권자 ⓒ 한국인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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