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가린 여성들의 외침

26일 청계천 한빛광장서 두번째 시위…동일범죄·동일수사·동일인권 주장

최성모 | 입력 : 2018/05/24 [16:32]

 

[한국인권신문=최성모 기자] 홍대 누드모델 몰래 카메라 사건에 우리사회가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다. 신속하게 진행된 수사로 인해 여성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런 이의 제기는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패배할 수밖에 없는 논리다. 때문에 거리에 나선 여성들, 그리고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얼굴을 숨긴 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녀들이 상식이 있는 한 그런 빈약한 논리를 펴면서 집회에 참석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좀 더 그럴싸한, 명분을 쌓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으면 하고 그녀들은 바랐을 것이다. 남성들한테 잔뜩 욕을 먹을 집회에 참석해야 하는 여성들의 심리는 어떨까. 이번 집회는 페미니즘으로도 포장이 안 되고, 그야말로 어린아이들이 진열장에 놓여있는 거대한 거북선을 사달라며 떼를 쓰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이런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집회에 참여를 하고 구호를 외친다.

 

헤아려보면 그 여성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불평등에 시달렸으며, 그런 불평등을 감내했는지 간접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 그녀들은 욕을 먹는 것보다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받은 불평들을 외치고 더욱 간절하게 외치고 싶어했을 것이다. 몰래카메라 범죄의 타겟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한 여성이 옷장에서 옷을 갈아입는 몰래카메라 같은 영상. 옷을 갈아 입은 여성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니까 귀신으로 변해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는 영상은 몰래카메라를 방지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한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 돼 간다. 첨단 기술의 발달로, 마음만 먹으면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몰래카메라의 심각성을 인지하지만, 범죄 방지를 위해 특별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다. 이번 홍대 남성 모델의 몰래카메라 범죄가 신속히 이뤄졌던 것은 학생들이 그런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샀기 때문이다.

 

만약 학생들의 범죄라면 이 수사는 더 파장이 컸을 것이다. 결과적으론 동료 여성 모델의 범죄였다. 동료 여성모델의 동업자 정신 실종을 비롯해, 남성이 여성을 찍은 게 아닌 여성이 남성을 찍었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컸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이 주장하는 바도 바로 이런 점이다. 만약, 여성모델이 범죄의 타겟이 됐다면, 이렇게 떠들썩하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몰래카메라 범죄에 노출된 것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외침은 간단히 요약된다.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인권을 주장하는 여성들. 도대체 세상에 누가 범죄인을 두둔하고 싶겠는가. 가족도 아닌 일면식도 없는 범죄를 저지른 여성을 위해 모여든 여성들의 목소리를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선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성들은 범죄 자체를 변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집회 참여 여성들은 호소하고 있다. 그녀들의 외침, 처음에는 억측같았지만, 점점 그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니 그녀들의 주장이 궤변이 아님을 빈약한 논리가 아님을, 점점 깨닫게 되고 있다.

 

여성들이 받는 이 사회에서의 고통을 얼굴 가린 집회 참가자들의 용기를 통해 얻었다. 이 사회의 분열이 아닌, 앞으로 가고 있음을, 얼굴가린 여성들을 통해서 이 사회는 관점의 전환을 가져왔다. 26일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두 번째 시위가 개최된다고 한다. 얼굴 가린 여성들의 항변, 그 두 번째 목소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성모 기자 jinaio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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