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률 칼럼] 이외수 학장, ‘칼’의 날카로움과 체제 반항적 삶

물질만능·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오롯이 서서 저항하고 지탱하며 걸어가는 인물

박병률 | 입력 : 2018/05/21 [14:07]

 

인예촌의 고문이시자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학장님이신 이외수 선생님의 소탈하신 즉흥 서사를 들었던 어제는 빗줄기도 분위기를 한껏 받쳐주었던 날이었습니다. 청년과 중장년 층 모두가 들어도 공감하기에 매우 유익한 이야기들은 온몸과 마음에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풍겨나오는 아우라가 역시 한 시대에 큰 획을 그어온 인물로서의 기품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옛날, 작가의 ‘칼’이라는 명저가 생각납니다. 그의 작풍은 ‘개인’과 ‘도’를 떠나서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제 강연에서 그는, 그에게 있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이력을, “거의 폐교 수준의 초등학교 소사”라고 했습니다.

 

이같은 언행은 매우 아이러니 효과를 한껏 발휘하는 문학적 표현입니다. 즉, 약육강식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넘어 정글자본 만능주의가 판치는 현실에, 그것에 역진하여야만 하는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자세와 ‘인간의 도’를 주장하기 위해 매우 시의적절한 복선입니다.

 

다시말해, 선생님께서는 제도권에 있던 이력이라고는, 작은 분교에서의 소사 역할이 첨이자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그것이 그의 자랑이자 보람이라는 것입니다. 춘천교육대학교를 8년을 다녔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거의 체제 반항적 삶이죠. 오롯이 개인 그 자체로 우주아래 당당하고 떳떳하게 서서 걸어오셨고 지금도 그렇게 서 계십니다.

 

그래서 그 어떤 사상이나 철학에 함몰 되었거나 추종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겐 그만의 도가 있다고 합니다. 그의 저서에 스며있는 그 만의 독특한 가치관은 어제의 특강제목에서 드러나듯 그의 평생의 화두가 되어 강단에 우뚝 섰습니다. 집단성과 진영논리, 그리고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물질만능·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오롯이 곧추 서서 저항하고 지탱하며 홀로 걸어가는 모습은, 실제 그 인물.

 

앞에서 직접 보고 난 후에 더욱 더 범접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체구는 너무도 작고 왜소하고 나약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작은 거인’이란 표현은 바로 이외수 선생님 같은 분을 두고 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작은 거인은 꾸밈없이 좌중에 그 어떤 사람과도 친히 대해주고 계셨습니다. 진실한 인격과 기품이 흐르고 아주 오래된 이웃집 아저씨같은 솔직 담백한 모습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쳤습니다.

 

이러한 거사를 이행하고 성료 하는데는 우연과 필연이 공존하였습니다. 멀리 춘천과 화천 인예촌과 남예종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있었습니다. 어느 음악보다 어떤 춤보다 더 아름다운 춤과 율동 음향으로 느껴집니다. 느낌보다 더 좋은 것은 깨달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렇습니다. 그렇게 깨달아졌습니다.

 

“지식이 가슴에서 소화가 되면 지성, 지성에 사랑이라는 양념이 가미 되면, 지혜”라는 어록은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 일생의 잠언으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실천을 강조하는 말씀으로 새겨들었습니다. 사랑과 실천 없는 이론과 지식의 덧없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밖에도 무수히 많은 어록과 진실, 이력에서 우러나오는 비밀들이 하나하나 벗겨지며 다가왔던 어제의 시간을 뒤로 하며 소감을 적어보았습니다.

 

학장님으로 초빙하여주시고, 이러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백승렬 이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전 기자님들이 이 행사의 스텝이 되어 한마음 한뜻으로 가족이 되어 준비하는 모습도 행사의 백미였습니다. 큰 행사 후에 밀려오는 후유감 잘 다독이시길 빕니다. 먼 길 화천으로 되돌아 가시던 이외수선생님과 그  일행에도 오늘 편안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인권신문사와 남예종, 인예촌의 앞날에 밝은 서광만이 비추이길 빌며, 비오는 금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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