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을 벗고 악수를 청하는 여성들

여성들이 외치는 말 왜곡되선 안돼…미투, 여성혁명으로 이어져야

최성모 | 입력 : 2018/05/21 [12:38]


[한국인권신문=최성모 기자] 칸 영화제가 화제다.

 

전 세계 모든 연기자들은 칸의 레드카펫을 밟고 싶어 한다. 그런 칸 영화제에 불문율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배우들이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게 무슨 대수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중동 여성들이 그 더운 날 히잡을 쓰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하이힐을 강요받는 여성들, 그런 여성들이 칸 영화제에 유쾌한 반란을 일으켰다.

 

여성들의 성을 상품화 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영화들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해 영화를 만들었다. 스토리와 크게 상관없이 여성들이 노출을 강요한다거나 베드신을 남발하는 영화들은 하나의 공식 같았다. 007시리즈의 여배우는 단지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의 성 파트너가 돼야 했다. 그런 공식들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요즘 마블의 히어로들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점은 영화 히어로들이 나오는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의상이다. 여배우들의 의상은 가심이 깊게 파인 의상을 입는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그것도 하나의 영화 흥행요소에서 빼먹을 수 없는 공식 중 하나다. 그런데 미투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여성들이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많은 한국 팬을 보유한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맨발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14일 스튜어트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플랙클랜스맨’의 갈라 프리미어에 참석했다. 검정 하이힐을 신고 등장한 그는 이내 구두를 벗어 손에 쥔 채 계단을 올랐다.

 

여자들이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는 걸 당연시 여겼던 사람들. 마치 드레스에 운동화를 신으면 왜 안되나 라는 의구심을 이제야 여성들이 들고 나온 것이다. 지금 이런 반응에 남성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여성들이 성을 상품화한 건 여성 스스로라고 남자들은 항변한다. 100%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사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차별을 받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할례를 강요받는 여성. 그 할례가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짓인지 남성들은 경험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살인해버리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남성과 여성의 임금이 불평등하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남성들이 말하는 하이힐을 선택한 건, 여성 스스로다, 라는 말로 여성들을 싸잡아서 비난해서는 안 된다. 지금 여배우들이 미투를 외치며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외치는 건, 그들이 그걸만한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미약한 존재였다면 이렇게 이슈화가 되지 못했을 거다.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말을 꺼냄으로써 그것이 이슈화되고 여론이 형성되고, 또 엄청난 파급력을 지니는 것이다.

 

전 세계,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여성들은 고통받고 있다. 힘없고, 하소연 할 데 없는 여성들을 위해 힘이 있는 여성들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말할 위치에 있을 때 침묵을 하는 건, 그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거다. 요즘 홍대에서 발생한 누드 모델 사진 불법유출에 대해 여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여성들의 몰카 범죄는 수사가 더딘데 남성이 피해를 당했기에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됐다고 여성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성들도 매우 화가 난 상태다. 수사가 빨리 되는 것도 불만이냐, 라며 억측도 정도껏 하라고 말을 하는 남성들이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그런 문제로 거리에까지 나온 것은 그녀들이 그동안 겪어야만 했던 일들에 대한 폭발로 봐야 한다.

 

사회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에서 여성들이 더 이상 침묵만하지 않겠다는 하나의 다짐과 같은 거다. 단지 여성이란 말로 폄훼됐었던 그것들은 남성들은 기피해서는 안된다. 아직도 여성들을 돈을 주고 성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생각자체가 남성들이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이것은 남성과 여성의 대결이 아니다. 자꾸 남성과 여성의 대결로 몰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여성들이 하려는 말들이 왜곡되고 있다. 정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남성도, 여성도,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바로 고쳐야 한다.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도록 남성과 여성이 손을 잡고 나아갈 때인듯 싶다. 한손에 벗은 하이힐을 들고  다른 손으로 남성과 손을 잡는 사회, 그 사회가 이제 시작되고 있다.  

 

최성모 기자 jinaio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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