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의 묻는다 칼럼] 문대통령 방북 초청, 기회인가? 미끼인가?

배재탁 | 입력 : 2018/02/12 [13:49]


[한국인권신문= 배재탁]
 북한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방북 초청한 일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방남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이 되었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여건이 되면 성사시키겠다’고 답했다.

 

필자가 걱정해 온 것 중 하나가 바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필자는 지난 해 10월 14일자 칼럼 ‘언제까지 투명 동네북 노릇을 할 것인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나 인도적 지원에도 북한은 아예 못 본척해서 뻘쭘한 적도 있었는데, 이후에도 북한은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고 쓴 바 있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등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은 "기적처럼 만들어 낸 남북 대화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살려야 한다.“ 또 며칠 뒤에는 "바람 앞 촛불처럼 남북 대화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적이라니? 바람 앞의 촛불이라니?

사실 남북대화는 언제든지 북한에서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대한민국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아예 못들은 척하고 왕따시키고 투명인간 취급하더니, 느닷없이 ‘한 민족과 통일’을 내세우며 들이댔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당하고도 ‘기적’이니 ‘바람 앞의 촛불’이라고 표현하니, 정말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노리는 것도, 외국에서 걱정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북한은 ‘우리가 눈만 한번 찡끗하면, 남한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따라온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한편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대북제재 등으로 입을 경제적 타격을 타개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남한에 먼저 들이대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권투에는 이런 기본적인 기술이 있다. 주먹으로 안면을 가격하면 가드(손과 팔)로 안면을 가려 타격을 줄 수가 없으므로, 먼저 훅으로 바디(몸통, 옆구리)를 가격하면 가드가 내려와 안면이 드러난다. 이때 스트레이트로 안면을 가격하는 기술이다.

즉 대북제제가 본격화(복부 가격)됨에 따라 북한은 그 타개책으로 얼굴을 남한에게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적도 아니고 촛불도 아니다. 북한 나름대로 자신들의 치밀한 계획으로 진행하는 타개책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문 대통령 방북 초청이 기회인가? 미끼인가?”

“지난 두 번의 정상 방북이 군축 등 실질적인 긴장 완화나 북한의 비핵화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

“남북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직도 아무 대가 없이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경제적 퍼주기를 하고 싶은가?”

 

문재인 정부는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주도적 노력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북한이 과연 그렇게 쉽게 핵을 포기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기회보다 미끼에 방점을 두고 싶다. 그 두 단어는 꼭 서로 상반된 개념은 아닐 수 있다. 미끼를 던졌다는 자체가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끼를 덥석 물지 않고 우리가 할 것(예를 들면 한미군사훈련과 대북제재)을 계속하면서 미끼가 점점 커지게 만들고, 미끼가 커지다 보면 미끼가 아니라 식사가 된다. 이렇게 판을 키우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만약 그들이 더 이상의 대화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더라도 크게 아쉬울 게 없다. 이미 올림픽도 잘 끝났고, 어차피 그렇게 쉽게 끝날 거면 처음부터 잘 할 마음이 없었나보다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간 화해의 분위기가 있었지만 결국은 원위치 되곤 했다.

북한은 앞에서는 평화공세로 대한민국을 이용하면서 뒤에서는 꾸준히 핵개발을 진행하고 실제로는 바뀐 게 없는 등,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충실히 실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거 진보정권에서 보수(MB)정권으로 교체된 이유 중 하나였다.

 

이젠 모든 국민들이 북한의 계략을 알고 있다.

오늘 모 일간지는 “남·북·미 수 싸움 시작됐다”라는 헤드라인을 냈다. 맞다. 이제부터 수 싸움에 두뇌 싸움이다. 잘못하면 진보 정권이 보수나 중도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고, 막연한 낭만이나 감상이 아닌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남북과 주변국 외교를 냉정한 판단으로 펼치길 바란다. 

 

편집국장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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