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차별 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합니다! -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8/02/12 [12:18]
▲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설립 계기는?

성인 성매매 피해를 지원하던 일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지원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은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10대에 성매매 시스템에 유입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아동 청소년 시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경험을 했더라면 이렇게 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성인이 되어 온갖 고초를 겪고 빠져나오면 다른 일을 하기 어렵고 자원이 빈약하다보니 새로 시작하기도 힘듭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방법도 잘 모르겠고 절망적이니까 또 다시 성매매로 유입될 위험성이 큽니다. 그래서 십대에 성 매수 범죄 피해자를 조기 발견하여 성매매 피해를 예방하고자 센터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계신지?
통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성매매 피해자를 발굴하는 작업을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특징은 어떤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먼저 상담소를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고, 성인에게 유인되어 성인이 애인관계처럼 행세를 하는 식이기 때문에 아예 피해 자체를 당사자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또한 부모나 친구들에게 알려질까 두렵고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알리겠다는 협박을 당하기도 하여 더더욱 제 발로 찾아오지 못합니다. 이에 성매매란 무엇인지, 임신과 출산에 대해 그리고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성병이 어떤 증세를 유발하는지 등의 정보지를 만들어 상담원들이 이러한 내용을 사이버 상에서 웹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차로 사이버 상에서 상담을 진행하며 대면상담을 할 수 있게끔 유도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아이들이 방문하게 되면 대면 상담을 통해 뭐가 필요한지 스캐닝 해서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변호사 선임과 아울러 경찰 조사나 재판 등에 동석하고, 의견서 등을 제출하고 성 매수 범죄에 노출되어 의료적 질환이 심한 아이들에게는 산부인과나 정신과, 정형외과 등 필요한 치료를 연계하고 동행합니다.

 

육체적 질환뿐만 아니라 협박에 시달린다던지 그간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어 마음고생을 하며 오랜 시간동안 문제들이 축적되어 있는 아이들을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리치료사들이 1대 1 심리지원을 하며, 경제적 기반을 위한 쉼터 연계나 일자리도 지원합니다.

 

학업지원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검정고시나 과외 교육을 도우며 본 센터 내의 서울위기청소년센터를 통해 4박 5일, 2박 3일 유형별 캠프도 실시합니다. 먼저 4박 5일 기본캠프를 통해서는 집단적으로 인권교육, 성교육, 심리치료, 집단치료, 성매매 바로알기 등의 교육들을 하고 신체 활동을 합니다.

 

거기에 문화 활동을 별로 해 보지 못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질 높은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과거의 자기 경험이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도록 재인식 재해석 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도록 결단하게 만듭니다. 2박 3일 캠프를 통해서는 새 시대에 걸맞게 IT 중심의 교육을 진행합니다. 특히 여성에게 취약분야인 IT 쪽으로 새롭게 눈 떠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통합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소신 및 철학은?
성매매 범죄는 성인 성 매수자가 일으키는 범죄입니다. 피해 아이들의 경우 대개 가정적인 문제들을 많이 갖고 있는데, 마치 그 아이들이 성매매를 일으키고 다니는 것처럼 몰아가는 경향이 높습니다. 이에 각종 이슈 파이팅과 법 제정 운동을 통해 피해자가 아닌 성 매수자 및 알선업자들을 신고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사회적 환경변화와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저는 누구나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일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제 분야인 성 착취 피해자들을 돕는 일을 통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동 청소년, 성 착취 피해자를 지원하는 게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하게 이 일만 해야 된다며 국한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을 하면 그런 것들이 합쳐져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여성인권에 대하여 한 말씀 해주신다면?
‘여성인권’이라고 따로 구분지어 논하는 게 잘못입니다. 사람의 범주 안에 여성이 있을 뿐입니다. 인권운동의 효시를 프랑스 혁명이라고 본다면 거기서부터 거기에 여성인권은 없었습니다. 왕권과 대치되는 시민권이 나오면서 모든 인간이 하나님께 지음 받은 평등한 인간이라 투쟁했지만, 그 범주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은 것입니다.

 

저희 기관은 이 사회에 성매매가 통용되고 그것이 얼마나 당연하게 인정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곧 여성인권이 어느 정도 수준이지 가늠할 수 있다는 시금석이라고 봅니다. 성매매라 함은 전 세계에 걸친 남성 문화입니다.

 

남성은 사고 여성은 팔린다는 현실이 매매로 여겨지는 것이죠. 상업적인 거래라고 친다면 성비가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여성만 팔리고 남성만 사고 있지요. 그것은 성매매가 그저 남성 문화를 향유하고, 권력 간 결탁과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을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렇듯 남성 사회는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고자 성매매를 필요로 하면서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며 자발과 강요로 구분하여 피해자를 검증하려 합니다. 강제성이 없다면 성매매에 응한 여성들을 도리어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로 남성 사회의 범죄를 은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당장의 개선이 되어야 하며 성매매는 성 착취이고 여성인권에 반하는 폭력입니다.

 

양성 평등이 실현되려면?
양성 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서 우선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우리 세계는 양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양성으로 구별해서 범주를 만들고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낙오자나 괴물로 지칭합니다.

 

잘못된 불량품으로 취급하며 제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 존재밖에는 없게 만들어 손쉽게 분류합니다. ‘남성성은 강하고 여성성은 약하고 남성성은 진취적이고 여성성은 수동적이고 남성성은 이성이고 여성성은 감성이다’ 와 같은 이분법적인 규범에 맞는 인간으로 교육시킵니다.

 

고정된 성 역할을 잘 수용하게끔 만드는 게 교육의 실태입니다. 그리하여 굉장히 폭력적인 남성을 배양하고 수동적이고 피해자형 여성을 배양합니다. 이런 식의 교육 구조에서 양성평등을 어떻게 논할 수 있겠습니까?  범주들을 해체하고 방식에 다양성들을 인정하고 실현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는 이상 진정한 성 평등은 이뤄질 수 없다고 봅니다.

 

이 사회에서 10대의 현실은?
10대들과 호흡하다 보니 이들은 정말 사각지대구나 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성인도 아닌 그렇다고 어린 아이도 아닌 어중간하게 걸쳐 있는 느낌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과도기에 놓여있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과 성장환경을 거쳐 성인이 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도화 된 교육체계로 인해 아이들의 잠재적인 기회나 창의성들이 박탈되고 있습니다.

 

계속 기성화 되어있는 사회를 따라가게끔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죠. 자생성이 실현될 수 있는 풍토가 아니기에 아이들은 숨 막혀 합니다. 그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들이 꿈꾸는 대로 사회가 빚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꿈을 꾸는가가 너무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겐 사회적 권리가 없습니다.

 

집과 학교에만 얽매여 있으며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비행이나 우범 청소년으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그래서 한번 낙오자로 찍히면 건강한 세상을 꿈꾸지 못하고 도망 다니며 반항하고 피해의식 덩어리가 되어버립니다. 청소년 문화가 학교 아니면 가정으로만 국한되어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자발적 권리를 통해서 발언하고 그 발언이 받아들여져서 실현이 되고 이런 과정이 충족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며 자연스레 권리가 많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겐 투표권도 없고, 아르바이트도 부모 동의서 없으면 안 되고 민사상 권리도 없습니다. 그런데 오직 성매매를 동의했다는 것만 동의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권리만 인정하고 아무런 정치적 권리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낼 세상을 기성세대나 성인들이 재단해선 안 됩니다. 그들이 무슨 세계를 만들어놓을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이들이 날개를 달고 도약하며 본인이 생각한 꿈들을 이뤄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회적 권리들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8년의 계획과 비전은 어떻게 되십니까?
여전한 방식으로 성매매 피해 아이들을 발굴하고 대면상담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을 해 나갈 것입니다. 이들에게 탈 성매매와 더불어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적성에 맞는 직업과 비전을 제시하고 그러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통합적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또한 아무리 피해자를 지원해봤자 아이들을 노리는 성인들이 있는 한 악순환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성 매수자들을 근절하는 제도가 마련되고 사회 환경이 개선되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법률을 올해에는 반드시 개정시켜야 합니다.

 

국제적 수준에 맞는 인권기준에 따라 아동청소년들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기관이 앞으로 계속 가야 할 비전입니다. 워낙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기관이다 보니 곤란한 상황에 처하질 않길 바라며, 직원들이 건강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행복감을 느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무실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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