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그동안 못 해줘서 안달이 났나?

배재탁 | 입력 : 2018/01/18 [13:14]


[한국인권신문=배재탁]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북관이나 대북 정책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권 초기에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지만 우스운 꼴이 되었던 경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남북협상 초기에는 진행하는 모습이 차분하고 신중해 보여서 잘 되겠지 싶었다.

 

얼마 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대남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을 때, 필자는 지난 1월 4일에 '남북대화는 무조건 환영이지만?'이라는 칼럼을 썼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발표한 대로 '조심스럽고 신중한 환영'을 하고 '진의를 파악'하며 천천히 진행하고, 언론도 앞서가지 말고 제발 진중하길 바란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번 남북회담도 정부의 발표대로 잘 진행하길 바랐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10명중 8명이 찬성한다고 했지만 2명은 반대한다고 했다. 반대하는 이유가 대부분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가 북한 체제 선전에 이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약 20% 정도의 소수라고 그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된다. 사실 지난 여러 차례 북한 응원단 방문이 인기를 많이 끌었지만, 그들의 만들어진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왠지 뒤끝이 깨끗하지 않은 느낌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에서 올림픽 선수단 참가보다 예술단 방문을 먼저 논의한 것도 좀 꺼림칙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제 남북 차관급 협상에서 한반도기 동시 입장, 마식령 스키장 공동 훈련,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에 북한 응원단 230명, 태권도 시범단 30명 등이 방남하여 응원이나 공연 등을 하기로 했고, 패럴림픽에도 선수단, 예술단 등 150여명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단다. 얼마 전에는 북한 마술단 파견 보도도 있었다.

 

일단 한국리서치가 지난 9~10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보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환영한다는 의견은 81.2%나 됐지만 ‘한반도기 동시입장’에는 찬성이 50.5%,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는 답변이 49.4%로 비슷했다. 단일팀 문제에선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었는데, '가급적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는 27.0%에 그쳤고, '무리해서 단일팀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는 답변이 72.2%였다.

 

한반도기 동시입장에 대한 의견이 반분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11차례 동시입장이 있었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다는 점이다. 취지나 모양만 좋았지 실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까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처음부터 단일팀을 구성해 예선을 치러왔다면 문제가 없지만, 지금 갑자기 단일팀을 만들면 그동안 같이 고생했던 우리 선수 몇 명은 꿈에도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지도 못한다. 그걸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시간도 별로 없는데 북한 선수들과 합해져 팀웍이 제대로 발휘되겠는가?

 

또한 마식령 스키장 공동 훈련이라니? 그것도 '평화올림픽 구상의 하나'로 우리 측에서 제안했다니 제정신인가 싶다.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만들었지만 방문객이 없어 사실상 폐업상태인 곳이다. 거길 일부러 우리가 먼저 가서 국제적으로 홍보해 준단다. 지금 남북관계가 아주 좋고 핵문제 같은 게 없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로 거의 전 세계가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 판에 북한 스키장을 홍보해 주러 간다니, 북한에서는 그걸 가지고 대내외에 얼마나 선전하겠는가? 체제 홍보를 아주 제대로 도와주는 일이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게 바로 이것이다. 그런 우려를 뒤로 하고 이렇게까지 알아서 해주는 이유가 뭔가? 그게 평화 올림픽 구상하고 무슨 관계인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인가?

 

예술단이나 시범단, 마술단의 경우도 그렇다.

외교나 남북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상호주의 즉 균형이다.

북한에서 공연단들을 파견한다면 우리 쪽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얘기는 없다. 역시 일방적이다.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 대해 정부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환영'이라며 '일단 대화 나누며 진의 파악'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너무 일방적으로 속도를 내는 것 아닌가?"

"마치 우리 정부가 그동안 북한에 뭘 못 해줘서 안달이 났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동안 못 해준 걸 한꺼번에 다 해주려고 하는가?"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은 자국민을 희생이 전제가 되는데, 그렇게 해서 뭘 얻겠다는 건가? 이게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정의로운 나라, 국민이 주인이 되고 존중받는 나라인가?"

 

 

필자는 지난 1월 9일 '북한, 이 시기에 이런 삐라(전단)을 살포해야 하나?'라는 칼럼에서 필자가 수거한 삐라(전단)을 공개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또 사진과 같은 삐라(전단)를 집 주변에서 수거 했다. 한편에선 유화정책과 회담을 하면서 또 한편에선 이런 책동을 계속 하는 게 북한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남북협상을 보면 마치 자기들이 평소에 머릿속에 그려왔던 대로 만들고 싶어 밀어붙인다는 생각이다. 남북관계를 환상으로 보면 안 된다.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실리를 추구해야하는데,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이행해가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땐 이해가 안 갈 뿐만 아니라 당황스럽고 문재인 정부의 저의를 의심할 것이다.

 

정부는 우려를 최소화한다고 했지만 믿음이 안 간다. 이런 식이라면 또 언제 틈만 나면 퍼주려고 할지 모른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실망스럽고 걱정된다.

 

편집국장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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