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국가인권위원회 개혁 요구’ 공동성명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7/05/23 [21:34]

 

 

[한국인권신문=이광종] 법인권사회연구소, 불교인권위원회 등 30여 개 인권단체들은 23일(화) 공동성명을 내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진정에 대해 의견표명에 그친 결정을 내린 인권위 위원들의 자질문제를 지적하며 인권위의 혁신을 요구했다.

 

지난해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소속 진정인들은 강원테크노파크 원장이 회식자리에서 여성직원의 손등을 쓰다듬고 러브샷을 하고 포옹하는 등 성희롱을 하였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그러나 인권위는 관련 진정에 대해 “성희롱 행위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며 성희롱 진정 등에 대해 각하 및 기각 결정하고, “회식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표명으로 진정사건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공동성명의 전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 면죄부 기관인가?

 

- 상당기간 상습적으로 반복된 성희롱 사건 진정에 “증거없다”며 기각하고 유명무실한 “의견표명” 결정

- 인권 감수성 없는 법조인 출신 인권위원들 규탄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최혜리 상임위원, 한위수 비상임위원, 이은경 비상임위원)가 지난해 12월 강원테크노파크 직원들이 제기한 성희롱 사건 진정에 대해 4월 17일 회식문화를 개선하라는 의견표명과 함께 각하와 기각 결정을 하고 5월 18일 진정인에게 결정문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졌다.

 

강원테크노파크에서는 원장이 2015년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떡을 잘 치냐”, “부부니까 떡쳐봐” 등 언어적 성희롱을 했고 2016년에도 워크숍 행사중 여직원을 포옹하고 안아 돌렸고 또 다른 회식 중 여직원과 러브샷을 하고 포옹하였다.

 

올해 2월 강원도 실태조사 결과는 성희롱과 관련하여 출자기관인 해당 기관장의 품위유지 위반 및 행동강령 규정 금지 등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성희롱 예방피해구제의 유일한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는 단지 진정사실이 1년이 도과하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법적 근거만을 들어 인용하지 않음으로써 지자체의 인식보다 못한 추상적 의견표명에 그친 것이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인권위 인권위원들이 인권감수성 부족과 기관장 눈치보기로 사실상 성희롱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본다.

 

첫째, 이 사건은 기관장에 의한 성희롱 진정이다. 대개 상급자에 의한 성희롱은 인사상 불이익, 조직내 배제 등으로 피해자가 제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러 직원들이 강원도의 실태조사에 응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는 피해자가 조사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각하결정을 내렸다. 상급자가 가해자인 성희롱 사건의 경우 국가인권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의 진정으로 조사할 수 있음에도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없었다.

 

둘째, 성희롱의 핵심적인 판단기준은 피해자이다.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인지를 피해자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피해자가 당시 회식 자리에서 러브샷을 하고 기관장의 지시에 따라 회식사진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는 이유로, 직후의 포옹에 대해 피해자가 “당황하고 기분이 나빴으나 분위기를 깰까봐 싫다는 표현을 못했다”는 진술이나 관련 사진들은 무시하고 성희롱의 “증거가 없다”고 단정하였다.

 

셋째, 이 결정의 주문은 의견표명이다. 국가인권위는 통상 법제도와 정책 등에 대해서 의견표명을 해왔다. 개별 당사자가 문제되는 성희롱 사건에서 권고가 아닌 의견표명 결정은 이례적이다. 호의로 보아 각하, 기각결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강원테크노파크에서 기관장의 권한과 지시 하에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성차별적이고 성희롱적인 술 문화가 만들어져 왔음을 인식하면서도 해당 기관장에 대한 고발이나 징계는 고사하고 인권교육이나 성희롱 예방조치를 하라는 권고도 아닌 주체도 모호한 의견표명을 한 것이다. 진정사건에 대한 의견표명은 권고와 달리 수용, 불수용을 관리할 의무가 없으므로 성희롱 구제책임을 회피하고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법적으로는 완벽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성희롱을 용인하는 이 같은 결정이 나올 수 있었던 원인은 인권위원들의 자질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한다. 위원 11명중 법조 출신이 8명이나 된다. 특히 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인 최혜리 상임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인선절차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임명했다. 4년 판사 경력 이후 정부법무공단 및 법무법인 바른에서 기업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사로 근무했으며 당시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직을 중도에 그만둔 것은 물론 겸임하고 있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으로서도 회의출석률이 절반 정도에 불과해 전혀 자질검증이 되지 않았다.

 

인권 관련 활동과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인권위원이 되면서 성인지감수성과 폭력감수성이 부족해 위계관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도 면죄부를 주게 되었다. 성희롱 사실을 언급하고도 성희롱이라고 하지 않고 불합리한 법조문 뒤에 숨어 국가기관의 이름으로 피해자를 모욕하고 성적 굴욕감을 주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해당 진정인과 피해자들은 굉장한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인사 상 불이익을 당할 우려에 처해 있다. 이러고도 국가인권위가 과연 유일한 성희롱 피해구제와 예방기관의 자격이 있는가 묻고 싶다.

 

우리는 국민이 촛불로 만들어낸 새 정부의 적폐청산 우선과제로 단연 국가인권위의 개혁을 손꼽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인권위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했다. 우리는 다시 본연으로 돌아가 값싸고 신속한 인권문제 해결기관이자 국가 내 감시견으로 바로서는 국가인권위를 위해, 민주적이고 투명한 위원인선과 관료화된 관행들의 청산이 우리사회의 과제임을 분명히 강조한다. 또한 강원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한 조치로 인권 도정 실현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7년 5월 23일

 

△광주인권지기 활짝,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자연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법인권사회연구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새사회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해방열사_단,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여성의전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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