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불의를 보고 분개하지 않으면 ‘시민’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5/09/28 [03:51]

 

 

 

[한국인권신문=김광석 편집장] 지난 25일(금)과 26일 연이틀에 걸쳐 다른 듯 같은 유사한 일을 겪었다.

 

25일 오전 10시경 안양 비산동 어느 빌딩 11층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당시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여)과 젊은 여성, 필자 셋이서 차례로 서 있었던 것이다. 그때 우리 세 사람보다 뒤늦게 젊은 여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내려왔고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한분이 타고 계셨다.

 

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뒤늦게 나타났던 젊은 여자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얼른 들어갔다. 그 안에 타고 계셨던 할머니께서 내리기도 전에. 필자를 포함해 그녀보다 앞서 기다리고 있던 세 사람을 제치고. 게다가 할머니께서 먼저 내린 후 탑승해야 하는 상식도 어긴 채. 필자는 제일 나중에 올라탔다.

 

2층에서 어르신이 내리셨다. 몰상식한 그녀는 3층에서 내렸고. 필자는 11층, 젊은 여성은 12층을 눌렀다. 건물 1층에 약국, 2층에 은행, 3층에서 5층까지는 의원, 치과, 한의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는 상식을 초월한 그녀를 보고 참느라 힘들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즉각 시정조치를 권고했을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그녀가 대들었다면 언쟁도 했을 것이다.

 

26일 오후 1시 42분이 지난 시각, 관악산 둘레길 오르막에 막 접어들었다.  관악산, ‘8봉 안부⟶불성사⟶서울대 관악수목원⟶안양유원지 인공폭포’ 코스를 거쳐서.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사람(남)이 홀로 앉아 흡연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산에서는 금연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25일에는 간신히 참았지만 26일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필자(이하, 필); “산에서 담배를 피우면 됩니까?”

흡연자(이하, 흡); “산불을 내지 않고 피우면 되지 않아요?”

필; “담배 불을 끄시기 바랍니다.”

흡; “당신이 뭔데 끄라고 합니까?”

필; “흡연 장면을 좀 찍겠습니다.”

 

(말없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다가)

 

흡; “오늘 너 잘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명절연휴에 이렇게 혼자 산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알기나 해? 생각이나 해봤어?”

 

(흡; 필자 복부를 손바닥으로 찔렀다.)

(필; 멀쩡한 사람이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필; “사정을 몰라 죄송합니다.”

흡; “한때 나도 잘 나간 적이 있었어. 당신도 나락으로 떨어져 봤을 거 아니야?”

필; “충분히 이해합니다.”

흡; “ 그런데 사진은 왜 찍어?”

필; “한국인권신문 편집장입니다. 당신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점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면서 잠깐 동안 말싸움을 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야 할 시간을 생각하니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조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도 누그러졌다.

 

25일 필자, 시민정신이 다소 부족했다고 자평했다. 26일 필자, 원칙에 충실하면서 현실을 감안했다고 자위했다. 25일, 필자 자신의 행동에 대해 더 이상 자책하고 싶지 않다. 26일, 그분의 고통을 참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하니 맘이 홀가분해졌다.

 

잘 못된 행동을 보고 모른 채 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것은 좋지 않다. 옳고 그름을 떠나. 불의를 보고 분개하지 않으면 ‘시민’이라고 할 수 없다. 건강한 시민이라면 ‘정의’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정의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동체에서 숨 쉬고 싶은 심정, 필자뿐 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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