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투자는 이슈가 아니라 이익이다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1/11/30 [09:42]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GE하면 최고의 기업으로 오랫동안 경영학 수업의 연구대상이었다. 미국에서 100년 동안 100대 기업을 유지해 온 유일한 기업으로 오래 칭송받기도 했다. GE는 2013년에는 주가가`100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몇 년을 계속 오르더니 2017년 중반에는 200달러가 넘었다. 거대한 규모의 기업이 상승일변도의 주가를 몇 년간 유지한다는 것은 역시 거대한 전문투자자들도 그동안 그 주식을 많이 사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200달러를 넘어서는 장면에서는 아마도 개인초보자들의 유입도 많았을 것이다. 당시는 시장에서 GE가 이슈가 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GE는 금리가 오르는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을 내리 주가가 급락을 하여 2020년에는 코로나 충격이 겹쳐 50달러 근처로 하락을 했다. 이건 세계적인 우량대형주가 보여주는 주가추이가 아니다. 그런데 그해 말 나온 GE 이익실적은 적자였다. 그 사이에 10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투자자들의 돈을 담고 증발을 했다.

 

그런데도 GE는 2021년 연말을 앞두고 주가가 100달러도 안된 상태에서 기업의 청산가치라고 할 수 있는 PBR(주가자산가치비율)은 아직도 3배가 넘는다. 보통 상장기업은 1배 내외의 PBR수준이다. 여전히 일반 시장여론이 이 기업에 높은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수익은 적자더라도 아직 전통적인 명성에 기대를 못 버린 것이기도 하다. 시장의 관성적인 과대평가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을 역사적인 우량주신드롬이라도 한다.

 

엑슨모빌은 세계 최대 시가총액기업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역사적인 최강자였다. 이 회사는 2015년에는 100달러가 넘는 주가를 보일 정도로 2010년대 초반 몇 년을 계속 상승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0년에 주가는 고가수준 대비 1/3도 안 되는 가격으로 급락을 했다. 바로 그해 이익이 적자가 난 것이다. 그 후 주가는 PBR이 1배 근처로 내려와 기업의 청산가치 정도에 머물고 있다. 오랫동안 글로벌증시를 호령한 거대한 석유메이저의 초라한 뒷모습이다.

 

이 두 기업이 연속 상승하던 2010년대 전반부는 미국이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사태라는 부동산금융 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느라 양적완화로 엄청난 유동성을 푼 다음의 시기이다. 당시 돈이 증시로 넘쳐오자 대형 투자자들은 평소에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점유율이 높고 명성과 전통이 있고 업력이 받쳐주는 익숙한 우량 대기업에 본능적으로 투자하게 되고, 이런 과잉 유동성 흐름에서 GE, 엑슨모빌 등 블루칩(대형우량주)들이 과대 포장된 시기로 보인다. 시장주가 산정방식인 다우존스평균이나 유럽의 여러 증시지수들도 다 그런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평균을 도출한다.

 

항용 이런 주식들이 이슈를 타고 오를 때는 여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PER을 무시하고 주식을 보유하기도 한다. 요즘 ETF라고 포장하는 테마주에도 이런 과잉투자현상은 역력하다. 당국에 의해 시중 과잉유동성이 더 들어가기 전에 고객을 쉽게 시장으로 더 이끌려는 투자영업 기법의 하나이지, ETF라고 해서 결코 상대적 차별수익을 보장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그러나 단기에 처분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이런 고 PER주식을 오래 투자하면 반드시 후일 이익이 올라가든가 주가가 내려가든가 해서 역사적인 PER은 일정한 안정권을 유지하게 된다. 과거에 일본이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한 때 나라 전체가 적정 PER을 무시하고 시장평균이 선진국증시 평균의 5배가 넘는 70배까지 오르다가 마침내 일본 경제는 그 때의 거품으로 30년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냈다.

 

이런 기업들은 항상 블랙록이나 뱅가드 같은 거대 전문투자 기업들의 고객자산 관리계정에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지금도 아마존이나 테슬러 등 고PER주가 많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래보았자 미래 이들의 주가는 반드시 자기들이 만드는 이익성과를 주가가 따라 가게 된다. 예컨대 지금 전기자동차 이슈로 테슬러가 PER이 수백 배가 넘지만 훗날에도 테슬라가 시장에 살아있다면 결국은 그 회사도 평균 20-30배 내외의 PER로 조정된다. 애플도 50배를 넘던 PER이 요즘은 20-30배 언저리이다. 이것이 엄연한 증시의 역사성이다.

 

이건 요즘 관심이 높은 모더나, 넷플릭스, 코인베이스,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도 종국에 가면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이들이 지금처럼 주가가 높게 유지되려면 매출이나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이 지금보다 수십 배는 높은 실적이 오래도록 주가를 받쳐주어야 한다. 아니면 주가가 이익정도로 스스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 그게 변하지 않는 주식시장의 본래 모습이다.

 

이런 진실을 놓고 볼 때, 그가 누구든 증시에서 주가전망으로 잘한다고 여기저기 나와서 설치거나, 내가 주식으로 돈을 좀 벌었다고 우쭐대지 마시라. 주식투자는 잘 나가다가도 기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가 날 즈음에 여차하면 한방에 훅 간다, 40년을 투자분석가로 일해 오면서 느낀 점은 증시에서 돈 번 자랑하는 사람처럼 속 빈 사람은 없다. 도대체 그 걸 왜 자랑을 할까. 분석가의 생각으로는 아직 실수와 고생의 시간이 덜 찬 모양이다. 주식시장의 주가는 언제나 너무도 불안정하고 야속하게 늘 누구에게나 불확실하다.

 

이런 점을 안다면 주식시장에서는 누구도 주식투자를 너무 몰입적으로 하거나, 지나친 낙관론으로 대하거나, 운명적인 직업관으로 나서선 결코 안 된다. 항상 조심하고, 유념하고, 신중하고, 자제하면서, 분할하고, 때론 쉬어가면서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그런 글로벌 증시에 위드 코로나의 기대감도 잠간이고, 또 다시 걱정스런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소식이 충격적으로 들리고 주가도 요동을 친다.

 

그러나 기업을 만들고 이끄는 대주주나 우리사주 사람들은 변이바이러스가 와도 자기회사 주식을 팔지 않는다. 어려워질 환경을 대비하여 오히려 더 내부로 단합하고 더욱 신발 끈을 고쳐 맨다. 그래서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기업들은 어려웠던 환경을 극복을 한다. 물론 그 답은 기업의 미래 이익증대로 보여준다.

 

모름지기 이런 자세가 아닌 안전하게 돈을 더 벌려는 대중투자자라면 공연히 심각하고 분주하게 주식유통시장에서 불나방 같은 주식을 사고파는 일은 평소에도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다. 비단 오미크론 같은 변이바이러스 출현이 아니더라도 주가의 돌발충격이나 폭락은 한 여름의 천둥만큼이나 무시로 찾아온다. 그 두려움이나 낭패감은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걸 다 견디고도 살아남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어느 나라 증시든지 수많은 사람의 절망이 묻혀있다.

 

증시는 원래가 그렇기 때문에 저축이나 땅이나 금과는 전혀 자산의 성질이 다른 위험자산이다. 바로 이런 점이 또 주식투자가 타 자산에 비해 역사적으로 평균적인 고수익 가능성을 갖는 여전한 투자매력의 배후이기도 하다. 그래서 팬데믹으로 급락하는 주가 앞에서 무작정 공포와 맞서라, 위기는 기회라고 일반화 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사실 일생을 주식 한주 없이 잘 살아가는 지구인도 아주 많다. 주식투자, 이건 순전히 개인의 재무적 선택이자, 다분히 기질적 행동의 의사결정 특성이다.

 

담대하고 도전적이고 냉정하고 반전의 야망이 있는 내면의 기질이 없다면 굳이 주식투자는 하지 마시라. 돈은 안전이 기본이고, 화폐자산의 안전은 현금흐름이다. 현금흐름에서 보면 정부통화 공급은 마중물에 불과하고, 기업에서 이익증대가 나와 주어야 그게 진짜 증분의 현금흐름이고 이것이 주식의 내재가치를 만든다. 따라서 이제까지의 코로나 주가는 대체로 마중물 현상이고, 더 진정한 미래 주가의 해답은 기업들이 자기사업에서 지속적인 이익증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또 가슴 철렁하게 예고 없이 오미크론이 찾아온 2021년 연말과 2022년 연초 글로벌증시 장세도 새로운 바이러스 이슈보다는 한참 지나고 보면 이익의 추이와 PER, PBR 등 적정한 투지지표의 우호적 변화가 더 중요하리라. 이 또한 앞으로 잦아질 <위드 코로나>시대의 기본투자법이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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