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마음의 속도에 넘어지지 말아야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0/06/08 [12:11]

 

 

[한국인권신문=엄길청]

 

2020년 출발을 온통 암흑으로 뒤덮이게 한 중국 우한 발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기적인 사회보건의료 사건이지만 그 배경은 단순히 위생과 치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분명 우리가 추구하고 스스로 자행한 일 중에서 그 단초가 있고 확장의 자극이 있었다고 본다. 저가항공사들이 등장하고 작은 비행기가 날아다니며 곳곳으로 작은 공항을 만들어 노선이 확대되던 항공산업은 공항 주변을 무슨 도시처럼 여기며 백화점 호텔 카지노 등을 만들어 가며 공항산업까지 그 범위가 넓어가던 중, 코로나19라는 날벼락을 만난 것이다.

 

요즘 들어 우리는 모험이란 말을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그러나 세상은 아주 오랫동안 안전이란 말을 소중히 여기며 신용이란 말도 존중하며 살았다. 예금을 구한다는 의미의 save 라고 부르는 것이나, 주식을 안전한 증서라는 securities 라고 부르는 것이나, 채권을 유대관계라는 뜻도 담긴 bond라고 부르는 것도 그 어원은 불안정한 오늘의 더 나은 미래 소망들이 발전하여 남긴 말들이다. 하지만 지금 주식을 안전한 증서라던가, 채권을 유대관계라던가 그렇게 생각하고 다루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격차이나 수익률이 중요할 뿐이다.

 

금융학자 알프레드 레파포트는 금융시장의 위기는 남의 돈을 맡은 사람들의 대리인 역할이 커지면서 생긴 일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자기 돈이 없이 남의 돈을 다루면 늘 욕심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돈의 생성과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빨리 큰돈을 벌고 싶고, 호사롭게 살고, 싶고 편히 쉬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래서 남의 돈을 맡아서 그 돈을 빨리 불리려고 온갖 지혜를 다 발휘한다,

 

대리인들은 금융시장에도 있지만 경영자들에게도 많다, 대기업은 모두 투자자의 대리인들이 모인 집단이다. 그들도 주주들이 받아가는 배당에 비해 작은 자신의 보수를 높이려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러면서 기업의 체질은 점점 위험한 모험을 키우게 된다. 사실 창업자에게 기업을 물려받은 자녀도 대리인 같은 행동을 하여 기업을 위험한 경지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점점 대리인들이 정치인이 되어 나라 돈을 풀어 댄다. 특히 미국은 새로운 정치가들이 등장하면 항상 금융인들이 같이 온다. 그들은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즉시 금융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미명으로 돈을 푼다, 그리고 금리를 자꾸 낮춘다. 결국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금리가 더 내려가지 못하고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는 사이에 위험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모험을 정작 모험인 줄 모르고 유동성투자에 뛰어 든다.  

 

폭락하던 주가가 오르는 순서가 대개 이렇다. 우선 돈을 풀기도 전에 급락하던 주가부터 먼저 매수세가 온다. 그들은 체질적인 모험가들이다. 대중의 공포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번에 남의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려온다. 평소에 못 사던 주식들이 갑자기 싸지면 돈 욕심이 나서 여기저기 돈을 모아서 사러온다. 그리고 이번에 정부에서 돈이 풀리면 그 돈을 보고 또 몰려온다, 그리고 다시 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그동안 오르는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 대기자들이 또 주식을 사러온다.

 

이리하여 다시 그 거품으로 위기에 처한 금융경제는 먼 길을 조신하게 가던 사람들이 알뜰히 모아둔 귀한 돈으로 그 공백을 메워주어야 한다. 찰나적 투기자와 모험가들이 남긴 상처와 부채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다시 호흡이 긴 큰일들이 나라에서 생겨야 그나마 안정을 찾는다. 큰 공장도 만들고, 건설공사도 필요하고, 기술개발도 필요하고, 창업도 필요하다,

 

저축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낭비와 모험심을 가두어 두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축할 입장도 못되는 사람들은 위기에서 돈이 풀리면 오히려 불평등이란 심리적 고통이 증가한다. 최근 미국서 일어난 불행한 인종차별 사건이 점점 경제적 불평등을 주제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이다.

 

위기에서 돈이 많이 풀려도 큰돈은 금융투자시장에 주로 머문다. 그래서 정부가 기본소득을 나누어 주기도 하지만 그 돈이 불평등 심리를 채워주지는 않는다. 모두가 다시 함께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속도로 그런 공감대 속에 우리는 이 터널을 벗어나야 하겠다.

 

엄 길청(글로벌애널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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