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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20/05/06 [09:17]

 

 

[한국인권신문=엄길청]

 

지하철을 타면 노약자석이 자주 비어있음을 본다. 확연하게 보이는 것은 점점 연세 드신 어르신들의 외부나들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울 종로의 파고다공원 주변이 아주 썰렁하다. 그동안 지하철은 용돈벌이 하신다고 할아버지들이 손수 물건을 들고 택배 일을 하시면서 많이 타고 다닌 곳이다, 그리고 보니 거리에서 푸성귀를 몇 점 놓고 다듬어 파시던 할머니들도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어느 카페에서 이미 식어버린 찻잔을 앞에 두고도 서로를 애틋하게 붙잡고 못내 떨어지지 않으려는 사랑하는 청춘남녀들의 풋풋하고 정감이 어린 아름다운 모습도 이젠 잘 눈에 띠지 않는 기억으로 남으려 한다, 서로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젊은 연인들도 얼마간은 전혀 보지 못했다. 극장 앞에서 더운 불을 펴놓고 오징어나 땅콩을 팔던 아주머니들도 영문도 모르고 개점휴업을 해야 했다.

 

2020년 상반기에 한국사회를 코로나19 펜데믹이 휩쓴 낯설고 기가 막힌 세상의 풍경이다, 과연 이제 이 거리에서 다시 비 오는 날의 수채화는 그릴 수 있는 것일까.

 

그동안 사회적 가치를 연구하고 사회적 관계를 권장하며 열심히 학생들에게 열린 시장과 개방된 경제활동을 가르치던 사람으로 목격한 내 나라의 믿지 못할 광경이다,

 

2020년 벽두부터 불어 닥친 사회적 거리 유지는 이제껏 정말 단 한순간도 생각해보지 못한 생떼 같은 날벼락이자 앞으로도 종종 닥칠 수도 있는 암흑세상의 새 얼굴이다, 한국전쟁의 기억을 가지지 못한 60대 이전의 국민들은 굶주리는 삶의 현실이란 이런 모습인 것을 처음 겪었을 터이다.  

 

게다가 너무도 허술한 모습으로 국민들의 보건위생관리 수준을 보여준 선진국이라던  미국이나 유럽의 허접하고 허약한 뒷모습에서 우리는 그동안 앞서가던 선진국 세상들도 알고 보면 얼마나 엉성한 것인지도 문득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천하에 없는 선린우호국이라도 하루아침에 나라의 빗장을 걸어 닫는 모습은 냉혹하고 엄연한 국경의 존재를 다시금 각인시키고 있다.

 

그나마 인터넷통신망의 등장으로, 모바일통신기기의 발달로 우리나라는 대중적인 의사소통이나 정보공유가 가능한 상황에서 이런 일을 당한 것이 얼마나 불행 중 다행인지 모른다. 이런 환경도 아닌 개도국이나 후진국들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간다,

 

2020년은 이렇게 지구촌을 삽시간에 비대면 상황으로 가상공간으로 인종간의 금을 긋고, 나라별로 다시 국경을 세우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동안 산업사회와 도시사회는 인체노동에서 기계협업 노동으로 변화하면서 숙련된 기술자를 필요로 하는 사회로 이동해 왔고, 시간이 늘어나고 수입이 높아진 사람들이 시장으로 나오고 광장으로 나와서 도시는 상점들이 늘어나고 정치인들이나 예술가들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거리에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선수들이 관중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서 다시 자기들 끼리 운동을 한다. 그 힘든 경연에서 뽑힌 가수들이 큰 야외무대로 못가고 스튜디오에서 전화로 노래방 신청곡을 받고 노래를 부르고 점수를 받는다, 가짜 함성을 녹음하여 틀어놓고 선수끼리 운동하는 모습이나, 노래방 기기 점수 앞의 가수는 가상공간이나 오락게임 속의 상황이나 전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과연 저렇게 얼마나 오래 지탱할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다. 

 

그동안 서비스분야의 노동활동도 상당히 많아지고 발달하여 고객에게 정성을 다하고 아름답고 따뜻하게 보살피는 직업적인 일들이 하나 둘 늘어난 게 아니다. 피부 샵이 늘어나고, 의사들이 얼굴도 고치고, 옷가게가 운동장만 한 게 문을 열고, 나들이 차량이 불티나게 팔리고, 연예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밥해 먹고 이 동네 저 동네 놀러 다니는 방송프로가 늘어나고 하던 일이 바로 어제까지의 모습이다.

 

그런데 다시 5월부터 생활방역이란 이름으로 부분적인 사회관계가 살아난다고 해도 과연 지난날들이 송두리째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동운동 단체들도 요즘 모든 국민들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놓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도우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어디에 대고 협상을 하고 누구를 의지하고 문제를 제기할지 도무지 감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저 눈앞에 온통 국가만이 놓여 있는데 국가라고 만능이 아니지 않는가.  

 

이미 우리 경제는 지난 20년의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놓치고 있다. 수출이 총 GDP의 50%에 가까운 나라로서 이렇게 국가 간의 벽이 쌓이고 사회가 격리되면 수출의 회복은 요원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미 국가 재정은 모든 일의 마지막 보루로 등장한 터라 시간이 갈수록 재정의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되면 우리에게 아픈 과거인 1997년 외환위기는 결코 잊혀 진 과거가 아닌 게 된다.    

 

경제문제만 놓고 보면 우리는 무역수지 흑자, 재정 건전성, 여유 있는 외환보유고, 기업의 건전한 재무구조가 기반이 되어서 지난 20년을 정치사회의 민주화와 사회복지 제도의 선진국로의 꾸준한 발전과 성장을 뒷받침 해온 나라이다, 근간의 문화강국의 꿈도 그래서 가능했고, 남북의 긴장완화 문제도 이런 경제기조가 있어서 우리나라의 주도적인 제안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 모든 것이 다 이제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보아야 그 회복의 실체와 피해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일들이 되었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모두의 마음에 소리 없이 내려앉은 집단적인 우울감과 미래의 암울함이다, 종교도 학교도 직장도 이젠 희망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그나마 국가만 보인다. 

 

그렇지만 이제 냉정을 찾고 보면 남은 일은 모두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사회에 대놓고, 나라에 대놓고, 회사에 대놓고 원망하고 마냥 살길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상처들은 우리나라가 오히려 도와야 할 처지이다, 

 

다시 새 날의 새로운 꿈이 생기는 그 때까지 이젠 나라 안으로 단결하고, 이웃끼리 협동하고 가족끼리 사랑하는 일만이 가능하고 그것만이 남았다.

 

이제 방방곡곡 그걸 다시 각자의 마음에서, 또 마을에서 꺼내들자.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할 수 있다고 스스로 굳게 믿자. 그게 바로 5천년 역사의 우리 민족 한겨레이고, 세계 정상권의 경제와 과학과 문화의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진정한 실력이다. 수출과 대외경쟁력으로 다시 세계 앞으로 가는 날까지 우린 안으로 힘을 길러야 한다.

 

엄 길청(글로벌애널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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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06 [09:17]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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