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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멀어지는 것에 대하여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20/03/17 [08:57]

 

 

[한국인권신문=엄길청]

 

로버트 E. 웨일랜드와 폴 M. 콜이 쓴 관계가치 경영이란 책을 보면 고객은 핵심 상품에서 확장된 가치를 거쳐 총체적 경험으로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면 좌석의 등급에 따라 기내에서 경험하는 서비스가 많은 차이가 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에 따라 요금도 많이 다르다. 그러나 원래 비행기는 국가 간에 허가되는 노선이고 국제적으로 통제되는 공간이다. 그걸 민간 항공사들이 국가의 영역을 넘어 서로 합병하고 경쟁하며 차츰 자유스러운 서비스영역으로 확장시키면서 돈을 벌어왔다.

 

그런데 2020년 세계를 덮친 코로나바이러스가 그 모든 것을 중단시켰다. 허가와 통제라는 비행기 활용기능과 이용제한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다. 장차 다시 항공사들이 비행기의 서비스가치를 민간적이고 개인적이고 선택적이라는 개념으로 회복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병원이 집보다 났다고 생각하는 나이든 장기입원 환자가 적지 않다. 식구들을 힘들게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여러 치료가 가능한 환경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에 병원에 장기간 체류하는 것이 반드시 위생적인 것인지는 앞으로 많은 생각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큰 문제만 없으면 자가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아마도 가장 필요한 시간만큼 체류하고 바로 떠나길 바랄 것이다. 점점 병원은 그야말로 여러 질병의 집합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외국에 나가 국제학교를 다니면 큰돈이 든다. 그래도 언어와 지식과 문화를 국제적으로 익히려는 부모들의 생각이나 학생들의 희망으로 그 많은 돈을 내고 굳이 국제학교를 다닌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나고 나면 국제학교가 그렇게 선망의 교육장소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보적인 정치인들이 주로 강조하는 정책의 방향이 인간은 사회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더불어 살고 더 열린사회를 만들기를 강조한다. 그러던 세상을 놓고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다시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자고 예방의학적 효과를 위해 의료인들의 건의를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러면 언제 다시 얼마만큼 인간들이 사회적으로 가까워져도 좋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심정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개인적인 건강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 거리가 나가면 지하철의 노약자석의 빈자리가 확연히 많아지고 있다, 요금도 받지 않지만, 사회위생적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는 나이든 사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갑자기 퍼져서 좀처럼 나이는 사람들의 외출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정말 코로나바이러스는 한순간에 찾아와 너무 많은 생활의 충격과 심리적 갈등을 주고 있다. 과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누구를 안심하고 만나야 하나, 어디를 맘대로 나가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궁극의 질문들이 시간이 갈수록 사람마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이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저마다 일정한 위생적인 사회적 거리를 두고 살아가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그 사회적 거리가 마음의 거리가 될 소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앞으로 동네 노인회관의 모습이나 장기요양원의 일반적인 인식이 과연 어찌 될까 하는 점은 나이든 사람이면 너무도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그럼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여생의 일상을 보내야 하나 하는 새로운 문제가 자연이 따라온다.

 

강력한 인간의 시대라는 책을 쓴 타일러 코웬은 점차 탁월하고 유능한 젊은 사람들은 친절하고 성실한 사람과 일하려는 것이 아니라 완전하고 안전하고 실수 없고 정확한 운영시스템과 기계지능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미리 지적하고 있다.

 

인간이 원래 홀로 자신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명제가 이렇게 선명하게 다가오는 사건은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엔 크게는 없었다. 그러나 이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엄연한 경험으로 모두를 부자유속으로 휘어 감고 있다.

 

이제 나이든 사람들일수록 고독을 이기는 힘이 모두에게 필요하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외롭지 않게 두렵지 않게 잘 추스르고 편히 다스리는 보이지 않는 셀프 리더십이 돈보다 건강보다 더 절실해지는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아마도 이 멀고도 새로운 인생의 여정에 들어서는 나이든 사람일수록 독서나 음악이나 미술이나 사색이나 산책이 얼마나 개인을 위로하고 힘이 나게 하는지도 점점 알아가게 될 일이다.

 

멀어지는 것이 있다면 더 가까워지는 것도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일상을 준비해 보자. 그리고 다시 이 뼈아픈 사회적 격리의 기억이 사라지는 날을 기다리자,

 

무언가에 땀을 흘리고, 무언가 써보고, 무언가 만들면서 다시 외부로의 세상의 창이 열리는 시간을 잘 견디며 기다리자,

 

검소하고 간결하고 근면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마음의 평정심을 찾아보자.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말없이 서로를 지켜보는 가운데 실감하자.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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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17 [08:57]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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