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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투자야성의 유감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11/13 [09:49]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증권사인 미래에셋을 세운 박현주회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투자DNA로 투자야성을 기르라고 임직원들에게 일갈했다고 한다. 2019넌 11월에 이름난 주택건설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는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정몽규회장에게 이 인수전의 대응전략를 조언한 인물은 공동인수단 참여회사의 하나인 미래에셋의 박현주회장으로 전해진다. 그는 정회장에게 마음에 드는 기업을 인수 할 때는 최고의 가격을 지르라고 권했다는 후문이다. 이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이고,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창업주가 자신의 출신지와 동향인 사람이다.

 

필자가 증권사 본사의 영업총괄과 투자전략 책임자로 일할 때 박 회장은 약관의 30대 나이로 다른 증권사의 일선 지점장이었다. 그는 주로 특정한 주식을 선별하여 소위 집중 매매하는 전략영업으로 발군의 영업성과를 거두어 경쟁사들에게 무서운 존재의 하나였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증권사에 입사한지 10년 만에 정부로부터 증권사 허가를 받아 오늘의 미래에셋을 창업했다.

 

정몽규회장은 자타가 다 아는 현대자동차의 성공신화를 만든 포니 정으로 알려진 정세영의 회장의 큰 아들이다. 어느 날 이 집안은 범 현대가족들의 결정으로 아버지가 맡아 운영하던 현대자동차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아들인 정몽구회장에서 넘겨준 애석한 일화가 있는 집안이다. 그로인해 그동안 가슴 속에 많은 아쉬움과 분발의 마음이 큰 사람이 정몽규회장이다. 그런 집안이 그동안 자동차회사를 세계적으로 키우다가 하루아침에 내수용 주택회사를 맡아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나 경영은 영업이 아니다. 기업은 스포츠가 아니다. 투자는 전투가 아니다. 경영이나 기업이나 투자는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비극의 시나리오가 담겨있다.

 

박회장이 투자DNA라고 했다니 기업에도 운명DNA가 있을 수 있다. 박회장이 맡아 하는 미래에셋은 당시의 업계 최대 회사인 대우증권을 인수해 지금은 미래에셋대우라고 조금은 복잡하게 부른다. 이제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대우라는 글자를 떼어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 대우증권은 원래 삼보증권이란 과거에 한국최대의 대표적인 증권사였다, 오너는 당시 한국 증권계의 기린아라 할 만한 강성진회장이었다. 우리나라 증권역사에서 그의 이름이 없이는 얘기가 되지 않을 만큼 전설의 인물이자 굴곡의 인물이다. 그러나 결국 강회장은 당시 신군부 정부와의 갈등이 생기고 나서 경영권을 대우그룹의 동양증권으로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대우는 다시 이 둘을 합쳐서 가장 큰 대우증권을 만들었고, 김우중회장의 엄청난 개척정신으로 무장을 하고 한국 증권시장을 한동안 주름잡다가 다시 대우그룹의 풍랑의 파고에 같이 넘어져 오늘의 미래에셋에게로 또 경영권을 넘겼다.

 

그런데 여기서 등장하는 세 명의 경영자는 모두 야성의 경영자라 할만하다. 강성진회장, 김우중회장, 박현주회장이 대체로 강력한 공격성향의 야성경영자들이다. 

 

유럽의 역사적인 투자가로 평가받는 코스톨라니는 생전에 “돈은 뜨겁게 사랑하되 투자는 차겁게 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살아있는 투자의 전설인 워렌 버핏은 “항상 투자는 일상의 평정심으로 자기만의 원칙을 가지고 시계추처럼 임하라”고 당부한다.

 

오늘날 유럽과 미국의 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로스차일드가문은 창업주가 다섯 형제에게 각기 다른 나라에 가서 서로 협업을 하도록 국가를 분산하여 사업하게 함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록펠러가문은 가족들의 지분을 제도적으로 타인들이 운용하도록 신탁하여 소유는 하되 경영은 하지 못하게 하여 오늘에 이른다.

 

한국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병철회장의 차남 이창희 새한그룹 회장은 아버지가 준 기업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아쉽게 날린 사람으로 그는 아주 야성이 강한 사업가였다. 반면에 은둔과 비책의 경영자 이건희회장은 오늘날 반도체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한국 기업사에서 갑자기 신화처럼 등장하고 그새 명멸해간 기업가들은 모두 평론가의 눈에는 야성경영의 화신들이다. 필자가 직접 본 40년 동안 사라지고 흘러간 대기업만 해도 율산그룹, 제세그룹, 원기업, 한양주택그룹, 명성그룹, 나산그룹, 거평그룹, 신원그룹, 우성건설그룹, 한신건설그룹, 우방주택그룹, 청구주택그룹, STX그룹, 웅진그룹 등 셀 수 없이 많다.

 

투자이론에는 평탄화 현상이란 것이 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으면 투자사업은 곧 어려움에 처한다는 말이다. 기업을 인수하려면 금리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특히 장기금리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요즘 글로벌 금융시장은 장기 채권시장 금리가 실제로는 물가를 고려하면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낮다. 당연히 인수하는 사업의 인수결정 라인인 허들 레이트가 낮을 것이고, 반면에 미래의 투자가치를 오늘의 가치로 환원하면 낮은 금리만큼이나 기댓값이 높게 나온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의 주택사업이나 미래에셋의 금융투자업이나 아시아나의 항공운송업은 모두 경기의 부침이 금융환경변화에 너무나 민감한 격랑의 산업들이다. 투자의 원칙에서 보면 한 바구니에 담기 어려운 외부환경에 대한 상관성이 높은 드라마틱한 사업들이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적 변수가 아주 심한 공영가치 사업들이다.

 

지금 세계는 중국이란 거대한 잠재적 폭탄을 안고 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인수전 참여자들의 주력사업들은 만일 중국이 정말 어려워지면 서로가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는 사업들이다. 특히 박회장은 원래부터 홍콩에 관심이 큰 사람이었는데 지금 홍콩의 장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동안 투자시장에서 20년을 보내고 대학의 투자론 교수로 다시 20년을 보내고 현장으로 복귀하는 40년차 투자애널리스트의 눈에는 이 두 경영자들의 의기투합에 왠지 마음이 많이 쓰인다. 부디 마음에 한을 풀고, 차가운 전략을 다잡고, 과거의 전적을 잊은 채 다시 비장하게 산에 오르길 바란다. 그리고 두 경영의 전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두 마디의 말이 있다. “높은 산은 반드시 깊은 계곡을 가지고 있다.” “먼 길 가는데 무거운 짐은 등에 지지 말자.” 두 경영자의 진검 승부에 부디 건투를 빈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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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13 [09:49]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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