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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장기투자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10/29 [11:23]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1984년이면 당시 삼성전자의 사장은 이건희회장의 손아래 매제인 정재은 현 신세계그룹 명예회장(현 정용진회장 부친)이다. 과거 국회의원을 지낸 정상희씨의 아들이고 국제종합건설 사장을 지낸 정재덕씨의 동생이다. 그는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유학한 후 이병철창업주의 딸인 이명희씨와 결혼한 사이다. 그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자본총계 1,256억 원, 자산총계 6,977억 원이었는데 이 무렵에 이건희 회장이 부친의 지분을 조금씩 넘겨받았다.

 

그리고 35년이 흐른 2019년 10월의 이 회사는 자본총계 262조원 자산총계 353조원의 글로벌기업으로 상장했다. 그 사이에 수천 배의 기업으로 가치가 올라가는 동안 수많은 낯선 사람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에서 사고팔았지만, 그동안 이 기업의 대주주 일가들은 보유주식을 늘리기는 했어도 줄이지는 않았다. 필자 역시 당시에 액면가 500원 기준으로 1,000-2,000원대의 주가를 유지하던 삼성전자를 여러 차례 전략종목으로 대중에게 매수를 추천했지만, 이렇게 긴 세월을 보유하도록 권하지는 못했다. 이제와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다.

 

주식시장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투자를 하러 찾아온다. 조금 돈의 여유가 생기면 한번 경험삼아 해보려고 오는 사람들도 있고, 당장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시장에서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고, 주식매매를 통해 재미를 느끼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무작정 장기 보유하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대주주들은 일생동안 그 기업을 보유하고 또 대를 이어 물려준다. 그들은 부자이지만 주로 자기 회사의 주식을 많이 가진 부자이다.

 

다시 말해 일반인이 부자가 아닌 가장 분명한 이유의 하나는 오래 가지고 있는 주식이 없어서 이기도 하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투자분석을 담당하고 로봇어드바이저를 자산운용에 쓰기도 하지만 그 시스템들이 일생동안 특정기업의 장기보유의 결정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갈수록 사람들의 판단과 지혜의 중요성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긍정이나 애착이나 사명감, 책임감 등의  삶의 자세는 사람이 아니면 지키기 어려운 덕목들이다.

 

투자의 현인(oracle) 중 한 사람인 필립 피셔가 1950년에 사들인 주식을 그가 임종을 앞둔 2005년에 매도한 사실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정말 잘 산 주식이라고 믿으면 그 주식을 팔 기회는 생전에 오지 않는다고 했다. 어찌 보면 종신토록 보유하는 주식을 갖지 못하는 것은 기업들이 변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변하는 것이 문제일 수가 있다.

 

시장에는 그런 마음을 살펴보려고 만든 투자심리지수라는 지표가 있다. 15일을 사이에 두고 사람의 마음을 투자그래프로 표시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초 단위 매매를 하고 있으니 그런 지표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시간 이후의 주가변동을 알고 싶은 마음에 주가의 변동량이나 모멘텀 등에 관심이 높지만, 세상의 놀라운 축복은 항상 참고 지낸 시간의 보상이란 점은 만고의 진리이다. 흔히 10,000시간 법칙이란 말도 인내의 시간이 주는 효용을 알려주는 교훈이다.  맛난 음식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참고 기다라는 것은 특히 투자의 세계에서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그러나 분노와 짜증과 울화와 불평을 가진 사람은 좋은 자산이라도 장기 투자를 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기회를 찾아내고 좋은 투자처를 골랐더라도 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건드리는 많은 일들이 찾아오고 결국은 그 감정의 휘둘림에서 그 자산을 놓치고 만다.

 

흔히 비판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재산이 적은 편이거나 아예 재산에 관심이 적다. 이는 돈에 대한 관심이 적다가 보다 현실 세상의 대한 비판의식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사람에 비해 투자와 성장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 그렇다. 그런 사람들은 연일 세상은 문제투성이이고 확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고, 큰돈을 보면 풀어서 나누어 쓰는 것이 정의롭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버드대학의 정신의학자 존 샤프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은 화를 내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이성을 잃지 않으려 해야 한다고 권유한다. 장기투자의 비결도 바로 경기의 순조로운 변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평화로운 감정 속에 있다.

 

우리가 이제 와서 투자시장에서 인공지능을 의지하고 데이터 분석을 신뢰하려는 이유도 바로 사람들이 자기감정을 가지고 세상을 자주 비관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주가의 폭락은 역사 속에 수많이 반복한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다 그 순간에 감정이 허약한 인간들이 만든 감정의 파도이고 민심의 격랑이다.

 

함께 표출하는 대중의 분노나 다수의 격한 행동들이 역사의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이성을 가지고 장기 구상을 가진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세월의 방향을 소리 없이 바꾸어 나간다. 그것이 바로 작금의 4차 산업혁명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원재료를 덜 쓰고 이동시간을 단축하고 환경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돌보려고 지금 과학기술은 소리 없이 진보하고 있다.

 

남의 기업을 이기려 하거나 나라의 힘을 키우려고 과학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한 인간의 부단한 자각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과학자들은 오늘도 밤을 밝힌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우리 곁에 있고, 일본이라는 나라도 우리 곁에 있다. 그런데 두 나라의 국가지도자들이 둘 다 감정이 아주 격한 사람들이다. 얼굴을 보아도 평화롭지가 않고, 언행도 거칠다. 중국과 일본이 처한 작금의 경제부진을 헤쳐 나가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두 지도자의 온전치 못한 불안정한 감정에 있다.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더욱이 기술이나 과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기계인간들이 이성적 과학자들과 잘 담당해 낼 것으로 본다면 우리는 그 미래에 희망을 가지고 장기투자에 임하면 된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민간의 우주탐사 여행을 담당하려는 버진그룹의 벤쳐투자기업인 버진 갤럭틱이 2019년 10월 28일 뉴욕증시에 SPCE란 이름으로 상장을 한다. 누구는 나라 걱정에 잠을 설친다고 하지만 누구는 우주여행이 궁금해서 잠을 설치는 사람도 있다. 그가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이다. 그는 겨우 6명의 승객을 태우고 우주로 가려는 생각에 파묻혀 수많은 시간에 걸쳐 수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것이 바로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의 삶이다.

 

누가 미래를 열어갈 것인가. 이 천지개벽의 언덕에서 그저 소소한 삶만 내세울 것인가. 우리도 지금 미래의 큰 꿈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버젓이 있다. 차세대 반도체를 연구하는 삼성전자라고 그러지 않겠으며, 미래차를 만들려는 현대자동차라고 그러지 않겠는가. 그저 꿈이 적고 불평이 많은 사람만이 수만 가지 걱정에 싸여서 산다. 그의 가난한 마음은 나라님도 돕지 못한다.

 

이제 어느 쪽이든 그만하고, 분노의 서울거리는 끝자락의 가을을 우리 가슴에 남기려는 화가나 시인들에게 넘겨주자.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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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9 [11:23]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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