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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영리와 공리의 경계선에서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07/12 [09:32]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일본의 현 정부가 우리에게 상식 밖의 경제보복을 해왔다. 미국이 중국에게 취한 관세장벽과는 결이 다른 알량한 기술격차에 대한 오만한 수입금지 조치였다. 현대 경제사에 유례가 없는 통상적 결례이자 외교적 무례를 범한 그들은 아마 지금 일본 조야(the government and the people)가 가진 한국에 대한 근원적인 공격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짐작이 된다. 아마도 많은 재일동포들이나 체류 한국인들이 겪을 불편과 불안도 머리에 떠오른다.

 

우리는 1990년 이전까지 그들의 기술 중개 국가였다. 경공업에서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가공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한 우리 산업의 수준으로 인해 막대한 대일 무역적자를 내면서 우리는 그들의 소재와 기술에다 우리의 정성과 마음을 담아 전 세계에 팔아주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기술과 물자가 아닌 지식과 감정을 사고파는 정보화 세상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과 같이 나란히 새로운 출발선이 서게 되었고, 우린 적어도 지금까지 그들을 지식문화기반의 정보경제에서 앞서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일본에 어느 정도 무역적자를 내고 있지만, 전 세계를 상대하는 전체 무역수지는 공전의 흑자를 10년 째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일본의 무역수지는 지금 놀랍게도 적자 선을 넘나들고 있다. 1980년대 종합상사의 상사 맨 이었던 필자로선 일본 무역의 이런 허약한 모습을 보니 정말 이런 충격은 없다. 그래도 일본이 이전과 같은 완성품 수출은 어렵게 되었지만 범용소재와 범용자본재로 흑자를 지켜왔던 그들이 이제는 몇몇의 핵심소재와 핵심자본재만 가지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의 산업은 이른바 “전화기”산업이다. 전기전자, 화학, 기계란 의미이다. 여기에 부속되어 있는 것이 철강금속정도이다. 전화기산업 생태계는 산업혁명 이래 유럽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일본으로 그 기술과 생산기지가 이전하며 발전해온 인류의 중심산업이지만, 이젠 우리나라가 그 중요한 중추적인 범용소재와 중간재의 공급자 역할을 하면서 핵심소재와 자본재로 넘어가는 중이고, 또 우리가 중국과 후발국가에게도 그 기술을 넘겨주고 있는 분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총수출의 15% 가까이가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신기술산업이고, 수출시장도 인도, 러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북아프리카, 동유럽 등으로 신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끄는 새로운 마차는 차세대 반도체, 전기 차, 바이오 헬스, 2차 전지, 로봇 등 우리가 일본에게 핵심소재나 핵심자본재를 원천적으로 크게 의존할 수 없는 창조적인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초 지능적 과학기술 분야들이다.

 

사실 오늘의 반도체산업은 1970년대에 그 시작을 일본전기, 도시바, 히다치 등 일본 주요 기업에서 기술과 장비를 들여오면서 시작한 연원이 있다. 아직도 일본이 몇몇의 핵심소재와 핵심자본재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이런 뿌리가 있어서이다. 혹자는 일본의 노벨상 수상기록을 운운하며 우리가 그들의 과학기술을 따르지 못한다는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산업발전은 그렇게 대학의 연구실에서만 미래가 열리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더 강력한 기업의 연구기반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구현할 산업생태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일본은 그런 점에서 많이 허약해졌다. 오죽하면 이번에 몇 개의 핵심소재로 압력을 행사 하겠는가.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지향 점은 궁극적으로는 각종 소재의 혁신과 부품의 소멸이다. 지금 자동차가 그 중심에 있다. 직접 거명하자면 일본이 오랫동안 재미를 보고 아직도 가장 잘해온 일들이 가장 먼저 입지가 흔들리고 차츰 우월성이 사라지는 형국이다. 그래서 그들이 점점 무역수지 적자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 일본이나 이 문제는 모두가 출발선에 서 있다. 누가 앞설 것이 없다. 얼마나 산학연 간에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연구개발 풍토를 조성하고 있는 가 이다. 우리는 지금 전체 GDP에서 R&D 투자비중이 이스라엘과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면서 4%가 넘는 유일한 완성품 수출 대형국가이다. 완성품 수출국가가 연구개발 투자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은 산업전체가 하나의 신산업 생태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일로 관련 기술연구를 위해 얼마를 투자한다는 식의 정부발표는 오히려 더 나라 와 국민의 얼굴을 붉히게 할 수 있다. 그냥 우리 기업들은 필요하면 바로 착수한다, 정부는 그걸 소리 없이 성원하고 도우면 된다.

일본이 이번에 우리에게 저지른 일은 역사에 두고두고 부끄러운 통상외교의 수치로 남을 것이다. 정부가 관세를 가지고 하는 무역장벽은 국가적인 당위가 있지만 선후진국 간에 서로 의존하고 사는 글로벌 생산 질서에서 오랜 경제협력파트너인  이웃나라에게 국가 책임자가 갑자기 핵심기술 수출을 막아서 그들에게도 유리한 이웃의 가장 유력한 큰 거래처를 공격하는 일은 소가 웃을 일이다. 앞으로 어느 나라가 저런 행태를 보고 일본기업의 소재나 자본재를 가져가겠는가.

 

그들은 이전부터 돈만 되면 뭐든 하는 정경분리의 경제동물(economic animal)론으로 남의 빈축을 사가며 오로지 돈을 벌고 성공한 나라인데, 참 세상 많이 변했다.

우리가 지금 고민할 문제가 있다. 여기서 순간의 손해를 막느냐, 더 큰 교훈을 얻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젊은 국민들의 정치문화는 아주 자주적이어서 그를 고려해서 맞받아치면 기업들이 경제적 손실을 볼 수도 있고, 반면에 우리 글로벌기업의 외연이 아주 넓어서 국가가 유연한 활동공간을 기업에게 주고 일시 뒤로 빠지면 지혜롭게 넘어갈 수도 있다.

 

당장의 영리(commercial income)와 역사로부터의 공리(public earning)는 계산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한반도에서 살아오면서 소리 없이 쌓아온 은근과 끈기의 민족적 내공과 국민적 집단지성으로 차분하게 사안의 선후를 정해 잘 대처해 나갈 것을 믿자.

 

적어도 2019년에서 본 한국 산업의 미래생태계는 이런 일을 만나도 두려워하거나 비감해지지 않아도 된다. 국가의 이익도 지키고 역사적 정의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글로벌기업의 대응역량을 믿고 후선에서 지원해주는 정치인과 행정가들의 품격 있는 지혜와 처신이 중요하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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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12 [09:32]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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