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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관찰과 통찰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07/01 [13:57]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개미의 관찰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소설 “개미”를 발표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하루에 4시간을 글을 쓴다고 한다. 1200마리의 개미를 관찰했다는 그는 자기 자신의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일상 중에서 자주 명상을 한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중세 전쟁역사의 관찰에서 시작하여 인류미래의 통찰의 탁견을 세워 일약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에서 세계적인 미래학자의 반열에 오른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1년의 2달을 지적 탐구와 자기명상을 위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오롯이 자기 자신의 지식생명과 고유한 삶의 느낌과 결을 같이 한다고 했다.

 

현 세대를 가로지르는 투자의 대가로 오마하의 현인이란 별칭이 붙은 워렌 버핏도 일생의 대부분을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인 미국 내륙의 네브레스카 주의 작은 도시 오마하에 거주하면서 친구인 찰스 멩거와 자녀들의 도움을 받으며 투자대상 기업의 관찰과 그로 비롯되는 미래의 경영성과를 내다보며 통찰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유통과 대량소비의 메카니즘 속에서 현대인들은 누구나 바쁘게 살아오고 있다. 얽매인 일정도 많고 지켜야 할 자리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은, 그래서 정말 숨 가쁜 시간을 보내오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간간이 모아둔 돈으로 재무적 의사결정을 내려 보려고 주식시장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주택시장 동향을 찾아보기도 한다.

 

그동안 투자시장의 분석가로 활동해오면서 느끼는 소감은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누구나 투자대상의 선정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투자자로서의 관찰과 통찰의 내공이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관찰이란 시계열의 기반위에서 이루어지지만 그로 인한 통찰은 시간을 뛰어넘는 안목을 가지게 한다. 주식을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일 년 중에 두 번의 아주 중요한 관찰의 시기가 있다. 하나는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6월말에 맞이하게 되는 반기결산 시점이고, 또 하나는 12월의 연말결산의 시점이다.

2019년 6월30일이 바로 그날이다. 수천 개의 기업이 활동하는 증시에서 평소 어느 기업의 동향을 눈여겨보았는지는 각자가 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본다면 특별한 기업이 없을 때는 주가의 챠트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가의 챠트에서 장기주가추이를 보고 장기 하락하는 주식에서 단기적으로 바닥을 찾아가는 기업을 발견해 보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고려제강이란 부산소재의 기업이 있다. 1945년에 설립된 역사가 있는 국내 1위의 로프와 선재의 글로벌 강자이다. 이 회사 주가가 2015년 6만원을 기록한 이후에 2만 여원대로 장기간 하락하고 있다. 근간에 2만 원선에서 걸쳐 조금 반등한 것을 유의미 하게 본다면 이것이 일단은 단기적이지만 한 가닥의 바닥징후일수는 있다.

 

이 회사는 창업자의 뜻을 이은 자녀가 맡아 경영을 하고 있는데, 경영권의 기반을 이루는 주요 주주의 지분은 60%가 넘어 안정적인 기업이다. 70년이 넘는 동안 주주들이 기업 내부에 유보시킨 자기자본은 1조5억 원을 넘는다. 여기에 1조원이 조금 안 되는 부채를 가지고 총 2조 4천억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의 2019년 6월말 시가총액은 불과 5천억 원대이다. 자기자본을 다 찾아가도 시가총액의 두 배가 넘는 기업이 낮은 주가를 유지하는 데는 과연 무슨 사연이 있을까.

 

주력제품의 하나인 외이어 로프는 조선, 건설경기에 민감하여 지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선재는 자동차에 많이 들어가니 이 역시 근간의 시황이 어렵다. 결국은 연관 산업의 업황부진과 중국산의 저가공세가 주된 배경이지만, 2015년 이후 계속 주가가 하락하는 데는 미국 내 투자기업의 실적부진이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고려제강은 지금 미국에 키스와이어 아메리카와 키스와이어 파인 블러트라는 현지생산의 자회사가 있다. 그들은 이미 1999년부터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춘 바가 있다. 이 두 회사가 지난 4년간 7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이다. 특히 2018년은 280억 원의 결손을 내었다. 그러다 보니 주가는 최고가 대비 절반, 시가총액은 자기자본 대비 40%도 안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이 회사의 앞날을 보자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이 기업의 품질과 기술은 세계정상의 수준이다. 로프의 수요처인 조선과 건설도 이젠 아플 만큼 아픈 상처들이다. 어느 정도 그 상처가 아물 시간이 되어간다는 의미이다. 선재의 경우도 자동차 등으로부터의 수요부진이 서서히 회복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됨직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미국에 투자한 자회사의 경영개선이 기대감이 있다면 이게 정말 중요하다. 미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적 주도력을 행사하고 있고, 아주 긴 시간 그들의 영향력은 증대될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제서 야 미국 현지생산에 진출하고자 시도하지만 고려제강은 이미 오래 전에 진출한 상태이다. 미국의 생산경제 지향의 기조로 보아 시간이 갈수록 현지 경영기반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지금 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통찰의 대상이다. 혹자는 만일 그런 생각이 든다면 시기적으로 2019년 7월 이후의 주가는 점진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회사처럼 자기자본 정도의 매출액을 가진 기업은 참 드물다. 이런 정도면 주주들이 기업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직원들의 숫자도 줄고 해서 어찌 보면 기업을 퇴장시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들 수 있지만, 이 기업의 최강의 제조실력으로 보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기업을 미래형 기업으로 혁신시키고 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런 시각으로 새로운 투자대상을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2019년 6월말이 지나가고 있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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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01 [13:57]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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