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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가뭄과 잔디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06/26 [09:17]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개혁성향의 정치인이 사회문제에 주목하면 항상 마음이 급하게 되고 때로는 격하게 된다. 사회문제는 당장의 해법이 필요하거나 긴급성을 갖는 것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사안들이 모두 보는 이의 마음에 연민과 정의로움에 대한 조건반사적인 자각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안이 빈곤이나 불평등의 문제 등에 다 달으면 평정을 찾기 어려운 시정(correct)의 사명감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과거 신군부청문회 자리에서 재벌총수들의 정경유착의 비리를 파헤치던 전 노무현대통령의 당시 국회의원 시절의 분노어린 질의를 잊을 수가 없다.

 

문재인대통령이 지금 국정의 전반을 대하는 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집권 제일의 화두가 적폐(deep-rooted evil)의 청산이란 국민들이 일상에선 쉽사리 대하기 어려운 정치적 단어의 등장이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의 청산이란 의미심장한 단어이다. 부와 힘이 있는 사람들이 부족한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추하고 인간적이지 못한 행태나, 부와 힘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나누어 가지는 기회의 독과점 등을 주로 적폐의 대상으로 보고 대통령은 이제껏 국가운영 과제의 우선 목록에 두고 강조해왔다.

 

국가는 항상 비전과 안녕의 두 바퀴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에게 자부심도 넣어주어야 하고 미래의 꿈도 키워주어야 하고, 또한 장래의 불안함도 낮추어 주어야 하고 눈앞에 어지러움도 정돈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비전의 가상(admirable)함에 같이 기뻐하다가도 걱정의 심사(mind)는 잘 다스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단임의 임기를 가진 우리나라 정치현실은 집권당시에 내외에 천명한 정책 로드 맵에서 발을 빼기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또한 지지자들의 지켜보는 눈길을 도외시 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대통령이 2019년 6월에 자신의 통치브레인 책임자인 정책실장을 몇 개월 만에 전격 교체했다. 둘 다 대학의 현직 교수출신으로 당초 부동산시장의 개혁론자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혁론자로 교체했다. 작금의 경제성장 부진이란 내외의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인사 조치이다. 그 인사의 배경을 다 짐작하기는 어려우나 제도개혁 추진과 시행지침의 집행의 차이에서 보자면 제도개혁론자에서 시행지침론자로 교체한 셈이다. 또한 경직된 규제론자에서 완만한 조정론자로 교체한 느낌도 든다. 정책의 스탠스는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감각의 유연성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임기를 의식해야 하고, 국가의 먼 길도 안내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2.5% 하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일각의 국제기구의 시선은 2.1%까지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회원국인 OECD는 미국이란 거대하고 조금은 노쇠한 국가가, 5만 달러의 국민소득을 가진 인구 3억 명의 부유한 나라가 올해 2.8%의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제 막 3만 달러에 도달한 인구 5천만 명의 성장의 기린아(a wonder child)라 하던 우리나라는 2.4%에 그칠 것이란 어두운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어 놓았다.

 

여전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 자동차, 화학, 조선, 기계, 철강 등에서 가장 역동적인 생산과 수출을 하던 나라가, 100개월이 넘는 연속적인 무역수지 흑자의 나라가 갑자기 비전과 자신감의 상실이란 큰 걱정을 만나게 된 지금, 대통령은 우리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꾸준히 성장하는 국가란 국민공통의 비전회복 문제로 돌아와야 한다.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들이나 막료들은 지금도 사회복지 강화나 근로환경의 개선이나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에 집중하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겠지만, 지금 국가가 당면한 상황은 천기(weather map)로 치자면 가뭄이 닥쳐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답게 살고 따듯한 세상을 만들고 사람이 먼저인 가치에 집중하며 사는 일은 누구나 그리는 피안(a state of enlightenment)의 세상이다. 그러나 눈앞의 파도와 싸우고 새로운 뱃길을 열어야 하는 것은 캡틴의 피할 수 없는 조타(steering)의 엄중하고도 역사적인 책무이다.

국가 운영에서 경제성장의 회복을 위한 기본적인 정책은 누가 뭐라고 해도 투자와 소비의 활성화이다. 고용과 분배는 이 기초위에서 다시 그리는 그림이다.

 

대개는 나라의 내부에 돈이 없어서 이럴 때 시장개방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는 기동대책을 쓰게 되는데, 우리도 1998년 외환위기에서 이런 대책으로 불을 끈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는 현재 금리가 미국보다 낮을 만큼 돈의 여유가 있고, 주요 기업도 내부의 유보금이 많이 있다. 문제는 이 돈들이 투자 될 수 있는 산업정책의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개인들도 여유 돈들이 있는 가정들이 상당수 있지만 지금 정부는 개인에게도 주택투자나 가치소비의 공간을 주지 않는다.

 

고용 증가와 소득 증가를 더 부담하는 기조 위에서 기업이 새로운 투자를 하기란 4차 산업혁명에서의 방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투입이 최적화 되는 것을 전제로 미래형 산업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그로인한 전체의 경제성과와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고용과 소득의 증가가 선순환으로 이루어지는 순서를 받아들여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다시 이전의 기조로 돌아갈 수 있다.

 

고단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책은 참으로 좋은 길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근심을 줄이는 정책은 누구나 기다리는 복음이다. 그러나 지금 예쁘게 보기 좋은 잔디를 심었는데 저 산 너머에서 가뭄이 닥치고 있다면 그 잔디는 끝내 말라죽게 된다.

 

몇 자리의 개각을 남겨둔 지금, 대통령은 잘 고려하길 바란다. 우선은 개인들이 투자의 여력이 있다면 그 방향성이 도시부동산이라도 할지라도 이를 살려야 한다. 기업이 투자의 의향이 있다면 그 본질이 저고용 구조라 하더라도 이를 북돋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우리가 성장의 리듬을 회복하게 되면 그 때 또 복지의 잔디를 심을 수 있게 된다. 국민복지의 잔디란 스프링클러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주는 비의 축복으로 심고 자라게 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오래 향유하는 진정한 삶의 터전이 된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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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26 [09:17]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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