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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홍익인간이 다시 살아 나오다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04/09 [15:19]

 

 

    

[한국인권신문= 엄길청]

어느 대기업 총수가 기관투자가의 반대로 3대에 걸쳐 가업으로 물려받은 기업의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직계가족들의 불미스러운 언행들이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일이 이어지면서 기업경영자 가족으로서의 사회적 기대에 반하는 점을 들어 국민연금을 비롯한 외부 투자기관들의 반대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의 사내이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물론 그룹 경영상의 어려움도 적지 않은 상황이고, 사내 직원들의 부당한 리더십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도 큰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다. 경영권을 물려받은 기업은 국가가 경영하다가 민영화한 전 국영항공사이고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국적기이다.

 

기업의 주주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신성한 주주권을 보호받는다. 그래서 주식회사와 자본시장의 기본공유 가치를 “주주이익극대화”라고 오래 동안 모두가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 보통은 일반 주주는 배당을 통해 재무이익을 가져가지만 대주주는 직접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이익도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이 따르는  자리이다.

 

지금 세계적으로는 기업들에게 크게 세 가지의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하는 일은 지구환경에 이로운 기업인가(environment), 함께 더불어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존중하는 기업인가, 그들의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는 정의로운가 하는 점을 널리 감시하고 투명하게 평가받는다, 이 세 가지를 줄여서 ESG라고도 한다.

 

대중의 돈을 받아 투자이익을 관리하는 자산운용 전문기관인 기관투자가들이 종전에는 단순히 투자자로서 재무이익 관리를 위한 경영간섭은 있었지만, 이렇게 기업의 광범위한 책임을 따지며 경영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근자의 일이다. 영국에서 이런 사례를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국가로도 파급되었으며, 우리나라는 가장 큰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2018년 7월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하고 이번에 이런 일이 생겼다. 기업이 이렇게 사회의 간섭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차려서 사업을 하다가 점점 사업이 커지면 자본을 적절히 조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널리 자본을 조성할 수 있도록  증권시장(securities market)을 만들어 놓고 엄격한 규칙을 정해 상장기업을 선정하고 그들의 주식이나 채권 등 자본거래에 국민들은 물론 외국인들이 투자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주주가 된 투자자들이 이전에는 주로 재무회계 적으로 투명하고 정당한 가 등의 경영성과 정도에 관한 의사표시나 관련자료 요구를 하는 정도의 주주권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점점 기업들의 성장이 놀랍게 커지고 심지어 국가를 능가하는 힘도 발휘할 정도로 막강해지면서 사회적 책임을 따지는 분위기로 변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는 고속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여타 나라와 다른 대기업 성장모델을 사용하여 오늘날 경제선진국에 도달하기 까지 국민의 삶도 크게 나아졌지만, 그 이면에서  거대한 기업집단을 소유하게 된 소수의 그룹 오너가족들이 엄연히 존재하게 되었다. 이른바 재벌들의 가족 부(family wealth)의 크기와 경영지배권은 일반 국민 현실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엄청난 힘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재벌가족들의 존재나 경영권 행사의 존재감은 빈부격차의 상징적인 아이콘이기도 하고 경제정의의 가장 엄중한 잣대이기도 하다. 특히 진보적인 사회가치의 실천에 주력하는 정치인들은 재벌의 소유구조나 경영권 행사의 사회적 정당성을 국가권력이 감시하고 법률적으로 그 한계와 책무를 규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단호히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이다. 이번에 정부를 맡은 대통령과 막료들이 그런 입장을 강하게 가진 정치인들이라 취임이후 금융당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등의 사정당국의 힘을 통해 여러 가지로 대기업의 경영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번 정부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도 이런 맥락에서 배당이나 횡령, 배임 등의 사안에 대해 해당 기업과 비공개대화를 하다가 개선이 미흡하면 공개 주주활동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을 내외에 밝힌 바 있고, 이번에 그 행사를 공개적으로 했다. 현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는 강한 주주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지금 세상은 참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얼마 전에는 뉴욕에서 거대기업 아마존이 뉴욕으로 제2본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정치인들이 나서서 이를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벌여 결국은 아마존이 포기한 사례가 있다. 올해 하원에 당선된 20대 하원의원이 주도하여 아마존이 오면 뉴욕 서민들의 집값이 오른다고 극력 반대한 것이다. 뉴욕주지사나 뉴욕시장이 도시의 경제발전을 위해 엄청난 노력으로 유치한 일이지만, 사회적 리더들이 반시민적 결정이라는 여론을 형성하여 반대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런 거대 기업이 와도 어차피 글로벌 초 엘리트 인재들이 엄청난 연봉으로 일하게 되지 뉴욕청년들이 들어간다고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자본주의나 시장경제는 모든 사람들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성장의 동력이라는 것을 기본 명제로 삼고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점점 지능적으로 고도화하는 경제활동에서 밀려나거나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기업이 주주만이 아니라 모든 이해당사자(stake holders)의 이익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비등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humanitarianism)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며 살아온 오천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기반의 국가인데, 그동안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사회로부터 들여온 이익집단(interest group)의 실용성과 독립성과 성취욕 등의 사적인 가치들도 함께 내재된 우리 사회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소화해 낼까. 점점 분명해 지는 것은 이제 어떤 경제활동이라도 항상 사회적 평판(social reputation)이나 사회적 공헌(social contribution)의 잣대가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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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09 [15:19]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rosema 1 19/04/09 [20:29] 수정 삭제  
  재벌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시대착오적 이익집단이다.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기업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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