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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무형자산과 고정유형 자산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03/04 [10:01]

 

 

[한국인권신문=엄길청]

지금 글로벌 경제현장에서는 서로 다른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 독일, 우리나라 등의 공업선진국에서는 지식과 문화 등의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많은 반면에, 중국등 공업후진국들은 여전히 공장, 기계, 토지 등 고정유형자산 투자가 많은 편이다. 고정유형자산은 그 대상이 분명하고 투자성과도 단기적인 편이라 진행속도가 아주 신속하다. 그러나 무형자산은 과학기술이나 지식서비스 등에 관한 투자인지라 투자진행의 과정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 1960년대 이후 대부분의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는 주로 고정유형자산이었기 때문에 일정기간 투자를 하고나면 재고과잉이나 투자과잉으로 불경기 사이클의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1970년대 말부터 중화학 산업의 투자가 일어나면서 화학, 조선 등 일부 업종은 만성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안고오기도 하였다. 이 문제는 다시 기업의 부채과잉으로 나타나 부실기업의 재무구조 조정은 항상 고정유형자산의 과잉투자로 귀결되기도 하였다.

 

1970년대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중화학 중복투자 문제는 마침 불어 닥친 두 차례의 세계적인 오일쇼크와 함께 한국경제의 혹독한 겨울을 가져오게 하였다. SOC투자 등 주로 고정유형자산 투자를 이끌며 경제성장을 주도한 제3공화국의 시대는 이렇게 고정유형자산의 과잉문제를 만나면서 그 시대를 마감했다.

 

이후 정부들은 대기업을 상대로 고정유형 자산 투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내수소비와 서비스 산업과 기술개발 등 무형자산 투자로의 경제성장 방향전환을 추진했다. 특히 2000년을 넘으면서 우리는 정보통신의 기술혁신 세상을 만나게 되었고, 여기서부터 기업의 투자는 눈으로 잘 보이지 않고, 손으로 잘 만져지지도 않는 새로운 R&D 투자의 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체 공업선진국 중에서 GDP 대비 R&D 투자비중이 이스라엘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지식자산 및 무형자산 투자가 많은 나라이다. 즉 지금 우리 경제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을 기반으로 하여 미래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커지는 나라이다.

 

기업들의 이런 투자의 경향으로 이전보다 기업의 부채는 크게 늘지 않게 되었고, 대신에 금융권의 돈들은 이전에 없던 가계의 고정자산용 부채로 많이 넘어가게 되었다. 더불어 사회고용도 사실은 고정유형자산 투자보다 무형자산 투자가 늘면 당장의 고용효과가 낮아지기 때문에 실업률 상승문제가 생겨났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상당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북미간의 비핵화 협상과정도 그 요체는 북한 내에 핵물질 처리를 위한 고정유형 시설의 제거를 놓고 빚어지는 문제이다. 이런 시설보유와 증설은 안으로 북한의 재정상태를 극심하게 어렵게 만들어 오다가, 국민들의 민생 소비활동이 묶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규제를 만나면서 지금 국가운영이 진퇴양난에 부딪친 것이다. 이번 북미간의 하노이회담 결렬도 북한 민생문제의 다급성과 국제사회의 비핵화를 위한 완전한 고정유형자산 제거 요구의 문제가 보여준 사례의 하나이다.

 

지금 사안의 유형은 크게 다르지만 국내의 가장 큰 이슈인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현 정부와의 갈등문제도 그 내면은 민간설립자들이 시설투자의 많은 비중을 감안한 현실적인 운영이익이나 자산보상을 해달라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유치원은 교육용 사회자산이므로 민간수익을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면서 사유재산에 이념적 마찰이 커지고 있는 사안이다. 요즘 서울의 주택가격 규제나 다수주택 보유규제 문제도 사실은 개인의 고정유형자산인  주택이 거주시설보다는 주로 민간의 수익자산으로 운용되면서 가구소득 격차나 빈부격차의 시비 거리라는 사회적 논쟁을 놓고 현 정부와 고가주택 보유자 간에 빚어지는 사안이다.

 

이렇듯 국가는 성장과정에서 주로 고정유형자산의 투자증가가 지속적으로 수반되기 마련인데, 이런 국가의 현상을 놓고 부조리한 성장의 이면으로 보거나, 사회경제적으로 당장 임기 중에 척결해야 할 개혁과제로만 본다면 이는 국가의 발전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정부리더십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사회적 이슈의 제기와 시대적 수용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해소하거나 완화하는 문제는 그 대상이 고정유형자산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 주택의 문제만 해도 영국은 당초는 국민들이 사회주택의 공급을 많이 원하다가도 다시 얼마간 지나고 나니 민간의 사유주택 수요가 늘어나 이를 다시 사회주택에서 전환하는 일도 있는 만큼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누적된 반감이나 분노에 기반 하여 국가운영에 사회적 가치를 적용하려는 정치혁신은 아무리 힘을 가져도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결국은 점점 선진국으로 가면서 개인들의 재정투자가 서비스나 지식이나 문화 등 무형자산으로 서서히 그 비중을 이동하게 된다. 아마 국가도 점점 성장을 하면서 그것이 안보의 대책이라 할지라도 고정유형 장비의 의존도는 더 낮아지고 무형 안보자산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 할 것이다.

 

어쩌면 북한이 현 정권을 지키기 위해 이런 무형 안보자산 확보의 시간과 재원을 벌기 위해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를 요란하게 눈에 보이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얼마 지나고 나면 북한이 고정유형 안보자산 폐기수준의 국제사회 완전비핵화 요구를 일거에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들의 사이버국방 무기체계 등 새롭고 위협적인 무형 안보자산 확보가 뒷받침되는 경우에서를 말한다.     

 

이렇듯 점점 삶의 주제들은 국가든 개인이든 마을이든 고정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그 중요성과 비중이 변하고 있다. 육체적인 노동과 물질적인 성과를 중요한 생계활동으로 삼아온 지난 세월도 물질적인 유형소비가 생존의 핵심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새로운 가치는 자기 생명의 강건한 관리나, 자기 인체의 강력한 육성이나, 인간 상호관계의 뜨거운 포용이나 감성적 소통 등의 가치로 변해가고 있다. 100세를 정신적으로 잘 살아낸 노철학자의 “100세를 살아보니”란 저서가 화제가 되는 배경도 이런 것이리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마음의 기쁨이나 사람 사이의 감동이 커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시대를 잘 감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자산이나 장부에 적힌 자산에 묶인 시선이 때로는 인간이면 누구나 마음과 정신으로 다 가질 수 있는 이런 무형 자산가치 형성의 용이성이나 중요성을 잘 못 느끼게 할 수도 있겠다.

 

“정말 뭐가 중헌디” 하는 요즘 시쳇말이 떠오른다. 이제 우리도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그 어려운 고개를 넘고 보니 마음먹기 따라 회계장부 보다 한권의 책을 든 손이 더 풍요로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엄 길청(글로벌경영평론가/글로벌캐피탈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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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04 [10:01]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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