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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뒤주(rice bin)와 방주(ark)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02/20 [09:16]

 

 

[한국인권신문=엄길청]

트럼프와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만나는 날을 며칠 앞둔 2019년 2월 19일 대통령은 참으로 어머어마한 청사진을 그것도 중산층과 서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의 노원구 주민들 앞에서 직접 발표했다. 대통령은 2022년까지 모든 국민들의 돌봄, 배움, 일, 노후의 전 생애주기를 모두 담아내는 누구나 편안히 잘 사는 기본생활을 누리게 하는 혁신적인 포용(embrace)국가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를 위해 건강, 안전, 소득, 환경, 주거정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나가려고 한다는 얘기도 했다.

 

이런 대통령의 스피치 배경에는 우선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민족평화 문제는 큰 고비를 넘기는 시점으로 본다는 우회적인 대국민 보고의 언급으로 보인다. 그리고 취임 후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그 다음의 국민복지 기본권단계인 기본소득국가를 앞당기겠다는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

 

점점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노령인구는 늘고 있는데, 나라를 맡아보니 이제는 더 이상 시장경제의 일자리 공급도 한계가 있어서, 부득이 소득의 사회적 분배를 통한 기본소득경제를 늦출 수 없다는 배경을 담은 내용들이다.

 

정무 적 타이밍 상으로는 제1야당이 당권경쟁으로 소란스러운 시점이고,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저임금 강요의 광주형 일자리에 저항한다는 3개년 투쟁을 발표한데 이어, 노사정의 사회대타협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를 6개월로 확대하여 52시간을 채운다는 발표가 나오자 이에 참여하지 않은 민노총이 총파업을 하겠다는 소식을 뒤로 한 시점에서 대통령이 국민보고회란 이름으로 대국민 직접정치 형식으로 돌연 발표한 내용이다. 제목에도 2022년이 들어가 있어 다음 대선을 정책의 완료기한으로 삼은 정권재창출의 희망사항이 강력히 담긴 내용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누구는 너무 이르다고 하지만 시간이 급박하고, 나라 형편이 이제는 이 정도는 감당해도 될 만한 국가경제 상태라고 국민에게 그 사정을 설명했다.

 

정말 이 엄청난 약속을 현직 대통령은 무얼 믿고 하는가. 그건 바로 나라의 뒤주(rice-bin)의 힘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10년 동안 무역수지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흑자국가이며, 해가 갈수록 세수가 늘어나는데 이어 최근 수년간은 초과세수가 매년 20-30조 원 가량 쌓이고 있다. 엄혹한 IMF의 통제를 받던 시절에 불과 34억 달러이던 외환보유고는 그 100배가 넘는 달러를 가지고 있고, 국가재정은 선진국 중에서 드물게 흑자이며, 금리는 미국보다도 낮고, 기업부채는 선진국에서 가장 우량하다. 이런 균형 잡힌 국가경제 사정을 가진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은 우리나라뿐이다. 마침 지난해 우리는 소득 3만 달러에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선진국을 칭하는 3050 클럽에 들어간 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가계부채가 이대로 두면 해결이 어렵고, 안정된 일자리는 더 이상 약속이 어려운 상황이란 현실이다.

 

이번의 대통령 약속은 그가 누구든 정파적으로 외면하기 힘든 전 국민에게 시대적 타당성과 현실적인 보편성을 가진 범사회적 요구를 담은 내용으로, 국민 각자에 주는 울림과 공감이 있는 시대적 선언 같은 내용이다. 이제 정치인들 사이에 토의와 사회계층 간의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아마 이 시간 이후 우리나라 국가운영 시간표의 중대한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야를 돌려 질주하는 사업가 엘론 머스크의 팝케스트(podcast) 방송을 보자, 그는 이제 기하급수로 성장하는 광속 비즈니스의 시대에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해선 세상을 바꿀 수 없고, 적어도 80시간은 일해야만 가능하다고 주장을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첨단기술과 지능사업 경영자들과 국회의원들이 함께한 자리에 동석을 한 적이 있는데, 지능기업 경영자들은 이 자리에서 보편적인 노동시간 52시간 적용은 좋은데, 나라에 좋은 성과를 꼭 낼 터이니 정보통신이나 인공지능 등 국가의 전략적 미래비즈니스를 다루는 연구개발 인력의 노동시간은 근로기준법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의원들에게 요청하는 것을 들었다. 연구하는 일은 정해진 근로시간에  의해 끊어지면 연구개발은 어렵다는 호소였다.

 

머스크는 자기방송에서 이렇게 편히 살도록 해결해주는 정치인들만 있으면 인공지능의 개발을 늦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저히 점점 느리고 더 살기 편해지는 환경에 편안히 순치되는 인간지성으로는 스스로 쉬지 않고 배우고 진화하는 인공지능의 지배를 피할 길이 없을 거라는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이쯤에서 인공지능의 개발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우리 인간은 새로운 인간다움의 삶이 가능한 인간사회의 방주(ark)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금은 마치 노아의 방주시대와 같다고 했다.

 

사실 대통령의 이번의 정치적 선택은 그 불가피성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 이후 우리 국민  각자에게 다가올 미래는 또 개개인의 몫이다. 누군가가 번 돈으로 편히 살게 되면 반드시 그 돈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교훈에서 보자면 바로 국가의 권력에 대한 순종(obey)의 요구이다. 중세 유럽의 신정국가(theocracy)는 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고 이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희생이 따랐다. 오늘날까지의  북한의 통치방식도 그런 셈이고 중국의 어설픈 경제실력도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이 장면에서 장차 대북경협의 책임을 미국이 우리에게 지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북한 경제사회를 사실상 우리 경제사회가 통할(control)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나라운영의 새로운 설정은 그동안 매우 사적이고 자유시민 의식이 충만한 삶을 살아온 국민들에게는 많은 생각이 필요한 정치적 환경이다. 그렇다고 머스크처럼 혼자 나만의 방주를 만들 힘은 없지 않은가. 듣고 보니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하는 대통령의 새로운 약속 앞에 우리 모두는 우두커니 서 있다.

아마 언젠가 지금 소리 없이 나라의 뒤주를 채우고 있는 위대한 몇몇 국민들의 참 모습이 대통령의 옆 자리를 채우지 않겠는가. 그들은 또 다른 우상(idol)일게다. 우리 역사를 관통한 우상의 지배는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인가.

 

엄 길청(글로벌경영평론가/글로벌캐피탈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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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20 [09:16]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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