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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겁은 많고, 욕심만 크면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02/18 [09:41]

 

 

    

[한국인권신문=엄길청]

돈을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연구한 자료는 딱히 없지만, 개인들의 자산관리 구조를 들여다보고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볼 수는 있다. 일단 우리 국민들은 자산구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런가 하면 주식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고, 채권은 아주 낮으며, 금융상품은 조금 선호되는 편이다.

 

미국이나 일본을 보아도 부동산은 우리보다 비중이 낮고, 미국은 주식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고 일본과 독일은 금융상품과 채권이 상당하다. 물론 우리나라나 선진국들이 저축률이 모두 이전보다 낮아지는 것은 비슷하다. 영국은 사회주택 공급정책으로 임대용 부동산을 장기간 공급했더니, 한참 후에 다시 늘어나는 자기주택 매수수요로 인해 공공에서 임대한 주택을 매매용으로 다시 대대적으로 전환해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산업발전의 도입이 아주 늦은 나라이기 때문에 큰 도시 안에 좋은 주거시설을 많이 가지고 있지 못해 늘 양질의 주택이 부족한 나라였고. 그래서 주택보급률이 저조한 상황이었다. 아직도 서울은 70%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장기저축을 통해 주택을 마련하도록 하는 재산형성 정책을 사용한 나라이고, 미국 등 유럽 선진국들은 장기융자와 자산유동화 시장을 통해 부채레버리지 전략으로 주택을 탄력적으로 공급한 나라들이다. 우리나라의 방식은 주택공급 속도는 느리지만 거품소지는 낮은 편이고 중산층 재산형성에는 어느 정도 발판이 되는 저축자산형 주택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서울올림픽 이후 공동주택 공급을 정부가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으로 취하다보니 공급 장소나 공급시기가 집중되어 단기적인 투기 붐과 이후의 미분양사태가 반복하는 부작용을 자주 겪었다. 게다가 중동건설 붐 이후 많은 건설전문 인력들이 사회로 배출되면서 건설회사의 난립으로 인한 부실한 경영의 기업들이 주택사업에 참여해 수시로 경영난을 일으키기도 한 분야가 부동산시장이다.

 

이러한 우리만의 고유한 주택공급 환경은 선의의 미래주택 소비자로 하여금 시공사의 경영부실을 늘 염려하게 하고, 또 미분양을 염려하는 걱정과, 집값 하락의 두려움이 늘 따라다니다 보니 항상 부동산 시장의 시류를 살피는 경향이 아주 짙은 나라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집을 사겠다는 마음으로 원금보전의 저축마인드는 높지만, 당장의 주택가격 등락은 두렵다고 느끼는 대중의 이중심리는 전세수요라는 우리만의 특이한 사회상을 만들어 놓게 되었다. 심지어 특정 지역은 한 때 집값을 거의 육박하는 정도로 높은 전세금을 치르고도 그 집을 소유하기는 싫고 다만 그 집에 살고는 싶은 마음이 양립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만 존재하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이다.

2019년 연초에 들어와서 논란이 되는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갭(gap)투자의 후유증은 이런 환경에서 일어난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미필적 고의(willful negligence) 현상이다. 이러한 일시적인 선택의 오류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누구의 선택이 현명했는지는 드러나게 되지만 그 혼돈의 와중에서는 대중은 참으로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우리나라 개인들이 재무시장에 참여하는 태도의 특성을 보노라면 한마디로 저 위험, 고 수익의 기대가 혼재하는 기대가 곤란한 억측(nonsense)이 담긴 것을 느낀다. 그래서 돈을 어렵게 알뜰하게 모아서는 한꺼번에 누군가에게 높은 이자를 기대하고 솔깃하여 덥석 빌려주거나, 매월 높은 실적배당을 해준다는 말만 믿고 여러 단계의 전달경로를 거치는 유사수신사업에 첨벙 뛰어는 일이 참 많이 있다. 오죽하면 수년전에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수 조원대의 희대의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로 장기수감 중인 어떤 사람이 옥중에서 다시 대리인을 세워 같은 방식으로 많은 돈을 끌어 모으는 다단계 사기를 치는 일이 벌어지겠는가.

 

전세수요가 존재하는 주택은 그 주택의 전세보증금이 중요한 내재가치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이 오르면 해당 주택의 근원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여기서 집 주인이 부담하는 보유비용이 증가하면 주택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그런데 정부는 이 문제를 가수요에만 집중하여 가수요를 줄이고자 다주택 소유자의 세금을 올리고 금융비용을 증가시키면 이 돈 만큼 다시 주택가격이 오른다. 다주택 소유자 중에 다수주택 투자수요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런 사람은 이런 비용을 모두 이후의 주택가격에 전가하게 되고, 당연히 전세금은 오르게 된다.

 

지금 일시적으로 급매물이 나오고 거래가 위축되는 일과, 이로 인해 다시 후일 그 주택의 근원가치가 상승하는 일은 서로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다. 전세보증금이 내러가지 않고 주인의 보유비용이 증가하면 반드시 주택가격은 다시 오른다.

 

당국은 양질의 거주수요가 집중한 지역의 전세수요를 전환하는 새로운 저렴한 사회주택 공급을 전세선호 지역에 늘려야만 진정하게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여유 있는 계층으로서 투자부동산보유자의 잠재적 보유비용을 증가시키면 그 비용은 머지않아 주택가격 상승으로 반영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 주택시장은 겁 많고 늘 내심에 욕심이 잠복한 대기수요자들에게는 좋은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집값 추락이니, 깡통전세니 하는 등등의 자극적인 언사는 예의 겁 많은 국민들을 다시 미혹(confusion)할 수 있는 양날의 칼(double-edged sword)이다.

 

당국은 오리무중의 시중 집값동향을 너무 민감하게 여기지 말고, 한 채라도 더 사회주택 공급에 힘쓸 때이다.

엄 길청(글로벌경영평론가/글로벌캐피탈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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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18 [09:41]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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